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이형우에게 있어서 조각행위는 현상의 배후에 자리하는 존재의 본질을 찾아나서는 깊은 여정과도 같으며 그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입체들은 바로 그 축적된 여정의 시간 속에서 작가가 자신의 직관과 감성을 바탕으로 하여 발견해낸 조형적 결과물이다. 그가 작업의 재료로써 주로 사용하는 돌이라든가 흙, 나무, 철사 등 지극히 평범하고 객관적인 조각 소재들은 있는 그대로의 대상물로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동시에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형태를 지닌 존재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이형우는 손에 품은 재로들과 더부러 당장은 '실재하지 않는 실재'의 세계를 찾아서 고요한 모험의 길을 떠난다. 즉 그의 작품이 어떤 대상을 지칭하거나 암시하는 서술적 성격의 조각이 아닌 까닭에 눈에 보이는 이 재료들 속에 숨어있을 보이지 않는 형태를 찾기 위한 거대한 모순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때 그가 발견하게 될 궁극적 형태는 그 자신의 관념 속에서 미끄러지며 부유하는 '근원'적 형태의 모습과 그의 예술적 직관 및 손끝이 일체를 이루는 긴장된 호흡의 한 순간을 필요로 한다.

Ⅱ.형태의 가장 본래적 모습에 대한 그의 집착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이며 그가 추구하는 그 근원적 형태들은 그의 실제적 작업속에서 과연 어떤 조형성으로 마감되는가. 우선 그의 '原型'에 대한 집착은 아마도 변화무쌍하며 동시에 허망한 삶의 모습들 뒤에서 이 모든 현상을 지배하며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을 본질의 발견에 대한 강렬한 작가적 열망 때문일 것이다. 어제의 판단기준이 오늘은 무가치한 것이 되고 다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지극히 일시적이고 표피적인 가치관이 범람하는 현대의 삶 속에서 이형우는 한정된 이 시대의 물질주의 가치관을 초극하고 모든 가벼움을 뛰어 넘으며 그 배후에 당당히 도사린 어떤 본질로 끊임없이 회귀하고 싶은 욕구를 조각행위를 통해 조용하고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즉 현상의 '소실점'을 향한 조혀의 여정 속에 그의 작업행위에 대한 당위성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가시적 현상이 소실되는 그 지점에 실제로 자리하는 것은 작가에 의해 가장 최소화된 표현의 형태로 남은 원기둥, 구, 입방체, 사면체 등 단순한 기하학적 덩어리이다. 그리고 이와같은 표현의 '원형'들을 통해 작가가 지향하는 것은 '정신성'의 발견이며 이러한 정신의 충만감이 결국은 작가가 힘겨운 조형행위를 통해 찾아 헤매는 본질의 가치에 다름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즉 단순하고 평범한 조각적 재료들을 통해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들을 도출해내고 그 행위의 과정속에서 탄생한 조형물들을 통해 물성을 초극한 정신을 구현하고자 하는 변증법적이고 일견 모순된 작업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이형우의 작업 속에 뚜렷이 나타나는 것은 결국'無'를 향한 프로세스이며 바로 이것이 그의 작업의 핵심을 이루는 본질적인 부분일 것이다. 여기서 환원적 형태를 깎고 빚고 엮어내는 과정을 통한 가시적인 조형체의 구현을 넘어서 정신에 도달하고자 하는 도덕적 열망은 냉정하지 않은, 따뜻하고 소박한 예술적 감성으로 관객에게 공명을 주는 아름다운 덕목을 갖고 있다. 그것은 그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들의 인간 친화적인 특성에도 크게 기인하는데 그의 초기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테라코다 작업의 재료인 흙이라든가 그밖에 그가 지니하게 다루어온 천연적 대상물들로서 인류의 탄생 이후 줄곧 함께 해왔을 이러한 재료들에 대한 집착은 그가 탐구하는 본질의 실체가 단순하면서도 매우 소박한 인간의 심성에 관련한 것임을 은유해 준다. 즉 흙은 모든 생며의 근원을 이루는 물체로서 그 자체로서는 고정된 형태감을 갖지 못하지만 인간의 손과 뜨거운 열을 통화하면서 단단하게 조형화하는 연금술적 변환을 겪게되는 재료로서 작가의 흙에 대한 애착은 환원적 본능을 그대로 담고 있는 그의 작업의도를 매우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는 매체적 특성을 갖는다. 흙과 더불어 이형우가 즐겨 다루어 온 재료는 돌과 나무로써 그는 이 재료들의 견고한 특성상, 흙과는 상반되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제거해 나가듯 돌과 나무의 덩어리속에 숨어있을 절대의 형태를 찾아 조용한 어둠 속에서 잔잔한 긴장과 기대를 수반한 '깎아내기'의 여정을 수행한다. 즉 작가의 관념속에 존재하는 형태와 그의 감성이 인정하는 형태가 일체를 이루게 되는 어느 한 순간에 고정된 결정체의 집합이 곧 작가가 가시적으로 구현한 예술행위의 결과물이 되지만 여기서 작가가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것은 가시적으로 구현된 조형의 형체가 아니라 그 형체가 모트브로 제고하는 열린 마음의 세계에 대한 지형으로 우리는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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