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개최지역의 준비상황

총론-2002년 “꿈의 球宴” 그 날이 다가온다.

서정훈(MBC스포츠취재부 부장·한국체육기자연맹 회장)

준비에서 앞서가기 시작한 일본

환호와 열광 속에 정상의 기술과 예술이라 부를 수 있는 환상적인 묘기가 녹색 그라운드에서 춤추고 지구촌 600억 시청자들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선수들의 몸짓에 따라 눈과 귀가 흥분하고 감동하며 한반도와 일본열도가 뜨겁게 달아 오른다. 바로 이런 21세기 첫 지구촌 축제가, 꿈의 구연 월드컵 대회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일 월드컵은 21세기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최상의 대회를 치르기 위한 준비로 한창이다.

지구촌 198개국이 참여하는 2002년 월드컵대회는 최초로 두 나라 분산개최라는 특성 때문에 준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두 나라 준비에서는 현재까지일본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가고 있다.

일본은 97년 이미 7만2천명 수용규모의 요코하마 경기장을 완공하고 다이너스티컵 대회와 98일본 체육대회를 통해 검증까지 마쳤다.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획 조정부와 마케팅부를 신설, 업무를 세분화하는 조직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개최도시 10곳에 지부를 설치하고 안전, 티켓판매 등 7개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확대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시설과 조직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가는 일본은 대거 몰려 올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호텔 등 숙박 시설과 관광지를 패키지로 묶는 작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이미 결승이 치러질 요코하마 종합경기장에 방송미디어 본부를 설치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무엇보다 조직의 활성화를 통해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는 경향이다.

 

한국적 준비의 목표

새 천년, 새 만남, 새 출발을 대회 이념으로 축구발전을 통해 국가 재도약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운 우리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시설 면에서 다소 뒤늦더라도 철저하고 독특하게, 치밀하고 알뜰하게 대회를 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거기에 문화월드컵, 환경과 정보 월드컵, 경제와 관광 월드컵이 되도록 국민적 지혜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월드컵의 특성상 국제축구연맹 FIFA 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 일본 조직위원회는 수많은 제약을 받게 돼있기 때문이다. FIFA는 두 나라 조직위원회로 하여금 그 어떤 준비사항에 관해서도 FIFA의 승인 없이는 발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수단과 보도진 FIFA대표단 등 1만 3천명에 연인원 170만 여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게될 2002년 월드컵 대회는 준비단계부터 대회를 치를 때까지 엄청난 투자와 관심을 필요로 하고있으나 기본적으로 두 나라 조직위원회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한정돼 있는 점이 올림픽의 그것과는 구별되고 있다.

이런 제약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업은 하드웨어인 시설물의 건축과 FIFA에서 따낼 수 있는 최대한의 권리를 확보하는 일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의 예산 부족으로 경기장 건설에 다소 차질을 빚을 것이란 보도가 있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부분 공기 안에 차질 없이 완공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민들의 예술공간으로 꾸며질 상암구장

6만2천 석 규모의 서울 상암구장은 2001년 12월 완공 예정으로 현재 22.29%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낼 부산구장의 경우 2001년 5월 모든 공정을 마치게 돼있다. 울산과 수원, 전주 등 3개 구장은 오히려 완공기간을 2-3개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10개 도시의 모든 구장은 2001년 12월 이전에 손님맞이 채비를 끝내게 될 전망이다. 월드컵이 치러질 10개 구장은 한달 간 치러지는 월드컵 경기 뿐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의 활용문제가 또 하나의 걱정거리다.

그래서 조직위와 자치단체는 경기장 자체를 체육과 문화의 복합시설로 만들어 대회 이후의 활용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한 경기장당 1천억에서 2천억 원까지 투자되는 엄청난 시설물을 그냥 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상암구장에는 스탠드 가변무대를 조성해 사후에 각종 문화 예술행사장으로 활용하고 테마 레스토랑과 멀티 시네마 극장, 이벤트 홀과 월드컵 기념관등을 포함시켜 서울 시민들의 예술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부산은 자동차 야외극장, 대구는 원형극장, 인천에는 임대객석, 광주구장에는 전통 문화예술교실등 지역 특색에 맞는 독특한 시설물을 만들어 명실공히 21세기 복합 문화 예술공간으로 장식된다.   

우리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표방한 2002년 대회는 문화와 환경 월드컵, 그러나 조직위 뿐 아니라 개최도시가 지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문화월드컵은 예상처럼 빛을 발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문화행사 등 우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연맹은 모든 것에 우선해 경기 자체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

그래서 올림픽처럼 화려한 문화예술행사를 달갑게 여기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기 내용을 희석시키는 방해 요소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역대 대회를 보더라도 문화행사라고는 해당 개최도시에서 첫 경기를 치르기 직전 겨우 5-6분에 걸친 간단한 의식행사 속에 특징적인 식전행사를 추가시켰을 뿐이다.

이런 실정에서 우리가 준비하는 문화예술행사가 과연 얼마나 인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문화 행사는 식전행사와 일반 문화행사, 지역 문화행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조직위원회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개막 경기 직전 30분 내지 1시간정도의 공연예술행사 이다.

이 행사를 위해 15명의 식전문화행사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최상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구장 개막식의 황홀한 모습을 보여줄 예술 공연은 이어령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에서 연구되고 창조될 예정이다.

이 뿐 아니라 지역별로 준비하는 독창적인 행사는 각국의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인식시키게 될 전망이다. 아직은 추상적인 준비단계로 세심한 자료수집이 진행중이지만 어떤 깜짝 놀랄 만한 작품이 나올지 주목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국제축구연맹과 관광객들이 경기외적인 면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 주고 어느 정도 깊이 있는 이해를 해 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2000년이 시작되면 월드컵 준비는 구체적이고 현장중심의 본격 운영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먼저 2000년 3월부터는 각 대륙별로 지역 예선이 시작돼 2002년을 향한 뜨거운 열전이 불을 뿜는다. 이 예선은 2001년 11월까지 계속되고 12월에는 서울에서 조별 추첨식이 거행되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또 개최 도시별 대회 운영본부가 설치되고 대회운영 세부계획을 확정 짓게 된다. 2001년 경기장 건설이 완료되면 프레 월드컵을 개최해 운영능력과 시설에 대한 최종 점검을 펴게된다. 내년 5월경에는 FIFA의 서울 사무소가 개설되며 2001년 6월까지 개막식 행사 내용을 국제연맹에 제출하면서 21세기 첫 월드컵대회의 역사는 바쁜 호흡으로 시작의 축포를 알리게 될 것이다.

현재 80여명의 조직위원회 인력도 300여명으로 늘어나고 1만 2천여명의 자원봉사자는 분야별 현업 리허설을 갖고 서울올림픽 때 보여 주었던 인정과 질서의 한국인상을 전파할 태세를 갖추게 될 것이다.

조직위원회는 경기와 행사운영, 홍보, 영접, 전산통신, 시설 등 10개 분야 33개 단위사업, 175개 개별사업의 완수를 위한 2년간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비에 그들의 역량을 총 발휘하는 일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국민들이 방관자 입장에서 벗어나 집안 행사처럼 세심하게 챙겨주고 의지를 결집하는 일만 남게 됐다. 21세기는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층 성숙된 한국을 부르고 있다. 모두의 지혜와 정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