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현장 -여름문화캠프현장

말을 나누고, 글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여름 문학 캠프 
 

이혜경  본지담당

시사랑 문화인협의회 ‘제1회 시사랑 하나되기 시인학교’

시사랑 문화인협의회의 ‘제1회 시사랑 하나되기 시인학교’는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삼일동안 강원도 둔내 자연휴향림 안에 있는 유스호스텔에서 개최되었다. 행사가 시작된 첫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계속된 폭우에도 낙오자 하나 없이 행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단법인 시사랑문화인협의회 회장인 최동호 교수를 비롯해서 오세영 서울대 교수, 김선학 동국대교수,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 허형만 목포대 교수, 신덕룡 광주대 교수, 김종회 경희대 교수, 박덕규 협성대 교수 등 시 전공 교수들이 참여하여 시의 본질과 시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강연을 통해 시에 대한 전망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한편 이성선, 최명길, 이규리, 강연호등 시인들이 참가하여 시를 사랑하는 일반 참가자들에게 시창작을 지도하고 시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밤을 새웠다. 교사, 약사, 회사원, 학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가한 일반 참가자들은 시낭송, 시극공연, 백일장 등 모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첫째 날 입교식 특강에서 오세영 교수는 ‘21세기 시와 미디어 환경 변화’라는 주제 강연에서 시를 둘러싼 컴퓨터, 가상 현실, 영상 등의 매체변화에도 불구하고 모든 예술의 영혼인 시는 21세기에도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밤늦게 펼쳐진 ‘시낭송회’에서는 이육사의 「청포도」, 서정주의 「자화상」 등의 작품과 참가자들의 자작시들이 낭송되었는데, 자작시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어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란 작품으로 암송 경연을 벌였는데 이 프로그램은 행사의 열기를 한층 북돋워 주었다. ‘시극공연’은 준비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발한 착상과 뛰어난 연기로 보는 사람의 찬탄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김춘수의 「꽃」, 김소월의 「진달래꽃」, 문병란의 「직녀에게」 등의 작품이 패러디되어 현대 인간의 소외현상과 분단 문제 등이 풍자되기도 하였다.

 둘째 날에는 ‘서정시가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허형만, 이성선, 박주일 시인 등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세 분 시인들은 모두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시심을 강조하였고 육체적 사유의 중요성과 생태학적 사고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역설하였다. 이어 ‘비’, ‘숲’, ‘길’을 주제로 한 백일장이 있었는데 이근영씨가 장원, 강회진씨가 차상, 김형단씨가 차하를 차지하였다. 수상작 세 편은 모두 습작수준을 넘어선 우수한 작품들이었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이 날 오후부터 쏟아진 폭우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비에 젖어 불이 잘 붙지 않는 나무 더미를 중심으로 참가자 전원이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 뛰었다. 불은 점점 빗속에 잦아들었지만 꺼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시를 사랑하는 참가자 전원의 마음이었다. 시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셋째 날 오전에는 ‘시사랑 하나되기의 의미’라는 주제로 김선학 교수와 이숭원 교수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김선학 교수는 시를 사랑하는 것은 시를 생활화하는 것이고 시에서 삶의 활력소를 얻는 것으로서, 시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동일화되어 또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시를 사랑하는 말의 진정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숭원 교수는 언어가 교환가치로 전락해 있고, 시적 사유 또한 과학적 사고로 오염되어 있는데, 이러한 것으로부터 원초적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 시를 사랑하는 구체적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거행된‘제 1회 시사랑 하나되기 시인학교’ 수료식에서, 이성선 교장은 퇴교사를 통해 귀로 빗소리 하나만을 담아가도 좋은 시공부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 가슴을 적시기도 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에 대한 동지적 연대감으로 하나 된 참가자들은 아쉬운 작별의 정을 나누며 1년 후의 재회를 약속했다.

 

문학아카데미 제12회 ‘숲 속의 시인학교’

문학아카데미 제 12회 ‘숲 속의 시인학교’는 충주에서 열렸다. 이번 '숲 속의 시인학교'는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한 ‘문학축제’와 참여문인들이 한동아리가 되는 ‘문학총회’로 구성되었다.문학축제는 8월 13일, 건국대 중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고영섭 시인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원로 시인 김광림 선생의 개회사로 막을 올렸다. 소설가 김기우 씨가 직접 작곡한 최인훈의 시 「아이오와 강가에서」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구었고, 이어서 박성숙, 안준하, 김생수, 이윤학 시인 등의 시낭독이 있었다. 특별공연의 이벤트는 노명순, 신기린, 최영규, 한규동 시인이 박제천 시인의 「우표를 들여다보며」, 노명순 시인의 「C 광고」를 공연했다. 시낭송과 시극의 중간쯤 되는 이 시 이벤트는 말예술과 또 달리 독특한 시의 전달방식을 보여준 프로그램이었다. 경기서도 명창인 권재은 선생은 ‘변강쇠 타령’으로 축제를 축하하였다. 일본에서 건너온 이승순 시인이 특별 시낭독을 한 데 이어 이번 충주 행사의 산파역이었던 양채영 시인과 강우식, 이탄, 임보 선생의 시낭독이 있었다.  마지막 피날레는 고창수 시인의 멀티 포엠 「모헨조 다로」 공연이었는데, 이는 모두 17분용 비디오에다 모헨조 다로의 유적과 역사를 담고 주요 화면 사이마다 시인이 출현하여 시 「모헨조 다로」를 암송하는 모습이었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우리 시인들도 소형 영화 또는 비디오를 매개한 공연 퍼포먼스의 시도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프로그램이었다. 마지막으로 원로 시인 이흥우 선생이 ‘숲 속의 시인학교’ 백일장 시제를 발표함으로써 두 시간 반의 축제가 마무리되었다. 참가문인들은 뒤이어 이시종 충주시장 초청 만찬에 참석한 뒤 문학총회 장소인 충주호 리조트로 자리를 옮겼다. 문학총회의 사회는 한규동 시인이 진행하였다. 축제 참석자 전원과 더불어 최승범, 홍신선, 문효치, 정호정, 신기린, 진영대, 윤문자, 김영남, 김병환, 박남주 등의 시인과, 소설가 이원규 씨 등이 참석했다. 문학총회는 김광림, 강우식, 박제천, 양채영 시인이 ‘숲속의 시인학교’가 새겨진 안내판에 점화를 하고, 정진영 시인이 양채영 중원문학회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하면서 막을 올렸다. 시인들의 재기와 놀이를 자랑하는 모닥불 축제. 박성숙 시인을 스타트로, 고창수, 김성오, 김강태 시인 등의 노래가 이어졌고, 김광림, 이흥우, 고창수, 임보, 이탄 시인
등은 젊은(?) 춤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8월 14일에는 문학특강과 백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10시까지 참가자 전원이 백일장 응모 시 한 편을 써 가지고 호수 옆 호텔 베란다로 모여 문효치 시인의 ‘시와 여행’, 노향림 시인의 ‘시창작의 고통과 성취감’의 문학특강을 경청하였다. 문효치 시인은 여행이 주는 상상력과 알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배움 그리고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경이 등 여행이 시 창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했다.  노향림 시인은 대학 때에 짝사랑 했던 두 명의 남자 시인 엘리어트와 프루스트를 쉽게 떠나 보낸 것이 못내 아쉽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한 뒤, 사물을 대하는 자세와 시에 있어서의 낯설게 하기가 시창작의 고통과 성취감임을 역설했다. 또 원로 시인 김광림 선생의 ‘늙음에 대한 명상’과 이흥우 선생의 ‘시제에 얽힌 소감’의 즉흥적 강의가 있었다. 뒤이어 전원이 무기명으로 참석하는 백일장 결과를 발표했다. 문학아카데미 무기명 백일장은 올해로 3년째이다. 첫해에는 진영대 시인이 장원을 받았다. 두번째인 지난 해에는 장원이 없었으나 이변이 일어났었다. 차상에 전수련 씨, 차하에 고영섭, 김경우 씨 등 일반 연구회원들이 등단 시인들을 제치고 수상을 한 것이다. 올해의 장원은 고영섭 시인이, 가작은 박남주 시인이 받았다. 심사위원장은 홍신선 시인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