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원회의 활성화와 운영의 성과가
앞으로 위원회의 성과를 좌우할 것1”
필자의 생각에 1990년대에 시작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전환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좋은 예술 지원정책의 구현’이었던 것 같다. 이전부터 있어 온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공정성과 투명성, 전문성에 대한 개혁 논의는 1997년 IMF 이후 일련의 상황에서2 새로운 예술 지원정책과 체계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했다. 2001년 국회의원 주최의 공청회에서는3 “정부 주도의 문화정책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독임제 체제는 세부적 해당 분야 전문성에 한계가 있으며, 자유롭고 다양한 문화예술계의 의견 수렴이 곤란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물론 그 대안으로 위원회 체제가 과연 전문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와 함께 구체적 모델과 역할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기초예술의 존폐에 대한 위기감과 시대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예술 지원체계에 대한 공감대 아래 2003년 범 문화예술계 3,000명이 위원회 전환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2004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촉구를 위해 문화예술인 3,500명이 국회에 탄원서를 전달하는 등 문화예술계의 지지에 기반해 문화예술진흥법 개정(2005.1)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범(2005.8)이 이뤄진다.
국내외 환경에 따라 변화해온 문화예술계
좋은 예술 지원정책을 구현할 수 있는 대안적 시스템으로 위원회 체제를 선택한 것인데, 당시 논의된 위원회 전환의 상(想)은 다음과 같다.
“예술정책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고 전문성 있는 위원들이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예술정책을 수립함으로써 다양하고 복잡한 예술 환경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위원과 소위원들이 정책 수립부터 지원 심의에 이르는 과정에 일관되게 참여함으로써 현장의 요구와 밀착된 제도 운영이 가능하고 수시 논의 구조를 바탕으로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의사결정의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4”
이를 보면 위원회가 추구해야 하는 바는 정부로부터의 자율성(팔길이 원칙), 예술 현장의 참여와 정책 반영(민주성), 전문적 예술 지원정책의 수립(전문성)과 투명한 운영(투명성) 등이다. 위원회 위원들이 이를 모두 수행하기 어렵기에 소위원회를 통해 위원회 직무를 효과적·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예술 현장의 요구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즉 위원회가 지원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큰 그림을 그리면 소위원회는 해당 분야의 정책 및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소위원회가 예술 현장의 현안 사항에 즉각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사무처와 협력함으로써 현장 요구에 부응하는 지원정책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5.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원회 운영의 효율성, 효과성, 전문성을 지향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 현장의 참여와 소통을 지향하는 다양한 목적 아래, 약 18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모델은 지속해서 변화해 왔다.
거버넌스 모델 찾아가기
소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고민은 각 위원회 기수별 소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녹아있다. 위원회 전환 초기(1기)의 소위원회 구성은 7개 장르 소위원회(문학, 시각, 연극, 무용, 음악, 전통, 다원)와 4개 기능(남북‧국제 교류, 지역문화, 예술의 사회적 역할 확대, 기초예술 가치 확산, 정책) 소위원회로 구성됐는데, 위원회 전환 과정에서 제기된 예술 현장의 의견 수렴과 정책 기능 강화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원회 구성 현황
2기에서 5기의 소위원회는 기능 및 주제 중심의 소위원회를 구성, 위원회 운영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소위원회에서는 주제별 전략 검토, 위원회 요청 사항에 대한 위원 간 내부 논의 및 자문을 추진함으로써 위원회 본회의에서 집중 검토가 필요한 사안의 위원 간 논의 비중을 높이고자 했다. 특히 재원 확보와 민간 기부 활성화를 위해 소위원회에서는 회계, 법률, 경제인연합회 소속 위원을 포함해 주제 분야의 정책 자문 기능을 강화했다.
소위원회 위원 구성 현황
이후 6기 위원회에서는 기관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증가함에 따라 현안별 소위원회와 외부 위원 참여가 확대했고, 특히 소위원회 구성의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최초로 공모 형식으로 위원을 구성했다. 그러나 소위원회 수 및 인원 확대로 소위원회 간, 소위원회와 위원회 간 소통 및 환류가 약화한다는 인식이 확대하며 7기 위원회에서는 역할과 목적을 중심으로 상설 소위원회와(예술 현장 의견 수렴 및 정책화) TF형(예술 현장 변화 및 이슈 대응을 위한 미션 중심) 소위원회를 운영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따른 현장 대응력과 정책 기능을 높이는 소위원회를 실현하고자 했다.
소위원회 참여자의 거버넌스 인식조사 결과6
문화예술지원기관에 대한 거버넌스 인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거버넌스 체계 제언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소위원회 위원과 소위원회 담당자를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한 구조화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조사는 2023년 1월 26일부터 2월 6일까지 이메일 발송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메일 발송 대상자 214명 중 64명의 응답을 수집했다.
응답자 특성
설문조사에 응답한 64명의 응답자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은 여성 56.3%, 남성 43.8%로 위원회 참여 시기는 6-7기 소위원회 위원이 약 68.8%이다. 위원회 참여 경로는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 39.1%, 위원회 및 사무처 추천 34.4%, 모집 공고로 참여 10.9%, 사무처 직원으로 참여가 약 15.6%이다.
거버넌스 인식 및 참여 경험
거버넌스의 기반(조건)으로 논의되는 거버넌스 환경 조성, 신뢰, 협력과 소통 부문에서 문화예술 분야 공공 부문의 현재 수준과 중요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은 문화예술 공공 부문의 거버넌스 기반 구축에 대해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부여했고(평균 2.8점) 세부 조건으로 거버넌스 환경(3.23점), 신뢰(3.39점), 협력과 소통(3.11점) 모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거버넌스 현재 수준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또한 문화예술 공공 부문 모두 거버넌스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예술 현장과 지원사업의 접점이 비교적 높은 예술 지원기관의 거버넌스가 비교적 더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거버넌스 평가 인식
중요도 인식
거버넌스 참여 경험의 효능감은 개인(평균 3.98점)과 기관(평균 3.67점) 모두에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고, 개인에 대한 영향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개인 차원에서는 기관에 대한 이해 증진(4.25점)이 가장 높고, 기관 차원에서는 예술 현장과의 의사소통 강화 측면(3.92점)에서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거버넌스 참여 경험의 효능감
반면 소위원회 참여에서 느꼈던 어려움에 대해 소위원회 목적과 목표의 불명확성, 충분한 논의 시간 부족, 소위원회 논의(제안) 사항의 환류 미흡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항목들은 소위원회 개선 시 중요 고려 사항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위 순위로 나타나고 있다.
“소위원회에 참여하는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예술인을 직접 만날 수 있었던 경험이 의미 있었다. 예술인들이 모여 예술과 예술인의 삶을 함께 논의하는 것은 당장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런 네트워크와 소통 속에서 예술의 방향성과 비전이 만들어진다. 소위원회 위원으로서의 활동으로 예술 전반에 넓은 시야를 가지고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예술인이 행정가가 될 수는 없다. 그 간극을 메워 줄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위원회 참여 시 느꼈던 어려움
“소위원회의 목적과 활동 범위, 권한 및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위원회 위원 선발 과정도 재설계하고 권한과 의무에 맞는 대우(사례비 등)가 이뤄져야 합니다.”
소위원회의 개선 방향
그렇다면 소위원회 개선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중요 항목은 무엇일까? 응답자의 약 52%가 소위원회의 운영 목적과 의제 성격 등 소위원회의 역할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1순위, 33명)고 응답했다. 소위원회 모델 설정(소위원회 구성 및 위원 구성 기준) 역시 약 31%가 중요하다(1순위, 20명)고 답했다. 구체적인 개선 사항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소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예술 현장과의 소통 및 의견 수렴(1순위, 22명), 위원회 요청 분야에 대한 전문 분야 자문(1순위, 14명)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소위원회 개선 시 중요 항목 · 역할의 중요도
“소위원회는 위원회와 사무처의 정책 형성 과정을 보완하고 집행 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됩니다. 장기 비전에 부합하는 당해 연도 목표의 이해를 높이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고 소위원회 성과는 거버넌스 환경 조성, 중장기 목표 수립, 단기 사업 수행 등으로 나누어 평가받아야 합니다. 기존 위원회 사업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사업을 발굴·연계하는 활동이 참여자들의 동기를 높일 수 있습니다.”
소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장르 중심(3.42점)보다는 기능‧목적 중심 소위원회 구성(4.11점), 외부위원의 참여(4.11점), 소위원회 위원장의 민주적 선출(4.14점)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소위원회와 사무처 연계 강화를 위해 사무처의 책임 있는 관리자가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4.28점)는 답변을 보였다.
소위원회 구성 시 · 위원 구성 시 중요 고려 사항
소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해 소위원회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운영 초기에 활동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함(1순위, 29명)으로써 유의미한 의견 개진이 이뤄질 수 있도록(1순위, 20명) 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무처의 소위원회 활동 지원 부문에서는 소위원회 의제 내용과 지원부서 업무의 연계성을 높이고(1순위, 25명), 소위원회 충분한 활동 기반(정보제공, 다양한 활동 지원 : 1순위 25명)을 마련해야 함을 제시했다. 또한 소위원회 운영에서 논의 사항에 대한 위원회 및 사무처의 피드백(1순위, 35명)과 예술계로의 발신(1순위, 19명)을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소위원회 운영 시 중요사항
[소위원회 개선을 위한 제언]
– 존재하거나 계획 중인 소위원회와 활동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야 내적으로는 책임 있는 운영, 외적으로는 활발한 참여 유도가 가능해질 것임
– 장르 및 기능 중심을 떠나 해당 시기에 소위원회, 즉 외부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한 주제가 무엇인지 초반에 충분히 논의하는 작업이 필요함
– 개방된 온라인 아카이빙처럼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공개하고 누구나 찾아볼 수 있도록 쌓아두는 장치가 필요함
– 현장과 가까운 기관일수록 기관과 참여자들 간 갈등 조정 능력이 있는 거버넌스 조직의 지속적 운영이 중요함. 거버넌스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 소통 구조와 충분한 지원, 일정 정도의 권한과 책임이 동반되어야 함
– 참여자들이 주요 현안을 협의해 설정하고, 문제 해결 목표와 과정을 진행하는 경험을 통해 참여자 간 신뢰가 생태계로 확산하는 거버넌스 경험이 필요함. 진정한 거버넌스의 목표는 상호 신뢰 그 자체임
설문 결과는 거버넌스 체계로서 소위원회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필요한 요건을 보여준다. 구성 단계에서는 목적과 목표를 초기에 설정하고 그에 적합한 참여자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무처는 각 소위원회의 목적별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위원회별 논의 사항이 위원회와 사무처로 환류해 예술계로 발신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함을 보여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회 체제는 당시 정부 역할(집행·규제에서 기획·평가로)과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 변화(전통적 관료제에서 거버넌스로) 속에서 예술 지원기관이 전문성과 효율성, 현장 의견 수렴과 대응력 강화라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문화예술계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위원회는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예술위원회에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전문성 강화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기능별 위원회(sub committee), 우리나라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는 자문 성격의 위원회와 다른 다차원적 성격을 갖는다. 단, ‘문화예술 거버넌스’라는 추상적 용어를 문화예술 지원기관에 적합하게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소위원회의 이상적 역할 vs 현실 체계(정부 예산 수립 시기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소위원회 정책 논의 시기의 편차 등), 권한 위임 vs 대표성과 책임성이라는 여러 고려 요소들 속에서 목적에 맞는 소위원회 모델‘들’에 대한 구상과 거버넌스 정책 수립이 필요할 때다.
참고자료
1) 양효석(2006). 위원회 전환,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KOREAN CULTURE & ARTS JOURNAL 참고
2) IMF 체제에서 예술계 전반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각 예술 장르의 현장이 초토화 됐다. 예술 현장에서 기초예술의 존폐에 대한 위기감은 나날이 고조됐고 이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 주도 예술지원 정책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목소리로 나타났다. 그러던 중 2000년 문예진흥기금 모금에 대한 위헌 신청이 발생했다. *참여정부 정책보고서(2008). p.5-9 참고
3)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민간위원회 전환 등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공청회(2001.6.14.)
4)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2008). 한국문화위원회 설립 : 현장예술인, 예술정책의 중심에 서다. p.22 참고
5) 양효석(2006). 위원회 전환,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KOREAN CULTURE & ARTS JOURNAL 참고
6) 갑작스러운 설문 요청에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신 소위원회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락처 변경 등으로 모든 위원님께 연락을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설문 결과가 제한적으로 나온 점은 전적으로 연구자의 책임입니다.
나혜영(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책임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책임연구원으로 2020-2022 제7기 정책혁신소위원회 지원 담당자였다. 상설 개념으로 논의를 지속해야 하는 소위원회와 이슈 중심(대응)형 단기 소위원회(TF)라는 새로운 소위원회 운영 모델에 참여한 소중한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소위원회가 태생적 의미를 실현하는 다양한 거버넌스’들’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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