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24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안녕하세요.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기획과 보조사업 운영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총괄부 서유미입니다. 2024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은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전년과 비교해 매우 큰 폭으로 변화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기존 44개에 달하는 복잡다단한 공모사업 구조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17개로 최대한 단순화한 점인데요. 변화의 출발점은 2023년 연초에 진행했던 분야별∙사업별 현장 업무보고였습니다. 당시 많은 예술인분께서 사업들이 너무 복잡하고 세분화돼 있어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점, 지원사업들이 쪼개져 있어 각 지원사업 내에 수용할 수 있는 내용과 대상이 좁아져 창작자의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점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통합, 결합했고 사업 대상과 목적의 장벽을 허물어 지원 영역을 더욱 확장했습니다. 또한 기존 세분화된 지원사업 체계 내에서 수용하기 어려웠던 내용도 신청 가능해진 점이 큰 개선사항으로 볼 수 있습니다.
23년도 공모사업 대비 24년도 공모사업 비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Q. 공모사업이 변화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인상 깊었던 현장의 의견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번 공모사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예술 현장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저희 역시 현장과 함께 만들었기에 더욱 뜻깊다고 생각되는데요. 2~3월에 14차례에 걸쳐 진행한 현장 업무보고를 통해 기존 사업구조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수립했습니다. 현장 업무보고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개편 방향(안)을 만들었고 1차 지원사업 부서 워크숍을 통해 공유했습니다. 이후 8개 지원사업 운영 부서와 지원총괄부 간 개별 릴레이 워크숍을 추진해 개편 방향을 구체화했습니다. 창작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3개 부서와는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추진했고, 2차 지원사업 부서 워크숍을 통해 사업구조(안)에 대한 내부 합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개편 방향 수립 후 5월 위원회 전체 회의 때 이를 보고하고 점검하는 절차가 있었고, 사업별 공고문 초안을 작성해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확정 단계가 아닌 초안을 먼저 공개한 것이 처음이었는데 이는 예술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공고문 초안 공개 후 온라인으로 의견 수집 창구를 개설해 누구나 의견 개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는 분야별 라운드테이블을 추진해 전문가 의견을 모았습니다. 온오프라인으로 수집한 의견을 종합해 현장 공청회를 4회에 걸쳐 추진해 분야별로 심층 논의했고 현장 공청회 의견까지 반영해 최종 공고문을 확정하고 9월 25일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공고문에 대한 현장 의견을 받기 위해
개설한 의견 수집 창구 안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 공청회 때 기존 사업들이 유형화돼 있어 신선도나 진행 과정에서 제약점이 있었는데 창작 주체 사업을 통해 열려있는 기획으로 기회를 주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내실 있게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주셨어요. 사업구조 개편 의의를 정확하게 짚어주셔서 반가웠고, 또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심의 과정이 제일 중요한데 가장 고민되는 지점에 관해 의견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공모사업 주요 개선사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Q. 사업을 단순화는 과정에서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예술 현장에 계신 많은 분들이 현재 사업구조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말씀해 주셨고 예술위 내부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기에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것에 큰 이견은 없었습니다. 각 부서가 각자의 사업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사업 내용을 계속 세분화하는 동안 큰 구조를 돌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정책과 현장의 요구사항을 계속 사업으로 대응하다 보니 지원사업 가짓수가 계속 늘어난 문제도 있었습니다. 또 창작 지원사업과 정책적인 목적을 가진 사업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데 일률적인 공모 방식으로 운영했던 점도 문제였습니다. 창작 지원사업은 분야별 제각각이던 사업 형태를 정리해 공통의 방식과 구조를 적용하고, 정책 영역은 각 사업의 고유 목적에 따라 지원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사업들을 목적에 따라 영역을 구분하고 단순화를 하면서 사업 가짓수는 줄었지만, 기존 사업의 칸막이를 걷어내면서 오히려 지원 대상과 내용은 확장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2023년 구조 개편 작업으로 지원사업의 틀을 다시 세웠다면, 앞으로는 지원사업의 내용과 운영방식도 재정립해 나가야 합니다. 구조 개편의 의의와 취지를 잘 구현할 수 있도록 최적의 운영방식을 찾아가겠습니다.
공모사업 주요 개선사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Q. 프로젝트가 아닌 작가 지원, 단년도가 아닌 중장기, 창작영역 사업 중 ‘창작주체’ 사업 신설도 돋보입니다.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년도 일회성 프로젝트 지원 방식에서는 1년이라는 주어진 시간 안에 계획서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 다음 단계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아 애써 만든 결과물이 사양 되는 등 성과가 축적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긴 호흡과 자율성이 필요한 창작 분야는 특히, 연간 단위 프로젝트 지원 방식에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많이 주셨습니다. 그간 중장기 지원사업을 조금씩 확대해왔지만, 사업마다 중장기 기간을 적용하는 방식과 선발 주기가 모두 달랐습니다. 프로젝트보다는 창작자 자체의 역할과 활동에 주목해 그들이 지원사업 안에서도 자유롭게 창작하면서 도약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하는 창작주체 사업을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기존 중장기 창작 지원이 3년마다 선정해 탈락 이후 3년을 기다려야 했는데 이번에 신설한 창작주체 사업은 기회를 넓히고 신규 플레이어를 발굴할 수 있도록 매년 공모하는 것으로 개선했습니다. 예술 생태계 내에서 핵심 플레이어들이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은 개별 지원보다 오히려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해당 분야 전체의 성장을 위해 파급력과 영향력을 고려해 창작주체를 선정하고, 지원한다고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모사업 주요 개선사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Q. 지원사업의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 역량 강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원사업 결과물도 공유할 방침인데요.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됐다면 소개해주세요.
지원사업의 결과물 공유를 통해 지원사업 경향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현장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해 예술위 공식 홈페이지 등에 지원사업 결과물을 공유해 성과가 순환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현재 예술위가 운영하는 각종 웹사이트를 모은 통합 플랫폼을 구상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TF가 구성돼 운영 중입니다. 그동안 지원금 외에 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일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는데요. 예술위가 가진 자원과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창작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갈 방침입니다. 이는 지원사업을 통한 프로젝트 실현에 그치지 않고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확충하는 기회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어린이청소년을위한예술지원’ 사업에서 창작협력단을 통해 예술가들이 자신의 고민을 동료 예술가와 나누는 프로그램, ‘창작준비지원’ 사업에 선정된 예술가들이 창작 과정을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을 나누는 프로그램, 기획자를 위한 홍보역량 강화프로그램 등을 진행했었는데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다른 분야의 동료를 만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프로그램들을 각 지원사업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Q. 예술계 종사자들과 A SQUARE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지원사업은 예술 현장과 예술위가 가장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에 지원사업의 변화는 현장에서 그 체감이 가장 높으실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사업설명회 때 개편된 사업구조를 발표하시면서 하셨던 말씀이 인상 깊었는데요. 그 말씀으로 대체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완벽한 공모사업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마련한 사업인 만큼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 여깁니다.” 이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구조와 뼈대를 세웠으니 내용으로 살을 덧붙이는 일이 남아있습니다. 현장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사업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 더욱 귀 기울여 듣는 자세로 일할 테니 현장에서도 많은 목소리를 내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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