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문화평론가이자 맑시스트자 과학자이기도 한 미국의 도나 하라웨이 Donna Haraway의 <사이보그 선언문>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은 작가는 또 하나 의 컷팅 에지개념을 각인시키기 위해 그리고 이제까지 그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던 여성의 스테레오타입지어진 재현에 대한 탐구의 결정체로 오래전부 터구상해오던 '사이보그'를 실현했다.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서구미인을 닮기 위해 코를 높인다든가 가슴을 크게한다든가 등 성형수술을 할 때 쓰는 의학용 실리콘과 안료를 재료로 쓰고 있는 이불의 반투명한「사이보그」 -채색된 사 이보그와 무광택백색의 두종류로 구분되는 한편으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의 이미지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피에타라든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 생」마네의 「올림피아」와 같은 서양미술사의 이상적인 여성도상의 포즈를 합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불의 「사이보그」는 육체미를 과시하고 있으나 기 관이 없다든지 팔 또는 다리가 잘린 기형의 신체를 하고 있어 우리의 기술의 완벽성에 대한 믿음과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연한다면 이불의 사이 보그의 개념은 폭력적인 수퍼파우어와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소녀의 연약한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사이보그들로 이들의 주인이나 조 종하는 주체는 남성인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이불은 하이테크놀로지의 산물인 괴물 혹은 사이보그에서조차도 여성성의 구조와 개념은 전통적인 남근 중심의 고정관념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 이를 문제삼고자 하 는것이다. 이 때의 기형화된 신체의 강조는 왜곡된 남성의 시선 Gaze 을 고 발하기 위함이다. (도판, 「사이보그」, 1998) 사실 사이보그는 작가도 밝히 고 있듯이 의족, 의수, 혹은 촉수와 같은 몸을 연장, 확대하는 기구들을 신체 의 요소에 첨가한 초기의 ‘부드러운 조각’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초기작에서는 물질적인 의미에서의 실제로 살아 있는 신체와 오브제 그 리고 문화와의 경계들을 탐구했다면 최근의 사이보그는 한편으로는 신체를 연 장하고 대체하는 것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하이테크놀로지의 수단에 의해 ‘재현’ 즉 복제되는 신체를 다루고 있다. 이불이 새삼 발견하는 사실은 아 무리 최첨단 기술과 고안이 여성의 신체를 생물학적으로는 바꾸어놓을지 몰라 도 여성성의 표현은 여전히 전통적인 고정관념과 그에 의한 이념과 담론을 지 속하고 있다는 점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