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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한류, 진짜일까…?’
해외에서 경험한 예술 한류의 실상

한류 콘텐츠의 국제적 인기로 예술 한류도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 활동한 예술인들은
과연 이 같은 국제적 관심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지원사업에 참여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바라보는 예술 한류의 실상을 파악했다.
글_권용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책임연구원)
들어가며
1990년대 후반부터 드라마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 오던 한류는 최근 K-팝(POP)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국제적 인기는 정부의 문화산업 정책, 좋은 문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문화 생산자의 역할, 그리고 한류 콘텐츠를 사랑하는 국내외 수용자의 상호작용 속에서 가능했다1 이 같은 한류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어지면서 그 수요와 인기가 기초예술(K-Arts)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제2차 문화진흥 5개년 기본계획(2023~2027)’ 중 ‘자유와 연대의 날개를 단 K-컬처, 그 새로운 5년’에는 K-Arts의 매력을 세계로 확산하는 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새미2는 외신이 한류를 분석한 기사를 살펴보면 유독 한국 정부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류의 확산에 정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관한 학계 논란을 정리하며, 한류의 성공 요인으로 정부 정책과 글로벌 OTT 시장의 부상, 한류 팬덤 활동, 한류 수용자들의 역할 증대를 꼽았다.
이 글은 예술 한류(K-Arts)에 대한 탐색적 관점에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2019~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 지원사업 선정자를 대상으로 정책(사업) 참여 경험, 예술 한류 정책과 예술 한류의 해외 수용에 대한 인식, 미래 전망 및 활성화에 대한 제언 등 네 부문으로 나눠 구조화된 설문지를 통해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수집한 데이터는 응답자 특성, 인식 조사에 대한 기술통계 분석을 진행했으며, 서술형 문항에 대한 응답 내용을 분석해 결과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파악하고자 했다.
응답자 특성

응답자 특성

설문조사에 응답한 66명의 특성을 살펴보면, 성별은 여성 57.6%, 남성 42.4%로 분포했다. 30대와 40대 응답자가 각각 33.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50대 24.2%, 20대와 60대 이상이 각각 4.6%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주 활동 분야는 문학 9.1%, 시각예술 28.8%, 연극, 무용 등 공연예술 53%, 다원예술 9.1%로 분포했다.
응답자 참여사업 및 참여연도

응답자 참여사업 및 참여연도

다음으로 참여했던 사업 및 참여 연도를 조사했다. 두 문항 모두 중복 응답이 가능하게 했다. 참여 사업은 ‘한국예술국제교류지원’ 42명, ‘예술가해외레지던스지원’ 29명, ‘청년예술가해외진출지원’ 6명, ‘국제교류플랫폼리서치지원’ 5명 순으로, 참여 연도는 2019년 29명, 2021년 24명, 2022년 23명 순으로 나타났다. 참여 연도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개 연도만 참여한 예술가 38명(57.6%), 2개 연도 16명(24.2%), 3개 연도 10명(15.2%), 4개 연도 이상이 2명(3%) 분포했다. 이밖에 ‘국제교류 지원사업 참여 이후 해외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59명(89.4%)이 지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제교류 지원사업의 참여가 해외 활동을 지속하는데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할 수 있으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국제교류 지원사업(정책) 참여 경험 분석
국제교류 지원사업이 국내 기초예술의 세계적 확산과 기회 확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참여 예술가의 인식과 사업 진행 중 중점을 두었던 부분, 사업 참여를 통해 창작자로서 얻은 이점과 경험했던 어려움을 조사함으로써 사업의 효과, 운영 방향 등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기초예술의 세계적 확산 기회 확대에 대한 인식

기초예술의 세계적 확산 기회 확대에 대한 인식

사업 참여 예술인의 관점에서 국제교류 지원사업과 활동이 국내 기초예술의 세계적 확산과 기회 확대에 기여하는지 물었다. 56%의 응답자가 ‘확대됐다’라고 인식했고, ‘보통이다’ 28.8%, ‘확대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15.2%로 분포했다. 긍정적 인식을 보인 응답자들에게 그 이유에 관해 물었는데 서술형 답변 분석 결과, 국제교류 지원사업 참여로 형성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한 후속 협업 작업의 확대, 현지 언론 소개로 한국 기초예술에 대한 좋은 인상 형성,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을 통한 안정성으로 해외 기관과 단체에서 선호함으로 인식했다. 한편, 부정적 인식을 보인 응답자의 답변을 살펴본 결과, 기초예술의 세계적 확산은 초기 단계, 실제 산업에서의 여러 활동과 사업의 방향이 괴리됨, 사업 운영을 위한 시간과 예산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단발적으로 이뤄짐 등을 지적했다.
국제교류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중점을 두었던 부분에 관한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한 네트워크의 형성, 동시대 사회 흐름에 대한 고민의 교류,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해외에 알림, 수준 높은 한국 기초예술 작품의 현지화 등으로 답함에 따라 예술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국제교류 지원사업에 참여한 이점으로는 국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경험을 확대할 수 있었던 점, 해외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지속적인 교류의 기회를 얻은 것 등을 꼽았다. 반면, 어려웠던 점으로는 언어의 장벽과 경제적인 어려움, 사업 담당자(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잦은 교체 등이 언급됐으며, 이외에도 해외 체류 중 인종차별과 폭언,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예술 한류 정책에 관한 인식 분석
이동연3은 최근 10년간 기초예술 분야에서 이뤄낸 국제적 성과들이 장르별로 다양하고 포괄적이며, 지속적이고 현지화돼 일어나고 있다면서 여러 성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상적으로 예술 한류를 사용하는 것이 터무니없지는 않으나 공식적 용어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즉, 예술 한류는 현상으로 존재하지만, 담론과 정책의 영역으로 충분히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예술 한류에 대한 정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쟁점을 탐색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예술 한류 정책에서 흔히 사용되는 접두어 ‘K’에 대한 인식과 예술 한류 정책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에 관해 의견을 조사했다.
예술 한류 정책에서 접두어 ‘K’의 의미(중복 응답)

예술 한류 정책에서 접두어 ‘K’의 의미(중복 응답)

예술 한류 정책에서 접두어 ‘K’가 갖는 의미를 물은 결과, 한국인이 창작한 작품 중심, 한국적 소재를 중심으로 한 작품 중심(예술인 국적 불문) 39.4%, 한국 자본(정부예산 포함)이 투입된 작품 중심과 한국 자본이 투입돼 만들어진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작품 중심 25.8% 순으로 응답했다.
예술 한류 정책의 주요 고려 요소(중복 응답)

예술 한류 정책의 주요 고려 요소(중복 응답)

예술 한류 정책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에 관한 질문에 국내 우수 기초예술 작품의 선제적 발굴 및 해외 진출 지원 확대 62.1%, 국내외 예술인 간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한 플랫폼 구축 47%, 한국과 협업, 한국 기초예술 수요가 있는 해외 기관, 단체 등의 DB 구축 및 활용 31. 8%의 순으로 응답했다.
예술 한류의 수용 및 확산에 관한 인식
한류의 지속적인 성장의 중요한 축은 해외 한류 수용자들의 역할이다. 현재 한류 팬덤 활동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아티스트와의 상호작용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활동으로도 확대하고 있어 한류는 우리가 현재 인식하지 못하는 확장된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4 따라서 한류 수용자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초예술 분야의 해외 수용자들의 직접적인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이 글에서는 해외 활동을 경험한 예술인들의 인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초예술의 수용 가능성을 판단해 보고자 한다.
체류한 국가의 기초예술에 대한 인식

체류한 국가의 기초예술에 대한 인식

국제교류 지원사업 진행을 위해 체류했던 국가에서 느꼈던 해당 국가의 기초예술 향유 및 소비에 대한 인식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 48.5%가 전반적으로 기초예술의 향유 및 소비 활동이 활성화돼 있다고 답했으며, 13.6%는 별로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19.7%의 응답자는 다른 장르에 비해 자신이 활동하는 장르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인식했으며, 18.2%의 응답자는 자신이 활동하는 장르가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돼 있다고 인식했다.5
해당 국가에서의 한국 기초예술 작품에 대한 수요 인식에 관한 질문에는 응답자 33.3%가 별로 체감하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25.8%는 전반적으로 한국 기초예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다고 답했다. 22.7%는 다른 장르에 비해 자신이 활동하는 장르에서 상대적으로 수요를 체감할 수 없다고 응답했으며, 반대로 18.2%는 다른 장르에 비해 자신이 활동하는 장르가 상대적으로 수요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다.
예술 한류의 국제적 수용 가능성

예술 한류의 국제적 수용 가능성

예술 한류에 대한 국제적 수용 가능성에 관한 인식은 81.8%의 응답자가 수용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 이유를 묻는 서술형 문항의 답변을 분석해보면 한국의 기초예술 작품의 수준과 예술인들의 탁월성 때문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중 예술을 통해 한류 콘텐츠가 확산하고 한국의 호감도가 상승하면 국내 기초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 역시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수용 가능성이 낮다(4.5%)고 인식하거나 보통(13.6%)이라고 응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소개되는 국내 기초예술의 정보가 편향돼 있거나 매체 지향성, 상품성이 높은 작품 위주로 확산하는 점, 저변 확대를 위한 시스템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K-팝 같은 대중 예술의 확산으로 한국의 인지도는 상승했으나 기초예술에는 영향이 없을 것, 기초예술 분야에서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자조적인 의견도 있었다.
예술 한류의 미래 전망과 제언
예술 한류의 미래 전망

예술 한류의 미래 전망

예술 한류의 미래 전망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69.7%의 응답자가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이 기초예술의 확산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점, 우수한 역량을 지닌 예술인들이 지속해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점, 현재 구체적인 성과를 다양한 분야에서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응답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만을 거두길 원하는 정책의 방향성에 우려를 드러냈으며, 기초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예술인들의 국제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예술 한류 정책에 대한 자유 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류’, ‘K’라는 접두어가 가진 한계나 부작용(소위 ‘국뽕’의 남발, 국가에 기초예술을 가두는 행태 등)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산, 정보 제공, 홍보 등 지원 확대, 성과에만 치우쳐 ‘있어 보이는’ 해외 진출에만 몰두하지 말고 해외 교류에 도전하고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해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파악했다. 즉 예술 한류와 그것이 가진 근본적인 의미를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저작권, 언어, 재정, 관련 정보의 습득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기초예술이 세계적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예술인들의 국제적 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1. 진달용(2022). 한류 발전에 있어 문화정책의 역할과 한계. 한류 NOW. Vol.49. Zoom 2-1 참고
  2. 김새미(2022). 한류의 새로운 국면, 정체성과 함의. 한류NOW. Vol.49. Zoom 2-1 참고
  3. 이동연(2021). 예술한류의 형성과 문화정체성 - ‘이날치’ 현상을 통해서 본 문화세계화. 한국예술연구. 32: 53-74. 참고
  4. 김새미(2022). 한류의 새로운 국면, 정체성과 함의. 한류NOW. Vol.49. Zoom 2-1 참고
  5. 응답의 이유를 추측하기 위해 응답 내용과 체류국, 활동 장르를 교차 확인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향후 해외 각국의 수용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통해 기초예술 향유 및 소비에 대한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권용민
권용민(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정책혁신부 책임연구원)

2016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정책연구를 수행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 존재하는 추상적 수치들을 모아 ‘고유한 사실’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다양한 문화예술계의 이슈들을 찾아내는 일에 일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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