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숙박시설은자국문화의 창

 문화적 월드컵을 위한 숙박시설

  한국관광연구원 산업정보연구팀장 김향자


 

 우리는 세계적인 메가 이벤트인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를 3년 앞에 두고 있다. 혹자들은 월드컵 축구대회를 계기로 한국이 세계 선진국의 대열에 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몇 가지 전제가 뒤따른다고 본다. 첫째, 체계적인 준비에 의한 완벽한 이벤트의 개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과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시민의식의 고양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 월드컵의 숙박시설 대책에 있어서도 이 두 가지는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예로부터 '숙문화(宿文化)'는 그 나라의 문화를 대변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문명의 발달에 있어서 거주지의 형태와 생활양식은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하고 문화의 차이를 조명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잣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호텔, 인(Inn), 비엔비(B&B) 등 다양한 유형의 숙박시설이 개발되어 관광기반시설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이들 시설 및 서비스 수준이 결국 그 나라 관광수준의 척도로서 인식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의 숙박시설은 우리 사회의 문화척도가 될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 축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더 나아가 문화이벤트로서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 또 외래관광객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해서 숙박시설의 질적, 양적 수준 제고가 시급한 당면과제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월드컵을 위한 숙박시설 대책면에서 우리의 현실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88서울올림픽 개최 이후부터 90년대 초까지 관광산업은 소비성서비스업이라는 인식과 수많은 규제로 인하여 숙박시설의 개발에 차질을 빚어왔다. 특히 호텔의 경우, 부지매입의 어려움, 높은 인건비 비율, 초기투자비의 과다소요, 규제의 과다 등으로 인하여 민간기업이 투자를 기피하여 왔다. 그결과 월드컵을 3년 앞둔 이 시점에서 수준 높은 숙박시설의 부족이 예상되고 있으며, 기존의 숙박시설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결국 우리는 숙박시설 측면에서 볼 때, 매우 어려운 여건 하에서 문화월드컵을 치루어야 하게 되었다. 사실, 이미 많은 학자들과 실무자들이 그 문제와 관련해 해결책을 대부분 제시한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 해결책을 어떻게 현실에 잘 적용하는 가이다. 문화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다음의 세 가지 측면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숙박시설의 수용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3년도 채 안 남은 현 실정에서 고투자가 들어가는 숙박시설을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 대책을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중저가 숙박시설의 확충, 개최지역내 홈스테이의 확대, 호텔투자의 확충을 위한 원스톱서비스 제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와 같은 양적인 확보 대책이 보다 면밀한 현장 검증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저가 숙박시설의 확대를 위하여 '88서울 올림픽 개최시 운영하였던 숙박시설 지정제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물론 당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으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관광에 대한 인식이 매우 호전되었으므로 그때와는 다른 한층 발전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월드컵 지정숙박시설' 제도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의 경영주와 종사원들을 대상으로 방문객에 대한 친절 서비스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또한 일반호텔, 여관 등을 중저가형 '월드컵 지정숙박시설'로 지정하고 개조 및 시설 보수시 관광진흥개발기금 및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의 지원이 뒤따르도록 하여야 한다. 단, 기존 숙박시설의 개조시에 적용할 수 있는 '시설개선지침'을 만들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외에 대회 기간 중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호텔, 여관과 같은 숙박시설의 이용 자제를 촉구하는 것과 같은 국민계몽도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 숙박시설의 서비스 질 제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국인들은 숙박시설의 이용을 통해서 우리의 문화를 접하게 된다. 따라서 숙박시설은 단지 잠을 자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예절, 전통, 관습 등의 것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의 장소로 바꾸어가야 한다고 본다. 외국인들이 숙박시설에 투숙하는 동안 한국문화의 체험이 가능하도록 한국적인 서비스가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관광호텔의 경우는 대부분 독자적인 서비스 매뉴얼을 가지고 운영되고 있으나 일반호텔과 여관 등과 같은 중저가 숙박시설내 종사원들은 어떤 태도로 어떤 방식으로 외국인에게 서비스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따라서 월드컵 지정 숙박시설에 대한 '서비스 매뉴얼'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또 외국어 서비스 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며, 특히 특수언어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외에 숙박시설의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안전성(safety)이 확보되도록 각 숙박시설별로 방화시설 및 잠금장치의 점검 등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문화월드컵 숙박대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들의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월드컵 개최 기간 동안 숙박요금의 적정화, 숙박시설 대책 전담추진반 설치, 숙박시설에 대한 재정 및 세제 지원 등이 이루어지도록 중앙부처 및 월드컵조직위원회, 관광협회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회기간이 임박하여 숙박요금이 상승하면, 관광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지게 되고, 대회 운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따라서 대회기간 동안의 숙박시설 가격에 대한 적정치를 설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월드컵 숙박시설 대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 '숙박전담회사'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의 경우 월드컵 개최기간 동안의 숙박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하여 몽디레사(Mondiresa)라는 법인을 월드컵 숙박운영 대행사로 선정하였다. 몽디레사는 대회개최 2년 전에 설립되어 숙박시설의 확보, 예약, 그리고 운영전반에 걸친 업무를 대행하여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도 프랑스 몽디레사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월드컵 숙박부문에 대처해야 한다고 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개최도시의 숙박시설의 수용력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는 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강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업체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때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숙박전담회사에서 할 수 있는 기능은 프랑스의 예를 보면, 숙박바우처 발행을 통한 선구매 유도, 청결, 친절 등에 대한 교육, 언어권별 준비, 여행사와 연계한 관광상품개발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숙박시설 안내 및 예약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 이외에 정부는 개최도시를 월드컵 관광도시로 지정하여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지원을 통하여 숙박시설 개발시 지원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관광호텔업으로 등록된 경우 각종 인허가의 생략 또는 최소화를 실시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문화월드컵으로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란한 문화행사, 최첨단 경기장 시설, 종업원의 최고의 서비스 등과 같이 시설 및 서비스에 있어서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월드컵을 통하여 선진사회로의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가정에 외국인을 투숙시키는 것이 단지 집안에 손님이 오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손님을 맞이하며, 이는 나아가 우리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마음을 기초로 하여 웃음과 친절 등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눈앞에 그리며 이와 같은 제언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