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Q

2. 전시 주제어인 ‘유령(spectres)’는 어떤 의미인가?

유령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지만 포착되지 않는 과거, 그리고 불현듯 출몰하지만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존재를 지칭한다. 유령성(spectralities)에 관한 최근 논의와 동양의 유교적 전통에서 볼 때, 유령의 존재를 호출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현재의 책임을 묻는 일이다. 또한 유령은 박정희 개발체제에 복무했으나 배제된 비가시적인 존재들을 지칭하기도 하다.

한국관 전시는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거나 회고적으로 상찬하는 대신, 문제의 기원을 경유함으로써 미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기공은 한강연안개발, 삼일고가,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중문관광단지, 보문관광단지 등 현대 한국을 세운 주요 개발 계획을 도맡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아카이브는 충실하게 구축되지 못했다. 이 전시는 그 실체가 온전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한국 건축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공의 유산을 ‘유령’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상황 자체를 문제 삼고 전시의 조건으로 활용했다.

3. 참여 작가들은 어떻게 선정했나?

과거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젊은 건축가들처럼 오늘날 한국 건축계의 도전적이면서 건축의 영역을 확장하는 건축가들을 초대했다. 그리고 건축을 매개로 한 예술적 실천을 수행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초청했다. 1960년대 개발체제의 유산과 이에 따른 한국 현대건축의 이면을 비추는 작업을 작가들에게 요청했다.

전시 기획팀은 김성우가 건축가 故 이종호와 서울 도심 을지로 지역 리서치 작업을 수행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서울 도심의 거대 구조를 활용한 공공영역 재구축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세운상가 일대를 중심으로 한 도시 변화에 대한 작업을 선보인다.

큐레이터이자 작가로 참여하는 최춘웅은 전시 기획의 연장선에서 서울의 여의도를 해석한다. 미술관에서의 전시 경험이 많은 그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보이드>전 등 건축 역사의 전시화 사례를 구축해 온 경험을 이번 전시에도 반영한다.

신진 건축가인 SGHS와 BARE에게는 기공 아카이브 자료를 신선한 시각에서 재해석해 주기를 기대했다. SGHS는 건축과 그 역사성에 대한 해석의 층위를 넓히고 변환하는 특유의 이미지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점이 엑스포 ‘70이 갖는 함의를 잘 살려낼 것으로 봤다.

BARE는 광주 ACC 유라시아 프로젝트에서 공간 설치 작업과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리서치 기반의 영상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지역을 읽는 눈과 이를 공간화하는 능력에 기획팀은 주목했다. BARE는 구로 지역의 과거 저임금 노동자와 현재 이주 노동자의 ‘배제’된 목소리들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은 근대성의 맥락 속에서 공간과 연극성의 관계를 다룬 그간의 작품과 연구의 연장선 상에서 초대됐다. 도시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미디어 아트와 공연 예술 사이를 오가는 그의 작업이 한국 도시의 유산을 조망하는데 더할나위없으리라 생각했다.

사진가 김경태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력을 바탕으로 사물의 다양한 스케일을 오가며 그것을 이미지화하는 작업 방식을 선보여왔다. 그는 설치-사진 혹은 사진-설치로서의 2차원 이미지를 3차원으로 환원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소설가 정지돈은 이전 발표한 소설들에서 엿보인 1960년대 한국 사회와 건축가에 대한 관심을 연장시킨 짧은 소설을 썼다. 60년대 엑스포 ‘70에 참여한 한 여인의 시점을 통해 희망 섞인 서울의 미래를 상상하는 글이다. 사실과 허구의 관계를 묻는 그의 글쓰기 방식은 역사와 현재, 미래의 의미를 묻는 이번 전시 방향과 일치한다.

4. 비엔날레 전체 주제 ‘Free Space(자유공간)’와 이 전시는 어떻게 연관되나?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은 시민 사회와 시민 공간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 만들어진 한국의 도시와 건축 유산을 파헤침으로써, 이번 비엔날레가 제시한 건축의 보편적 가치이자 당위적 요구로서 ‘자유공간’에 대한 한국 건축가들의 대답을 들려주고자 한다. 또한 이 전시는 시민 사회의 요구가 아닌 국가의 개발에 의해 현대건축이 시작된 아시아 및 제삼세계 건축과 도시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도시에서 새로운 자유 공간이나 시민 공간은 백짓장 위에서 생겨날 수 없다. 그것은 지난 세기 도시 구조물과의 타협과 투쟁을 통해서만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이 현대적 모습으로 재편되기 시작한 1960년대 말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시민 공간의 부재가 어디에서 연원하는지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21세기 서울에서 새로운 자유 공간은 60년대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산을 시민이 전유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다.

‘자유 공간’이라는 주제를 서구의 전통적 개념에 바탕을 둔 공공 공간이나 시민 공간의 변주로 이해한다면, 한국 도시에서는 그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1960년대 서울의 도시 공간이 재편될 때 시민 사회가 그 공간을 전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계속해서 그 공간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서 1960년대의 체제를 기공을 중심으로 역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5. 전시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 전시는 그동안 잘 다루어지지 않은 시대와 주제를 재조명함으로써 한국 현대 건축사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고자 한다. 개발 체제의 프로젝트와 건축가들의 유토피아적 열망을 함께 다룸으로써 한국 건축이 직면했던 복합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산업화와 민주화로 양분된 시대 인식을 극복하고자 한다.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부재하는 아카이브’와 ‘도래하는 아카이브’, 그리고 젊은 건축가들의 작업을 함께 선보이는 것은, 동시대 한국 건축을 이해하는 역사적 맥락과 참조점을 생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커미션 작업과 아카이브 전시 사이를 넘나드는 형식의 이 전시는 오늘날 한국 젊은 건축가들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전시를 매개하는 시노그래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편, 한국관 전시 기획팀은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2018 리서치 포럼>을 개최함으로써 전시를 앞두고 국내 건축계와 교류의 장이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고자 국내 건축계에 전시 주제를 공유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 이런 포럼을 비롯해, 전시와 병행 출판한 도록을 통해 전시의 주제와 의미가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6. 건축가 김수근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이 전시는 건축가 김수근 개인을 주목하는 전시가 아니다.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 시절 김수근이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누구의 손에 의해 생산되었는지 그 크레딧을 추적하고자 했다. 기본적으로 이 전시는 김수근을 탈신화화한다.

김수근에 대한 사후 평가는 양가적일 수 밖에 없다. 현재 한국에서는 민주 인사들을 고문한 남영동 대공분실 등의 몇몇 작업과 관련해서는 그를 비판적 시각으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역시 구체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 정부 기관이 요구한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는지, 당시 다른 고문실과 김수근 설계의 유사성과 차이는 무엇인지, 건축가의 역할과 권한이 무엇이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김수근의 이력을 보면 1963년부터 1969년까지, 건축가 경력의 3분의 1 이상을 기공과 관련된 일을 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작업은 아직 에피소드 정도로만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