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이 불

최근 한국내보다는 국제무대에서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이불의 경력은 겨우 10년 남짓하나 그가 일으킨 파장은 상당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노래 방」을 포함한 이제까지의 그의 작업은 ‘성 gender/sexuality’에 관한 문화 담론이 어떻게 미술표현과 생산체제에 개입하는가를 복합적이며 다각적으로 그 리고 다양한 소재와 표현 방식을 통해 탐구하는것으로 집약된다. 이 ‘성’에 대한 문제는 푸코식의 ‘타 the Other’ 와 ‘신체 Body’ 그리고 여성성에 대 한 개념과 연결되며 작가는 이러한 문제 혹은 담론이 어떻게 서양과 동양, 고 급문화와 저급문화, 체제와 반체제, 인공과 자연, 이미지와 반이미지와 같은 이분등식의 기존생산/재생산방식과 표현체제에 작용하는가에 관심을 보여왔다. 장르나 소재에 구애받지않고 예술과 삶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블랙유머 와 아이러니, 비장함과 공포감을 동시에 교차시키며 우리의 관습화된 의식과 지각을 끊임없이 해체하며 전복시키는 이불의 작업을 특정한 카테고리나 유형 으로 묶는다는 것은 불가능 하나 구태어 특징지운다면 개념미술적 측면과 연결 시킬 수 있다.언어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한 이불의 작업에 미술사에서 가장 객 관적이라 할 수 있는 연대기적 분류를 적용해 본다면 크게 세개의 묶음- 자신 의 신체를 매개체로 기용한 퍼포먼스, 부드러운’조각 오브제, 사이보그등 궮 막 대별해 볼 수 있으나 이 분류는 해석의 편이를 위해 극히 고의적인 것이 다. 이불은 데뷔할 무렵인 80년대말 90년대초의 한국화단은 한편으로는 서구포 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다양한 문화담론들이 이론의 단계를 지나 실제화되 어 나타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의 한국의 거품경제와 물질적 풍요 를 반영하듯 다분히 말초적이고 키치적이며 센세이셔널한 대중문화(특히 일본 대중문화)가 일반대중 특히 젊은 세대의 감각의 촉수를 자극하며 순수와 상업 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생각되던 이른바 새로운감수성이 세기말적 가치의 혼돈 과 더불어 선명하게 그리고 도발적으로 득세하기 시작 하던때였다.아울러 한국 화단은 그동안이 물질적인 성장에 힘입어 예외없는 호황을 누리던 때이기도 했 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불은 이러한 한국의 시대적 상황이 배태해낸 작가라 할 수 있다. 여하간 그는 일련의 선동적인 퍼포먼스로 화단의 ‘무서운 아이’ 로 데뷔한다. 관습적인 조각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또 일견 경직된 모더니즘 이데올로기에 대한반동전략으로서, 그러나 가장 크게는 잇달은 군사정부의 사 회적 정치적 힘의 체제가 어떻게 기존 남근중심의 담론을 강화하고 여성에 대 한 억압과 여성의 상품화를 조장해왔는가에 초점을 둔 그의 퍼포먼스는 자신의 누드신체를 과감하게 매개체로 기용, 관객을 당혹케 하였다. (「낙태」,1989, 「Artoilet」, 1990) 신체의 -더 정확히는 우리의 신체에 대한 의식의 -‘불안 정함’과 동시에 탄탈루스와 같이 끊임없이 솟구 치는 원초적인 욕망을 폭로한 퍼포먼스에서 이불은 이미 그의 후의 작업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이른바 ‘부드 러운 조각’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조각’은 작가 스스로가 일일히 합성고무로 패딩해 꿰매어 지은 현란한 원색조의 일종의 ‘의 상/옷’으로서 이전의 그룹전에서 보여준바와 같이 그자체로서 독립적인 작품 이 될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신체의 개입과 액션을 요구한다. 싸구려 시퀸 과 구슬들로 장식한 각 요소와 부분들은 팔, 다리,뿔 혹은 꼬리들을 닮은 부속 품들이 달려 있어 이 바디슈트를 입은 주체/퍼포머의 몸을 심하게 과장하거나 왜곡되게 변형시켜 괴물과 같이 보이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부드러운 조 각’의 효과는 기괴하고 코믹하면서도 기이한 ‘성적’매력이있는 그런 것이었 고 이 ‘조각/옷’을 입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공공장소나 거리,공황을 활 보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그의 모습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위반이었고 도전이었다. (「Sorry for suffering -You think I'm a puppy on a picnic?」 김포와 나리타공항, 도꾜 시내로 이어진 12일 퍼포먼스, 1990)

노 상 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