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 박성태

이 전시는 50년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두 갈래의 길을 보여준다. 우리가 선택했던 길과 선택해야 하는 길이 어디서 만나고 갈라질지를 모색한다. 전시 구성도 두 갈래로 나뉘고 서로 관여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시기의 주요 국가 프로젝트 아카이브와 그 프로젝트를 오늘날의 젊은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재해석했다. 그 사이로 새로운 전망을 그려보고자 했다. 물론 그 길이 평탄하지 않았다. 울퉁불퉁한 우회로를 지나왔다.

이 전시의 시작은 1965년에 만들어진 국영 건축 토목 기술 회사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 KECC)이다. 기공은 한강연안개발,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중문관광단지, 엑스포 국가관 등 국가 주도 프로젝트를 도맡았다. 또한 그곳은 1960년대 후반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들이 모여 새로운 유토피아를 꿈꾼 진지였다. 한국현대건축의 아버지 김수근을 중심으로 윤승중, (고) 김석철, 유걸, 김원, 김원석 등이 그곳에서 일했다. 이들은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들의 이상을 과감하게 실험했다. 동시대 서구의 급진적 건축 실험과 유사하게 몽상적이었다. 동시에 군사-테크노크라드 조직에서 진행하는 개발 계획에 맞게 현실적이기도 했다. 인구 증가, 도시 팽창, 자동차 증가 등의 실증적인 자료를 토대로 작업했다. 권위주의 정권을 경유해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했고, 그만큼 그들의 작업은 이상적이면서도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제안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미완의 꿈으로 남아있다. 이 전시가 국가 계획 이데올로기와 건축가의 비전이 뒤엉켜 있던 1960년대 후반 기공의 작업을 ‘스테이트 아방가르드(state avant-garde)’로 해석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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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인들은 국가 주도의 획일적인 해결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이 갖는 복잡한 특징을 인정하고 자유와 다양성이 존중되는 새로운 도시 공간을 꿈꾸고 있다. 권위적인 국가와 거대 자본이 요구하는 삶을 비틀고 거부하며 노동자, 여성, 청년 등 다양한 주체가 새로운 정체성과 비전을 갖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남북분단과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들을 풀어보려는 도시/건축적 시도들 또한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 전시는 국가주의가 저물고 다양한 개인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 시기에, 과거의 유산을 상상력의 출발점으로 삼아 새로운 공공성이 무엇인지 부서진 아방가르드의 잔해 속에서 찾고자 했다. 그리고 이는 모더니즘 건축이 시민 사회의 요구가 아니라 국가의 개발에 의해서 시작된 아시아와 제3세계의 도시와 건축이 당면한 문제로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이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이라는 주제를 들고 울퉁불퉁한 우회로를 거쳐 그 불협화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다.


- 전시 도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