지난 4월 5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서계랭 피아노 독주회에서는 쇼팽, 리스트의 작품은 만족스러운
연주를 해주었지만 특히 가톨릭적 신비주의를 내세우는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의 걸작인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누길’의 발췌곡을 연주할
때 피아노라는 악기가 영매(靈媒)와 주술(呪術)의 작용을 한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19세기 러시아에서 활약한 유대계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안톤 루빈시타인은
쇼팽의 연주를 듣고 갈등한 나머지 “쇼팽은 피아노의 마음, 피아노의
영혼이다”라는 찬사를 보냈다. 악기들 중에서는 바이올린이 유달리
영적인 감동을 준다고 일반적으로 믿고 있지만 쇼팽이 피아노의 영혼이라고
불릴만큼 청중을 드높은 정신세계로 이끌어 들이는 위력을 바이올린
못지않게 나타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안톤 루빈시타인은 통찰한 것이다.
피아노가 스피리철학 차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존이 쇼팽만이 아니고
리스트도 보여주었다. 그뒤 세계 여러 나라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피아니스트가 태어나고 21세기를 바라보는 현재에는ㄴ 더욱 많은 피아니스트가
기량을 서로 다투고 있어 피아노의 판도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이미 제 2차 세계대전 훨씬 전부터 ‘야마하’라는
피아노를 많이 만들어 낼 뿐 아니라 피아노 교육을 활발히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작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피아노가 일반 국민에게
친숙해지면서 반세기가 흐르는 사이에 국산 피아노가 보급되어 이 악기를
전공하는 음악도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숫자로 보아서는 바이올린계
현악기를 전공하는 음악도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바이올린계에서 태어나는 신동이나 천재로 불리는 연주가에 비하여
훨씬 적다는 것은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흔히 바이올린계 현악기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울리지만 피아노는 체질적으로 어떤 괴리(乖離)가
있다고 보는데 이것은 연구해야 할 큰 과제이다. 유달리 음악의 재능이
뛰어난 우리 한국 사람이 피아노 부문에서도 세계에 뒤질 수는 없다.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피아니스트
광복 훨씬 전에 우리나라에는 낯선 악보를 처음보며 훌륭히 연주하는
이른바 초견(初見)연주로서는 천재성을 나타낸 원로 피아니스트 김원복
여사가 90을 너었는데도 연주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강복전에 피아니스트로서 국내에서 많은 활동을 한 이흥렬 선생들이
우리나라 피아노 음악의 선구자들이다. 일본에서 활약한 윤기선은 광복후
고국에 돌아와서 한두번의 연주회를 열었는데 한국 피아노음악에 크게
이바지할 피아니스트이다.그러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본격적으로 태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신동이라고 불리는
소년 피아니스트 한동일이 당시 우리나라에 와있던 미국 앤더슨 장군의
도움으로 미국에 유학하여 줄리어드에 들어갈 학생의 몸으로 천재성을
나타내어 미국 각지와 중남미 등 여러 나라를 여누ㅈ여행하면서 천재라는
찬양을 받았다. 한동일이 몇년 뒤 10대로서 고국에 돌아와 연주회를
열었을 때엔 크나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같은 한동일이 광복후의
우리 피아노 음악의
활피아니스트가 되었다.
그 뒤 백건우가 역시 미국에서 음악수업을 하여 현재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정상급의 피아니스트가 되고 이젠 지휘자로서 활약하는 정명훈이
그의 뒤를 이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그뒤에 입상함으로써 한국
사람은 피아노에도 뛰어난 천재성이 있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잇달아
피아니스트가 많이 태어났으나 현재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의
정상급 피아니스트는 매우 적다.
광복후의 피아노 음악에 앞장서서 소년때 신동으로 불려서 세계 여러나라에서
절찬을 받던 한동일은 줄 미국에서 음악대학 교수로서 활약하며 정명훈은
지휘자로서 더 이름을 날리기 때문에 아쉬운 것은 없지만 피아니스트로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으며 고작 백건우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어 줄곧 연주가로서의 명백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국제적 수준의 한국 음악계
물론 후진을 양성하면서도 세계무대에서 종종 연극회를 같고 있는 우리나라의
뛰어난 피아니스트들이 있지만 20세기 최대의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인
아르투르 루빈시타인이 이렇다할 스승이나 제자도 갖지 않고 오직 연주가로서만
일생을 마친 것처럼 순수한 피아니스트로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피아니스트라면
백건우를 들어야 할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의 인구보다 훨씬 많은데다가 피아노 음악의
전공자가 또한 많지만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는 네덜란드 필립스 레이블에서
디스크를 많이 낸 우찌다 미쯔꼬를 비롯한 정상급이 있을뿐이다. 굳이
일본가 비교하여 우열을 가리는 것을 비좁은 소견인지는 모르나 한국
사람은 재능이 뛰어나서 시간 속에서 동양에서는 가장 뛰어난 음악가의
나라가 된 것이다. 다만 바이올린계 현악기에 비하여 피아노계의 세계적인
연주자가 적을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피아노 독주회가 다른 부문에 비하여 가장
많이 열리고 있으며 앞에서 말한 중견 피아니스트 서계령 못지않게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시인들이 많이 태어나고 희다는 것은 반갑다. 그만큼 우리나라
피아노 음악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음악의 나라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들에서 일류 교수들에게 배워온 역량을 후진에게
자연적으로 전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은 거의
국제적인 수준에 이르러서 국내에서 길러낸 음악도들이 세계적인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할 만한 단계에 오른 것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육성 필요한 때
우선 우리나라 국내의 음악 수준을 높이는 것은 가장 중요할지 모르나
세계 무대에 진출하여 활약하는 연주가를 많이 길러내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난 4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자기가
본국에서 그 작은 코리아에서 뛰어난 음악가들이 많이 나온 것에 감탄해
왔다는 것을 밝혔다고 하는데 역시 자그마한 섬나라 영국이 한때 정치적으로
세계를 지배했다면 한국은 음악으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고 본다.
소비에트 연방 시대에 스탈진을 전통을 지녀온 러시아 음악으로 세계를
지배하려고 애썼지만 동방예의의 나라로서의 한국은 자꾸만 악해가는
국제 사회에 이웃사랑을 베풀기 위하여 음악가들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
그리하여 세계 방방곡곡에 음악사절을 보내어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꾀해야 한다.
근대에 러시아에는 ‘음악전쟁’이 있었듯이 현대에는 선의의 의한 음악전쟁을
하고 있다. 이런 뜻에서도 바이올린계 현악기의 세계적인 연주가보다
적은 피아노계의 세계적인 연주가를 되도록 빨리 많이 태어나게 해야
한다. 교포로서 해외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도 축복할 일이지만 국내에서 교육을 철저히 시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길러내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다.
우리 한국 사람에겐 음악의 무궁한 재능이 숨어 있다. 우리나라의 어던
지정학자는 이 삼천리 반도에 내리는 햇빛은 딴 나라와는 달리 어떤
신비적인 위력이 깃들어 있다고 까지 하는데 필자는 지정학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다른 나라 사람보다 뛰어난 음악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고까지
하는데 필자는 지정학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다른 나라 사람보다 뛰어난
음악적인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볼 때 피아노 음악부문에서도 지금보다
월등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