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악

 

한국은 성악의 나라가 된다.

김원구  음악평론가


 

 "인류의 최초의 말은 노랫소리다"라고 18세기 독일 문학가 헤르더는 말했듯이 필자는 "성악은 동서고금의 모든 악기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간악기다"란 슬로우건을 내세워 종종 말해왔다. 흔히 성악이라면 이탈리아 사람이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한국 사람이 그에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이탈리아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5년전 필자가 유럽들 여행할 때 우리 민요와 가곡을 알프스 산꼭대기에서도 소리 높이 불렀으며 오페라의 발상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언덕에서도 불렀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하여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때 꼭 바이올린이 든 케이스를 애인처럼 끼고 다니며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반주없이 바이올린을 켰다는 일화는 유명하지만 필자는 신이 주신 최상서 인간악기인 성악으로 이국 땅에서 노래해본 것이다. 필자는 성악가가 아니지만 우리 조상이 남기니 세계에 자랑할만한 한국민요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몇 달전 우리 나라의 전통 음악인 판소리의 신동인 유태평양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며 일본에서는 이 꼬마를 누구보다도 뛰어난 신동이라고 입이 닳도록 찬양했다. 워낙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노래에 비상한 재능이 있어서 독일 음악학자 볼프강 부르데가 말한 것처럼 한국 민요가 세계 최고라는 것이 더욱 사무치게 느껴져서 통속적인 팝 음악이 휩쓰는 우리 현실에서 민요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부르짖고 싶다.몇 해 전에는 미국의 어떤 음악가가 한국을 찾아와서 노래방에서 부르는 일반 남녀들의 노래가지도 뛰어난 성악가의 재질을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우리민족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래해야만 하는 숙명을 지녔다고 할만큼 노래의 은총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양 역사의 최고 권이인 라이샤워는 역사의 기적이 있는데 바로 '코리아'라는 존재로서 오랜 역사 속에서 변두리의 여러 이민족에게 침략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문화, 특히 고유한 언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우리의 고유한 언어를 그 같이 높이 산것도 반갑지만 이 언어를 음악예술로서 승화시켜 그지없이 다양한 뛰어난 민요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낳은 것이야말로 '역사의 기적'이라고 보고 싶다. 라이샤워는 역사가로서 한국이 독특한 언어를 갖고 있다고만 말했을 뿐, 그것을 더 높은 차원의 음악으로 이끌어 올린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우리로서는 언어보다도 음악적인 민요를 더 내세우고 싶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국은 다행히 세계 여러 나라와 교류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이니 미국에 성악을 전공하기 위하여 유학하러 간 음악도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 세계 무대에 내노라 할만 할 남녀 성악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 조상이 남겨준 그 찬길학 민요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는 현상으로서 하나의 음악적인 변용(데포르마뇽)이다.우리 나라 민요를 비롯한 여러 국악악기들의 해외 진출도 중요하지만 에스페란토가 된 서양음악을 전공하여 뛰어난 성악가들이 많이 태어나서 온 인류에게 그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음악만은 세계어(世界語)이므로 번역할 필요가 없다. 거기서는 영혼이 영혼으로 말을 건넨다."는 아우엘 바흐의 말처럼 음악이야말로 세계와 행동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에스페란토이기 때문이다.이런 뜻에서 현재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프라노 조수미, 홍혜경, 신영옥, 바리톤 김동규를 비롯한 세계적인 여러 우리 나라 성악가들이 정치나 군사로는 도저히 이룩하기 어려운 한국의 영광을 빛내고 있다. 지난 4월에 찾아온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쬐꼬만 한반도에서 그렇듯 많은 세계적인 음악가가 태어나는 것이 놀랍다고 말한 것처럼 코리아는 음악의 빛을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비추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카루소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참가자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특히 한국 성악가들의 참가를 못하게 하는 것은 한두 가지 까닭이 있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의 여러 성악 콩쿠르에서 한국 성악가들이 상위 입상을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이탈리아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본다. 이탈리아 성악 교수로 저명한 캄포칼리아니는 자기 나라에 와서 음악수업을 하는 한국 음악도들의 뛰어난 재능을 칭찬해주었건만 카루소 콩쿠르 당국에서는 한국을 비난한 셈이다.현재 이탈리아에서 성악 수업을 하고있는 한국 초악도가 몇 백명이 아니라 몇 천명이 된다고 할만큼 이 성악의 나라에서 애지중하는 '벨 칸토' 창법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 세계에게 주었듯이 벨 칸토를 훔쳐 올 필요는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프리마돈나 존 서덜란드가 낭군인 지휘자 리처드 보닝과 독자적으로 벨 칸토를 연구하여 더욱 뛰어난 발성법을 이룩했듯이 까마득한 민요의 전통을 이어지고 있는 우리에겐 하늘이 내려준 벨 칸토 못지 않은 우리의 창법이 있다.지금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세계적인 한국 성악가들이 거의 다 이탈리아 벨 칸토 창법을 배워서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 중에서 춘하추동의 리듬이 가장 뛰어난 기후 조건을 지닌 한반도에서는 예로부터 한국 사람의 독특한 창법이 절로 생겼으며 벨 칸토에 버금가는 한국적 창법이 예로부터 있어온 셈이다. 우리 나라 작곡가 김동진은 '신창악'이라고 하여 한국 고유의 창법과 서양 음악의 창법을 절충시킨 새로운 창법을 만들어 그의 오페라 「심청전」이나「춘향전」에서 이 신창악 창법으로 부르게 했다. 이 새 창법이 아직 국제적인 인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뮌헨 올림픽 때 공연한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에서는 판소리 창법으로 부르게 시도한 것을 보더라도 한국의 전통적인 성악을 내세운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독창회도 많았지만 중국 작곡가가 쓴 오페라 「안중근」과 이탈리아 작곡가가 쓴 오페라 「이순신」이 상연되었으며, 7월에는 한국 작곡가의 오페라 「백범 김구」가 선을 보인 것이다. 이 오페라들이 김동진이 만든 신창악이란 창법으로 부르지 않고 이탈리아의 벨 칸도 창법서지만 모든 등장인물이 한국성악가들이라 으례 이탈리아보다 기후가 더 좋은 한반도에서 자란 성악가의 독특한 한국적인 창법을 보내준 셈이다.

 

한국의 성악계가 발전하여 한국을 소재로 할 오페라를 본격적으로 공연하게 된 만큼 창작 오페라로서의 전망도 좋지만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의 여러 남녀 성악가들이 해외에서 활약하는 것이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지난 5월엔 오랜만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프리마돈나 홍혜경이 서울과 몇몇 지방도시에서 독창회를 열기 위하여 왔다가 사정으로 돌아갈 일이 있지만, 얼마 뒤 다시 찾아온다고 한다. 이 같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우리의 성악가들을 종종 고국에 불려들여야지만 소프라노 조수미를 비롯한 여러 한국 성악가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국제 무대에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