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날 기념치사  

 

문화의 날을 맞이하여

 

존경하는 문화인 여러분!

오늘은 새 천년의 「문화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맞이한 20세기의 마지막 「문화의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 문화인 여러분과 함께 「문화입국」을 향한 우리의 결의를 다짐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 모두는 문화를 사랑하는 온 국민과 더불어 우리 문화를 발전시키고 세계속에 한국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 노고를 치하하며, 그동안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영예로운 훈장과 문화예술상을 받으신 여러분에게 특히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문화인과 국민 여러분!

이제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새 세기는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시대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21세기는 자본이나 노동력, 토지같은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지식과 정보, 문화창조력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경제의 핵심이 되고, 국가발전의 원천이 되는 세기입니다. 특히 문화창조력은 한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를 포함하여 전분야를 아우르는 핵심력량으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나라의 문화력량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새로운 세기에 있어서 그 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결정될 것입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봅시다.

현재 세계 영화시장 규모만 해도 6백60억달러에 이르며, 관광시장은 4천4백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오는 2010연이 되면 영화시장은 1천3백억달러, 관광시장 규모는 1조5천억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 게임산업 등 엄청난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화에 대한 투자는 바로 경제에 대한 투자이며 미래의 번영을 위한 투자가 될 것입니다. 심지어 문화산업이 만드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두고 경제학을 다시 써야 한다고 까지 말합니다.

이러한 시대를 맞아 참으로 다행한 것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전통과 창조력이 어느 민족보다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한글 창제에서 보듯이 우리 민족은 독특한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나아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도 이것을 반드시 우리의 것으로 재창조했습니다.

중국으로 부터 불교를 받아들여 해동불교로 발전시켰고, 유교를 받아들여서는 조선유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주체성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중국화를 면할 수 있었고, 수많은 외침속에서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이처럼 우수한 문화적 민족이기에 저는 21세기야말로 우리 민족을 위한 세기라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문화인 여러분과 정부가 힘을 합쳐서 우리 문화와 문화산업의 발전에 총력을 다할 때, 21세기는 우리의 세기가 될 것입니다. 문화인 여러분에 대한 바램과 역사적 기대는 참으로 큰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정부는 ‘문화관광의 진흥’을 올 국정지표로 삼아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되는 내년도 문화분야 예산을 사상 처음으로 전체 예산의 1%가 넘게 편성했습니다. 2천년 총예산이 5% 증액한 데 비해서 문화예산은 40%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것은 문화관광의 진흥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며, 정부로서는 문화인 여러분에게 약속했던 공약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화예산 1% 편성」을 계기로 문화인 여러분은 뜨거운 열정과 노력으로 이 땅에 찬란한 문예부흥의 시대가 열리게 되도록 헌신해 주실 것을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문화인 여러분!

정부는 앞으로도 21세기「문화입국」을 향한 큰 걸음을 흔들림없이 계속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 문화관광 산업의 모체가 되는 순수예술과 전통예술의 발전에 더욱 힘 쓸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정책기조를 확고히 유지할 것입니다. 둘째는, 21세기의 굴뚝없는 기간산업이 될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의 육성에 전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영상과 게임산업, 음반과 출판산업, 패션과 공예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집중적인 투자를 해나갈 것입니다.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력이 강한 관광산업에 최대의 역점을 두어 나라의 부를 늘리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세계에 빛내도록 할 것입니다. 셋째는, 전국을 7대 문화관광권으로 나누어 적극 개발함으로써 지역문화의 활성화에도 역점을 둘 것입니다. 넷째는,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해가는 밑거름이 될 민족문화의 확립에 노력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민족은 반세기가 넘도록 단절됨으로써 위험할 정도로 문화의 이질성이 심각해졌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남북간의 문화적 동질성의 회복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야만 민족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에 대한 희망과 동질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문화인 여러분이 남북간의 문화교류에 사명의식과 정열을 가지고 적극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문화인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는 새 천년의 시작과 함께 세계에 문화한국의 참모습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2000년의 ASEM 회의, 2001년의 한국방문의 해’그리고 2002년의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이 바로 그러한 기회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과 문화인 여러분의 뛰어난 문화창조의 능력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문화의 세기를 주도해 나갈 우리의 문화력량도 더 한층 발전시켜야 하겠습니다.

거듭 다짐하지만, 문화는 이제 국가발전을 이끌어 나갈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인 여러분은 문화의 시대를 앞장서 열어나갈 주역입니다.

여러분이 21세기의 국가발전을 이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주실 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뜻깊은 ‘문화의 날’을 다시한번 축하하며 모든 문화인 여러분의 앞날에 큰 발전이 있기를 축원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1999년 10월 20일

대통령 김 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