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균과 이불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키치적 레디메이드오브제인 시퀸의 사용에 있다.   그러나 노상균의 시퀸은 이불과는 기본적으로 다른 의도와 맥락에서  비롯되고 있는   데 이불이 자연적인것에 대한 반명제로서 혹은 여성성을 연상시키는 가공적이고  장   식 적 특성와 같이 재료의 본래적인 기능을 부각시켜 문화비평을 유도하기위한 의도   로 기용했다면 노상균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경험과 연관있는 물고기를 대체하는 사   물로 또는 ‘발견된 오브제’혹은 일종의 상징적인 대상물로서 시퀸을 사용하기  시   작했다.  “나는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나는 물속에서 허   우적거리면서 그 누구도, 아무것도 아닌 채로, 또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러니까 한   낮 물고기처럼 죽을 수도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노상균) 물고기는 동서양의 고   대신화에서 특히 이불의 작업과 관련되어 지적된바와 같이 한국의 민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상징이다. 넓은 의미에서 물고기는 창조론과 연관되어 형이하학적 물질계,   나아가 무의식과 관련되어 상승하는 힘을 지닌 정신적 존재, 혹은 꿰뚫고 들어 가는    모션을 상징한다. 또는 이러한 물고기의 모션은 달의 궤도에 따라 돌아가는  인생의    싸이클을 상징하여 신비로운 인생의 배로도 간주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물고기의    특성은 두가지 의미를 지닌다.그 하나는 일종의 피안의 영역에 존재하는 이유로 희   생의 상징이자 바다와 땅사이의 관계를 상징하며 다른 하나는 무한한 수의 알을  낳   기 때문에 다산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표현되는노상균의 물고기는 처음에는  물고기   들이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상황의 서술적인 묘사, 즉 그림의 소재로 나타나다가 그   림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물고기라는 형상/대상의 구조로    관심이 발전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이 두가지 질문은 비늘의 표피성과 ‘회화성’에   서 해답을 얻게 된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그림의 지지대인 켄바스에 가해진 표면   은 물고기의 비늘껍질과 동일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켄바스라는 생경한 '신체' 를    물감이 커버하는것이 그림이라면 물고기의 육질을 보호하기 위해 덮고 있는것이 비   늘이다. 비늘하나하나의 기하형태단위와 그의 반복에서 오는 패턴의 구조는 모든 자   연대상을 그림의 기호로 인식한 끌레에 의해 이미 지적된바 있다. 이렇듯 비늘의 회   화구조로서의 잠재력, 그리고 회화의 평면성과 비늘의 표피성의 유사성외에  그림에   서의 빛의 변화에 따른 색채의 변화는 물의 깊이와 굴절하는 빛의 방향에 따라 변화   하는 비늘표면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화가는 이러한 비늘을  대체하는  사물로서    극히 우연히 시퀸이라는 레디메이드오브제를 ‘발견’한다. 작가의 말을 인용해 보   자.“우리가 사물을 바라볼 때 보여지는 사물 그 자체는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시   간이 정지된 공간에 내던져진 ‘침묵’입니다. 그것이 사물로서의 페인팅의  속성이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속성이 물속에 잠겨있는 물고기가 주는 느낌과  비슷   하다고 생각했고, 물고기 작업의 과정에서 발전하게 된것이 최근의 시퀸의 작업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광선의 각도나 변화에 따라 반짝거리는 이 투명한   장식용    물질인 시퀸은 켄바스의 물감과 물고기의 비늘의 적절한 대용물이다. 동시에 시퀸은    그 플라스틱재료의 가벼움, 현란하게 카멜리온같이 가변적인 색채, 깊이가 없는  즉   발성이 대담한 자기노출과, 공격성, 현시성이 강한 현대의 감수성을 잘 드러낸다.그   러나 작가는 이러한 세기말의 감수성을 은유하는 물질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반대의    속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처음에 그는 캔바스에 시퀸을  규칙적이   며 연속적으로 전화면에 붙인 다음 마치 그림의 연원을 밝히려는듯 물고기의 윤곽선   을 그래픽하게 나타낸다. 그러나 곧 그는 회화의 본질적 속성을 나타내는 것이 회화   의 사물성에 근접하는것과 마찬가지로 물고기의 미끌거리는 물질적인 속성을 표현하   는것이 물고기자체에 근접하는것이라 생각하고 비늘/시퀸의 연속적인 반복으로만 구   성된‘추상’화면으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물고기는 사물로, 사물은 침묵으로 침   묵은 그림으로 환원된다. 시퀸의 거의 편집적인 자기반복적과정에서 연상되는  연   속적인 질서, sequential order 는 혼돈된 현대사회에서의 인간의 삶의 기계적인 자   기희생의 끊임없는 반복을 상징하는 ‘우주적인 물고기’의 유추가 된다. 동시에 시   퀸의 작은 플라스틱원형단위는 동심원을 구성해 나가면서 스케일이 극대화되어도 역   시 원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단순성을 드러내 보이며 이러한 단순성은  미니멀리즘의    문맥을 연상시킨다. 반면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변화하는 시퀸의 물질적  속성은    회화의 일루전을 극대화 시켜 평면을 입체로 전환시킨다. 때로는 미사일 탄두나 핵,   여성의 유방이나 입술, 혹은 블랙홀과 같은 깊은 구멍을 상기시키는 그의 화면의 착   시효과는 따라서 50년대의 옵아트를 연상시켜 회화는 평면이라는 모더니즘의 관념을    흔들어 놓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지각과 관념사이의 혼돈이 그가 바라는   효과가    아닐까? 극히 최근에 들어서 노상균은 켄바스 작업외에 레디메이드불상이나  마네   킹같은 입체물 에 시퀸을 붙쳐 덮어 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평면의 일루전이  입   체로 전환된 이 신작들에서 숭배대상 - 불상은 불자들의, 마네킹은 아름다움을 꿈꾸   는 여성들의 - 으로서의 이미지에 천박한 장식물을 부가함으로서 혹은 물고기의  피   부로전락시킴으로서 상업화되어가는 종교와 성의 기능을 논평하고 있는듯하다. 다른    한편으로 의미부여의 대상으로서의 불상이란 내부신체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   영으로서의 껍질간의 불협화음을 제시하고 있는듯도 하다. 여하간 이전의  작업에서    제시하였던 심리적인 불편함이 시퀸으로 덮힌 불상에서도 야기되는것은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