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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정부에게 바란다’
정책과 현안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

출범 7개월 차, 제20대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도 본격 수립을 앞두고 있다.
올바른 방향의 정책 정립을 위해서는 정책의 주요 대상자인
예술인의 의견 역시 매우 중요하다. 설문조사를 통해
문화예술정책과 현안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주목해야 할 이면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글_권용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책임연구원)
들어가며
지난 7월 26일, 윤석열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가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됐다. 120대 국정과제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비전으로 하고 있으며, 6대 국정목표, 120대 과제로 구성됐다. 120대 국정과제 중 예술 분야 관련 과제는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으로 공정한 맞춤형 예술 지원, 예술산업 경쟁력 제고, 예술인 복지 안전망 강화, 장애예술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정과제 발표 이후 문화예술 정책이 구체화되는 이 시점에서 정책의 주요 대상자인 예술인의 의견을 들어봤다. 설문조사를 통해 예술인들이 필요한 정책과 각 장르별로 체감하고 있는 현안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고자 한다.

제20대 정부의 문화 부문 국정과제 Ⓒ국무조정실

분석자료 설명
예술인들의 정책 및 현안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20년과 2021년 동안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을 신청한 경험이 있는 예술인 4,678명을 대상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한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온라인 조사는 2022년 8월 23일부터 9월 9일까지 이메일을 발송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조사 결과 전체 대상자 4,678명 중 233명의 응답을 수집했다. 수집한 데이터는 응답자 특성에 대한 기술통계 분석, 정책 수요 및 현안에 대해 서술식으로 작성된 응답의 형태소 정제 작업을 거쳐 워드클라우드 분석, 단어 간 네트워크 분석을 하고 시각화했다. 또한, 분석 결과의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실제 응답 내용 분석을 추가로 진행했다.
분석결과

응답자 특성(성별)

응답자 특성(연령)

응답자 특성(주 활동 분야)

설문조사에 응답한 233명의 응답자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은 여성 53.2%, 남성 46.8%로 분포했다. 연령은 30대 응답자가 3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60세 이상 21.9%, 40대 21.5%, 50대 12.0%, 10대 10.3%로 뒤를 이었다. 응답한 예술인들의 주 활동 분야는 문학 41.6%, 시각예술 15.9%, 연극 등 공연예술, 다원 및 기타 장르가 42.5%로 분포1 했다.
워드 클라우드 분석(장르별)
장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정책과 장르 현안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워드 클라우드로 분석해 빈출 키워드를 찾았다. 그 결과, 장르별 주요 키워드는 다음과 같이 도출됐다.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세 장르 모두에서 ‘지원’과 관련된 키워드가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했다. ‘창작지원 정책’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설문 응답 내용 분석 결과, 장르별 지원 정책에 대한 인식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문학 장르에서 ‘창작지원금’ 키워드는 지원 규모 자체의 문제 제기보다 창작 지원 사업의 진입 장벽, 지역별, 세대별, 문학 세부 장르별 지원 범주에 관한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시각 장르는 ‘창작지원 방향’에 대한 것으로 창작자 생애주기 계층별 지원 배분 문제, 예술 활동에 있어서 전시·작업 공간 지원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 장르는 ‘지원 방식’에 대한 것으로 일회성 지원이 아닌 예술활동 기반을 공고히 하고 예술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중·장기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단어 간 네트워크 분석
(장르별 정책 수요 및 현안 인식)
장르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 및 현안 인식 조사 후, 응답 키워드에 단어 간 네트워크 분석을 했다. 이를 통해 워드 클라우드 분석 결과로 도출한 내용을 보다 세부적으로 파악해 보고자 했으며, 결과는 다음과 같다.
문학

창작 지원의 범위 확대 필요
문학상과 지원사업의 공정한 선정
문학계 불공정 관행 타파
도서관 대출 도서 작가의 저작권료 지급 공론화

문학 장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정책

문학 장르 현안에 대한 인식

‘문학 장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정책’은 워드 클라우드 분석 결과와 동일하게 ‘창작’과 ‘지원금’ 키워드를 중심으로 단어 간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창작’과 ‘지원금’ 키워드를 중심으로 ‘창작+작품+발표기회+지면+확대’, ‘창작+지원금+확대’의 연결성이 나타났고, ‘분야’ 키워드를 중심으로 ‘문학+분야’, ‘문학의 다양한 장르 키워드(소설, 시, 아동문학, 동화 등)’와의 연결성이 확인됐다. 창작 지원과 관련해 창작 지원 제도 개선, 확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는데 세부 내용을 보면, 지원 규모 자체를 늘리기보다 수혜 예술인 범위를 한정 짓는 문제의 개선이나 작품 발표 기회나 지면, 출판지원 확대에 대한 개선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문학 장르 현안에 대한 인식’은 ‘공정성’ 키워드를 중심으로 ‘선정’, ‘심사’ 키워드가 연결돼 나타났다. 문학상이나 지원금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공정에 대한 예술인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데, 선정 심의에 참여하는 위원들과 인맥이 있는 작가가 선정되거나 심의위원 개인의 취향이 심의에 반영되는 등 비합리적인 요소에 의해 선정 결과가 좌우된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 키워드를 중심으로 ‘출판사’, ‘계약’이 연결된 점과 ‘도서관’, ‘공공대출권’의 키워드가 연결성을 보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출판사와의 불공정 계약, 출판사의 갑질로 인한 낮은 원고료 책정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문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시 저작권자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것처럼 도서관에서 대출이 이뤄질 때 작가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론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각예술

생애주기 계층별 공정한 지원 배분 필요
전시·창작공간 지원 확대 필요
예술인 복지제도의 실효성 확보 필요
시각예술계 불공정 관행 타파
경력단절 예술인의 지원사업 진입장벽 해소

시각 장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정책

시각 장르 현안에 대한 인식

‘시각 장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정책’ 분석 결과 주목할 만한 것은 ‘예술가→복지제도’의 연결성이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지원 강화, 최소한의 예술인 사례·작업비(fee) 가이드라인 수립, 예술인 고용보험 등 시행되고 있는 제도 중 현실에 맞지 않아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제도를 개선,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 키워드를 중심으로 ‘신진’, ‘중견’, ‘개인’, ‘전업’ 등 예술가 생애주기별 계층을 의미하는 연결성이 나타났고, ‘작가→창작 지원’의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생애주기 계층별 창작 지원 정책에서 청년이나 신진에 대한 지원은 많지만 다른 계층의 지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시’, ‘공간’, ‘공간 지원’의 연결성에서도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작업 공간이 요구되는 시각예술 분야 특성을 고려한 공동 작업공간 인프라 확충, 작업공간 임대료 지원 등 제도적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각 장르 현안에 대한 인식’ 분석 결과, ‘심사’ 키워드가 ‘위원’, ‘수혜 확대’, ‘비합리’, ‘지원’, ‘사업’ 등과 다양하게 연결돼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각종 지원제도의 수혜자, 시각예술 분야 상의 수상자 선정 방식에 관한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이는 특정 예술인이나 단체가 지원금 혜택을 받고 수상을 독식하는 상황이 비합리적이라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원’ 키워드가 ‘작가-청년’, ‘중견’, ‘신진’, ‘이력’ 등 생애주기 계층별 키워드와 연결돼 나타났다. 청년-신진 작가, 중견-원로 작가 등 생애주기별 지원 기회 확대의 이슈와 더불어 수준과 한계를 정의하기 어려운 시각예술 장르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청년-원로 예술가로 구분해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상황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밖에도 ‘경력’ 키워드가 ‘진입’, ‘장벽’, ‘단절’과 연결된 점, ‘불공정’, ‘기준’, ‘대가’, ‘보완’ 등의 키워드가 돋보인다. 이는 지원사업 시행 시 경력단절 예술인들이 나이, 경력 기준 등의 요구조건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문제로 인식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저비용으로 굳어진 예술인 사례비로 체결되는 불공정 계약에 대한 문제 인식을 살펴볼 수 있었다.
공연예술

중장기 지원사업의 확대 필요
예술인 복지제도의 현실화 필요
신진 작가·단체에 대한 기회 제공 확대
순수예술2 지원으로 예술의 다양성 확보
공연장 인프라 확대

공연 장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정책

공연 장르 현안에 대한 인식

‘공연 장르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원 정책’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지원’ 키워드가 전체 단어 간 연결성의 핵심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원’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장기→지원’이 가장 강한 연결성을 나타내고 있으며, ‘지원→사업’, ‘지원→확대’의 연결성이 확인됐다. 중·장기 창작 지원 사업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예술 창작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인식을 보이며,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정책은 결국 공연예술 분야의 창업 등의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예술인’ 키워드도 중요한 연결성을 보여주는데 ‘예술인→복지제도’, ‘예술인→창작’으로 이어졌다. 예술인 복지제도와 관련해서는 시각 분야 의견과 유사했는데, 의료 혜택, 고용보험, 실업급여 등 이미 존재하는 정책이나 공연예술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낮은 정책에 개선, 보완을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편, 현재의 지원제도가 기존 주류 예술인을 중심으로 반복 지원하는 구조이며, 신진 작가 지원이 취약한 것에 문제 제기가 있었다.
‘공연 장르 현안에 대한 인식’은 ‘지원’과 ‘예술’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체 단어 간 연결성이 형성됐다. ‘예술’ 키워드를 중심으로 ‘예술→지원’, ‘순수→예술’, ‘예술→활동’, ‘예술→전공자→일자리’, ‘예술→순수예술→소외’ 등 다양하게 연결됐다. 주요 내용을 확인해 본 결과, 예술대학 졸업 후 공연예술 분야를 전공으로 직업을 갖기 매우 어려운 구조에서 전업 예술인은 고사하고 겸업 예술인 지위를 유지하기조차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순수예술과 관련해서는 수익 저하로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과 작품활동 자체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것이 예술활동의 다양성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밖에 ‘전용→공연장→지원’의 연결이 눈에 띄는데, 이는 공연 인프라의 특정 지역 편중, 수도권 외 지역이나 비인기 공연 장르에서는 관객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적다는 문제와 연계된다.
1) 이후 분석은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로 통합해 진행함
2) 설문 응답 내용 분석을 살펴본 결과 순수예술은 상업성이나 대중성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공연예술 장르를 의미함
권용민
권용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책임연구원)

2016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정책연구를 수행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 존재하는 추상적 수치들을 모아 ‘고유한 사실’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다양한 문화예술계의 이슈들을 찾아내는 일에 일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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