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현장

 

춘천 마임축제

세계적 축제로의 도약을 위하여

조상원 강원일보 기자


 

 5월 26일 오후 7시. 주위에는 조금씩 어둠이 내리고 잔잔히 내리는 비로 의암호에는 옅은 안개가 깔려있는 가운데 「99마임호」는 소양2교 선착장을 출발했다. 유진규춘천국제마임축제위원장의 마임축제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들으며 20세기 마지막 마임축제를 맞이하는 참가자들은 조금의 설렘과 긴장으로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99춘천국제마임축제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사단법인 대한승공경신연합회 강원도지부가 주관한 물굿의 장단소리가 높아지면서 선상제례의 열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물굿의 장단소리와 함께 99마임호는 공지천 야외무대에 다가섰고 서치라이트가 마임호를 비추자 모여있던 1천여명의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분단의 아픔을 불사른 띠배 띄우기, 다가오는 2000년대를 맞이하고 떠나는 1900년대의 아쉬움을 담은 상징물을 초등학생과 마임축제 참가자 1000여명이 함께 들고 춘천시내에서 펼친 길놀이, 시청앞 광장에서 펼쳐진 다양한 거리공연으로 전야제의 밤은 깊어만 갔다.

 

몸짓 하나로 형성되는 공감대

 

마임축제 이틀째. 어제 내린 비때문인지 물을 잔뜩 머금은 것 같은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 것 같다. 오전 11시 강원평생교육정보관에서 한국의 이두성과 일본의 다이스케가 펼친 어린이를 위한 공연으로 시작된 마임축제. 열기가 서서히 높아갈 무렵 잔뜩 물먹은 하늘이 기어코 물을 토해내고 만다. 갑자기 쏟아진 비로 명동에서 기획됐던 거리 공연이 지하상가 만남의 광장으로 바뀌고 공연자도 변동이 있다. 그래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마임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어 오후 2시부터 강원평생교육정보관에서 펼쳐진 서울 삼성학교 청각장애인 학생과 소년원 원생들인 춘천신촌중학교 학생들의 아마추어 마임공연은 또 하나의 신선한 감동이었다. 비록 서툰 몸짓과 어색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너무나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공연을 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삶에 대한 열정이 숨겨져 있었다.청각장애인 교육기관인 서울 삼성학교 재학중인 강분희(여·19)양, 민윤학(남·18)군, 김규철(남·20)군은 이날 공연에서 유리벽, 여행자, 일상 등 4편의 마임을 조심스럽게 선보였다.

 

신촌중학교 학생들은 「우리들의 올림픽」이라는 제목의 마임극을 선보였다. 클론의 「월드컵 Song」을 배경음악으로 14명의 학생들이 체육활동과 운동시합을 몸짓으로 경쟁이 아닌 함께 보듬어 나아가는 우리들의 경기로 재미있게 형상화한 작품. 공연내내 학생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다양하고 맑은 표정이 눈에 띄었다. 오후 4시 남강해육원 방문공연, 오후 5시 춘천시교동 마임의 집에서 펼쳐진 이태건과 카자흐스탄에서 온 고려인 김학연씨의 공연, 오후 7시 30분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밴드마임, 석사동 그랜드 아파트에서 열린 찾아가는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이 계속됐다. 특히 이날 밤 9시 30분부터 향교에서 공연된 강릉관노가면극은 외국인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이번 춘천국제마임축제 조직위로부터 초청 받아 춘천을 방문한 프랑스 미모스마임축제 예술감독인 피터뷰씨는 강릉관노가면극을 보면서 "한국인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는 공연"라고 극찬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마임축제 3일째. 출제는 서서히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올해 마임축제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주제별·관객별 공연장 구분. 아이들을 위한 공연은 강원평생교육정보관에서, 마임 매니아들을 위한 공연은 문화예술회관과 마임의 집에서 여려 공연자와 관객들은 각자 자신의 취향을 찾아 분주히 움직인다. 오늘의 거리공연은 마임그룹 「미먀쥬」팀. 심청전, 김창완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등을 마임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또 일본 우에다 소메야오까 고등학교와 춘천성수여정 학생들이 함께 펼친 아마추어 공연은 어린이들에게 인기였다. 몸짓하나로 나라를 넘어 서로의 느낌을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마임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다.

 

질펀한 축제의 현장 <춘천 마임 축제>

 

마임축제 4일. 마임축제가 절정을 이루는 시간. 호수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어린이회관 야외무대와 문예회관, 마임의 집, 강원평생교육정보관에서 공연이 끝없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어린이회관 야외무대는 오후 2시부터 공연자가 모두 출동해 마임강습, 가족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펼쳐 말 그대로 마임의 천국이었다. 또 이날 오후 4시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아시아의 몸짓」공연은 아시아 마임의 현주소를 조망하는 공연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의 유진규, 무세중, 일본의 시미즈기요시가 출연해 한국의 몸짓과 일본의 전통적인 몸짓의 공통점과 차이를 확연히 느끼게 해주었다.이어 어린이회관 야외무대에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펼쳐진 젊은이들을 위한 밤샘축제인 도깨비난장은 예술과 낭만이 어우러지는 질펀한 축제의 현장이었다. 1만여명의 관객이 어우러진 이날 도깨비난장에는 주병진·전유성의 사회로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 남긍호, 프랑스의 롤랑 클레레 & 비올렌느 쿨라네, 일본의 다이스케, 캐나다의 테리 프레스 등 마임이스트들과 타악연주가 김대환씨 프리재즈 연주가인 강태환, 박재천씨의 연주가 곁들여졌다. 여기에 한영애, 어어부 밴드, 언니네 이발관, 4M등 보컬팀이 가세해 축제희 흥을 돋우었으며 장효선의 비단검무, 지혜명·김소영의 무용, 채송화의 분장쇼, 이외수·하재봉·장정일의 문학강연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밤새워 열렸다.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마임으로 표현해야

 

마임축제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10시 30분 강원평생교육정보관에서는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 예술감독인 피터뷰씨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유럽의 현대마임의 흐름, 한국 마임에 대한 평가, 프랑스 미모스 마임축제 소개와 역사 등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된 이날 강연에서 피터뷰씨는 "춘천시의 적극적인 협조와 재정적인 지원만 확보된다면 춘천국제마임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요소가 상당히 많다."고 평했다.축제기간동안 모든 극장을 순회하며, 꼼꼼히 기록하면서 공연을 관람한 피터뷰씨는 "한국의 마임이 정착된지 얼마 안돼 대부분의 공연 내용이 어디서 본듯한 모방의 단계거나 테크닉, 형식에 치우친 경향이 많았다"고 지적하며,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마임, 마임이스트들의 사상이 마임으로 표현된다면 형식과 테크닉은 새롭게 창조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국제마임축제의 규모는 세계적 제정은 지방축제

 

올해로 11회째를 맞으면서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하는 축제의 장으로 거듭난 춘천국제마임축제는 새천년을 앞두고 한국마임의 세계화를 향한 발판을 마련한 자리였다. 또 호반의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춘천의 이미지를 살리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향교, 어린이회관 야외무대, 구곡폭포, 공지천 유람선, 명동·시청광장, 중앙감리교회·후평장로교회 등 공연장소를 다양화하고 주제별·수준별로 공연장을 구분함 점등은 공연자나 관객모두에게 좋은 반응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일본, 카자흐스탄, 캐나다등 국외 4개국 7개팀과 국내 16개팀등 모두 23개 극단이 참가해 지난해보다 참가극단 수가 줄어 아쉬움을 남겼으며 극장공연의 유료관객저조, 이벤트행사에 대한 홍보부족등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제정확보. 8천만원의 예산으로 치러진 이번 춘천 국제마임축제는 규모는 세계적, 제정은 지방축제라는 지적. 여건상의 불균형을 춘천국제마임축제 조직위가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 재원확보를 위해 춘천국제조직위는 「마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집, 연회비 3,000원으로 마임축제를 살리자는 문화시민운동을 펼쳤으나 성과는 아직 미지수.유진규춘천국제마임축제조직위원장은 "마임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참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과제"라며 "옛날 마을에서 대동제가 열리면 온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추렴해 축제를 치뤄낸것 처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마임축제를 활성화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문화시민운동의 동참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