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참여와 반응을 작업의 과정에 편입시키는‘과정미술’적인 차원의 퍼포먼스에서 이불은 서서히 보다 전통적인 그러나 행위예술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인 오브제 작업으로 옮아간다. 굴비 혹은 도미와 같은 날생선을 화 려한 옷장식에 쓰이는 시퀸과 스팡글로 바늘로 떠가며 장식해 하나씩플라 스틱봉지에 넣거나 철사에 꿰어 일렬로 늘어놓은 이「화엄」이란 작품은 날생선의 육질감과 반짝거리는 시퀸의 거의 투명한 재질감이 결합 충돌하 면서 예기치 못했던 신선하고도 새로운 미묘함을 야기하고 있었다.이 작 품은 한편으로는 상호대치되는 요소에 대한 해체주의적시각과 그 불안정성 을 반영한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물고기는 시퀸과 구슬, 플라스틱으로 대표되는 인공적이고 가상적인것 우위에 존재하는 보편적이고 영원한 것으 로 이상화된 자연의 상징이다. 아울러 물고기는 서양 특히 기독교에서는 인간을 위해 죽어간 희생자로서의 예수의 상징이며 한국민화에서는 풍요와 다산으로서 신화화된 여성의 시각적인 코드이다.이 작품이 주었던 미묘함 의 충격은 그러나 아름답게 치장한 오브제로서의 물고기가 아니라 오히려 살아있는 물고기의 살을 시퀸이나 구슬을 꿰기위해 바늘이 뚫고간 과정이 그리고 그러한 액션을 가한 작가의 사디즘적인 심리가 너무 생생하게 들어 나보였기 때문이었다. 날생선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죽음으로 이행, 마 지막으로 남는것은 싸구려 장식품인 시퀸과 구슬뿐 물고기는 ‘해체’되어 구성의 프레임인 뼈만 남기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과 인공에 대한 우 리의 관념적 위계질서가 역행되는 아이러니를 보게되며 데리다적인 해체가 구현됨을 본다. 생선이 부패해가며 풍기는 악취는 전시장을 장악하게 되며 작품을 처음 접했을때의 기이한 환상을 불쾌감으로 사로잡게된다. 마치 여성의 노화에 대한 영원한 투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기계처럼 의미 없이 반복,나열되고 있는 이 쓸데없이광채나는 ‘화엄’은 서서히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 이렇듯 냄새의 감각을 개입시킴으로서 미술이라는 시각예 술체제와 표현방식에대한 일종의 도전장을 제시하고 있는「화엄」은 1991 년 국내의 그룹전에서 최초로 발표되며 이 작품은 스케일과 구성은 다르나 1993년 호주 “아시아태평양지역 트리엔날레에서 1997년초에는 뉴욕 근대 미술관에서, 같은해 여름에는 리용비엔날레에서 계속해 선정됨으로서 작 가를 국제화단에 각인시키는 계기를 제공해 준다. (「화엄, Majestic Splendor」, 1991, 1997) 비린내 나는 악취를 내는 부 패의 과정중의 「화엄」은 르네상스이후 미술에서 항상 절대적인 위치를 장악해왔던 시각 이미지가 아닌 취각이라는 새로운 감각의 영역을 끌어냄 으로서 작가는19세기말 이후 모더니즘진영에서 소외시켜왔던 보들레르식 의 오감의 유추와 공감각의 미학 synaesthesia, 나아가 취각의 탁월한 감 각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때에 관객의 참여는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내가 추구하려하는것은 지배적인 미학원리로서의 시각의 우위성에 대한 관계로서의 표현방식의 개념이다.....어떤 의미에서 나는 전통적인 시각예 술의 전략을 전복시키며 이미지의 절대적인 위상을 교란시키고자 한다.” (이불) 1998년 이불은 뉴욕구겐하임미술관이 수여하는 휴고보스상을 거머 쥐는 영예를 안게되며 수상작으로 「사이보그」연작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