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강 익 중

=>「Samurai with Wooden Sandals」Still Photo from the Movie, Blind Shogun

이 전시는 알루미늄 호일 바탕의 벽을 뒤덮은 8490개의 정방형 초콜릿과 바닥에 쌓인 같은 수량의 투명 플라스틱 상자로 이루어졌다. 가로 세로 3인치 크기의 초콜릿마다 미군 부대 훈장의 문양이 새겨졌고 같은 크기의 투명 상자들에는 그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들어있다. 투명 상자들을 쌏아 만든 플랫포옴 위에는 온통 초콜릿으로 뒤덮인 한국 전쟁의 영웅 맥아더 장군의 9피트 크기 동상이 세워졌다. "8490일간의 기억"에서 사물과 이미지의 조합은 1984년 작가가 미국으로 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지낸 23년(8490일)의 시간을 다시 불러내는 엘레지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기억즐은 개인적인 것과 역사적인 것을 동시에 반영한다.
강익중이 작품 제작에서 초콜릿을 처음 사용한 것은 1996년 리즈메트로폴리단 대학교에 설치한 "초콜릿을 먹는 부처"에서였고 이를 위해 가로 세로 3인치 크기의 초콜릿 2천 개가 쓰였었다. 그는 인근 주민들을 초청해 초콜릿에 각자의 이름을 새기게 한 후 이를 벽에 걸었다. 이 초콜릿들은 부처를 그린 그림 1354점과 함께 격자 무늬로 전시되었으며 초콜릿에 새겨진 이름을 읽는 작가의 목소리가 음향 효과로 사용되었다.

=>「365 Days of English」contemporary Arts Forum, Santa Barbara, CA 1996 Photo by Bob de bris

"초콜릿을 먹는부처"는, "8490일간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어린 시절에서 유츄된 것인데, 이번에는 학교에서 불교 사찰로 소풍갔던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절에서 방문객들은 자신과 가족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천장의 연등에 매달고 복을 빌곤 한다. "초콜릿을 먹는 부처"는 새로운 영어 이름을 익히면서 그 새로운 문화환경에 복을 주는 부처의 모습이 암시되어 나타난다.

올해들어 강익중은 가로 4인치, 세로 1인치 크기 목판에 풍경시리즈를 시작했는데 이는 이전까지의 3인치 정방형 형식ㅇ 비해 현격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풍경 시리즈는 주로 멀리 조그만 정자가 보이는 산을 먹물로 그린 전형적인 한국화 기법을 빌어온 것으로, 여기에는 작가의 고향집 벽에 항상 걸려있는 조부, 증조부가 그린 풍경화에 대한 회상이 짙게 깔려 있다. 게다가 거대한 산봉우리들 가운데 보일 듯 말 듯한 조그만 정자는, 뉴욕 주 북부 교외의 굽이치는 언덕들 사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작가의 집을 연상시킨다. 풍경화의 산봉우리 윗부분공간에는 깨알같은 한자들을 정성스럽게 써넣었다. 작가는 영어에 이어 또 다른 낯선 언어를 공부하려 한다. 목판의 왼쪽을 보면 "Devo imparare il Cinese(한문을 공부해야겠다)"라는 제목이 씌어있다. "Devo imparare il Cinese"는 1995년 작품 "바른마음, 많은 노력"시리즈에서 발전된 것인데, 이 말은 동양의 전통적 가르침으로서 강익중 자신이 스튜디오 한 쪽에 써 붙여 놓은 금언이기도 하다.

강익중은 자신이 새삼스럽게 한문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차이나타운의 가장자리라는 스튜디오라는 위치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값이 저렴한 중국 음식점들을 수년간 자주 드나들면서 미술가들의 모임인 '화요 점심 클럽'등에 참가하기도 했었다. {{.차이나타운 레스토랑을 요약한 "가난한 미술가들을 위한 강익주의 레스토랑 가이드"는 여기서 비롯되었다.}}. 대체로 중국 음식점에는 한문으로 쓰인 메뉴가 따로 있어 보다 나은 음식들이 제공되는데, 이 사실 또한 강익중이 한문을 공부하고자 한 이유 중 하나이다.

맛있는 음식과 편리한 지리적 여건을 덮어두더라도 차이나타운은 여전히 강익중에게 매우 특별한 곳이다. 거기에 들어서면 이국적인 동시에 친숙산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자신과 유사한 모습의 사람들 속에 섞여 걷다보면 익명적인 군중의 일부가 된 자신을 느낀다. 또한 그곳은 문화적 차이로 인한 충돌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강익중이 뉴욕에 산지는 이미 12년이 넘었지만, 차이나타운에서 만큼은 항상 관관객이 되는 듯한 느낌이다. 한편 한문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나자, 새로운 것을 맛본다기 보다는, 고대 중국과 한국의 문화의 밀접한 관계를 보건대, 오랜 문화에로 돌아가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걸어서 첼시 아파트와 차이나타운 스튜디오를 오가는 것을 얼마나 즐기는지 알 것 같다. 그 두 번화한 지점 사이에 있는 여러 구역들을 가로지를 때마다, 강익중은 끊임없이 마주치는 새로운 문화적 영역과 자아에 대한 인식의 변동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한 그의 작품은 뉴욕 지하철 그림, 부처 그림, 목판, 풍경 시리즈 등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총망라한 거승로, 오래된 작품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그 툭유의 방식을 보여준다. 이태리 오페라를 배우는 부처가 등장하며 원통형의 전시장에 목판과 풍경 시리즈가 마주 전시된다. 강익주의 작품들은 앞서 언급한 비빔밥과 같은 구조로 열려있는 융통성을 보여준다. "모두 넣고 한데 섞는다"는 말 그대로, 강익중은 국제적인 현대 사회의 복합성을 잘 포착해 작품화하는 능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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