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E V I E W  -  음   악

 

 인터넷, 창작음악 최적의 보관장소
 

황성호  작곡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모든 분야에서 실 공간 못지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인터넷은 최근 우리 음악문화에 있어서도 중요한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대중음악분야에서 인터넷은 CD판매와 같은 상거래는 물론 리얼 오디오, wav, mp3 파일을 통해 음악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이 되었다. 또한 기존 전문가들의 음악만이 아니라 아마추어들의 음악도 광범위하게 들려지고 있어, 기존 음악문화 체계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디 문화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목적으로 지난 6월에 개설된 밀림과 같은 사이트들이 앞으로 많이 나와 결국 기존과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제도권이 만들어 질 것이 분명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터넷 음악활동

이러한 대중문화의 활발한 인터넷 수용에 비해 순수예술음악 분야는 놀랄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의 정보문화 시대에 있어 생존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물론 기존 순수음악분야가 음반과 같은 기록매체보다는 공연이라는 실 공간을 주 활동무대로 삼기 때문에 정보화에 대한 관심이 소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에 의해 모든 이미지가 형성되는 현실에서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사회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이다. 외국 순수예술음악 분야의 경우 인터넷은 단순히 단체의 활동 홍보나 관련 음악정보 제공 수준만이 아니라 실 공연에 버금가는 창작활동을 출력 채널화하는 것을 본다. 특성상 아직은 컴퓨터음악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이러한 국제 페스티발 성격의 사이트들 - 브레겐즈, 리용 등 매년 주최 도시를 바꿔가며 추진되고 있는 주크 박스 프로젝트, 더 나아가 리얼 오디오 방송을 꾀하고 있는 핀랜드 국립현대미술관, 키아스마 주관의 사운드 박스 등을 통해 전 세계 컴퓨터음악가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음악계에도 인터넷을 수용하는 움직임 추세

몇 년 전부터 우리 음악계에도 인터넷을 수용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어, 1997년 협회 사이트를 개설한 한국전자음악협회는 우리 나라 최초로 인터넷 공모를 통해 서울컴퓨터음악제를 국제음악제 성격으로 탈바꿈시켰으며, 올해로 세 번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인터넷 공모를 통해 많은 나라 작곡가들의 수많은 다양한 최신 작업들을 수집, 선정하여 음악제를 구성함 은 물론 아카이브도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선정 발표하는 과정에서 우리 나라 컴퓨터음악계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높였음은 말할 나위 없다. 이후 1998년 한국음악협회가, 지난 3월에는 한국콘트라베이스협회, 4월에는 작곡동인 제3세대가 정식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 사이트는 대개 단체의 사업을 알리기 위한 홍보 수준의 것이지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베이스 성격의 정보 제공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 예로 한국작곡가상이라는 행사를 알리는 내용은 있어도 한국작곡가상에 관한 역대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으로 지난 5월 대구의 젊은 작곡가들이 중심이 된 사이트, 뮤직 타운이 개설되었다. 아직은 시작이라 미흡한 점이 많지만 이들은 한국현대 작곡가 100인의 데이터 베이스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그 진행 추이에 따라 의미가 클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앞서 개설된 음악저널의 사이트도 있지만 잡지 게재 기사 중심의 여러 정보를 제공할 뿐 종합 정보중심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김영길, 나운영, 이건용, 최병철, 황성호 등 일부 작곡가의 작업을 소개하는 개인 사이트도 개설되기 시작했다. 이중 최병철과 황성호의 사이트는 미디나 mp3 파일로 작품을 제공하고 있어 그들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정확한 정보축적과 철저한 관리필요

음악계의 인터넷 수용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 기존 사이트들이 개설이후 부실한 데이터 관리로, 진정한 의미의 정보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트의 생명이 정확, 신속한 정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단체의 인식부족으로 첫 개설 때에만 반짝하는 누를 범하고 있다. 새롭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야말로 바로 그 단체에 대한 사회 신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단체의 불성실과 게으름을 만 천하에 공개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모든 정보가 1998년 상반기에 머물고 있는 한국음악협회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이 느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 사이트가 영어판이 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한 기관의 사이트는 바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바로 그 단체를 대표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로 열린 사이버 공간에서의 우리 음악문화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부정확하며 불성실한 정보는 곧 우리 음악문화에 대한 국제 신용을 추락시킬 것이다.
결국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공신력 있는 단체의 홈페이지 콘텐츠라면 정확한 정보 축적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내용으로는 우리를 대표하면서, 외형상 잘 디자인된 고품질의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여러 유관 단체의 공적인 책임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일 예로 한국작곡가협회라면 적어도 한국작곡가들에 관한 체계적인 데이터 베이스 작업을 토대로, 완성도 높은 사이트를 만들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알리려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이제 창작음악계 스스로가 자존심을 갖고 자신들의 작업을 정보화하는 일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아주 사소한 것인지 몰라도 사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mp3를 우리 창작음악계는 무심히 바라볼 것인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자세야말로 창작음악의 입지를 그나마 유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악보 스크롤과 음악 연주가 링크 되는 포맷을 지원하는 시벨리우스의 등장은 인터넷이야말로 창작음악의 최적의 보관 장소이며 출력 공간 중 하나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창작계의 생산터,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예진흥이 곧 현실화하기를 기대하면서 미래지향 예술의 터전이면서 아울러 시청각 문화 유산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수, 관리하는 프랑스의 INA GRM, 독일의 ZKM과 같은 기관의 필요성도 절실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