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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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정의와 범주에 가려진 근본
문화예술의 의미를 사유하며

‘예술’은 그 뜻과 개념이 희미하지만, 우리 모두가 사적인 주관에서
벗어나 보편적인 감각을 사유하게 해주고 그 너머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문화예술진흥법 일부 개정안의 통과로 공공기관의
예술 지원 방식의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A SQUARE는
“문화예술의 정의를 둘러싼 관점들”이라는 주제 아래
예술의 본질과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려 합니다.
글_김대현(A SQUARE 편집위원장)
명징하게 빛나는
예술의 공통감
예술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개념이지만 동시에 아무도 그 개념이 내포하는 바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술의 본질적 요소를 확정 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예술의 범주를 구축하고 예술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 또한 무척 난망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술이라는 개념에 희미하지만 때로는 명징하게 빛나는 어떤 ‘공통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공통감을 통해 예술이 펼치는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받아들이고 지금 여기의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굳센 믿음입니다.
이번 호 SQUARE 코너에서 논의할 특집 주제는 <문화예술의 정의를 둘러싼 관점들>입니다. 2022년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문화예술의 정의에 대해 ‘문학, 미술, 음악’ 등 기존 13개 장르에 고정돼 있던 문화예술의 범주를 확장해 ‘게임,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을 새롭게 포함하는 한편, 문화예술의 일반적 정의를 함께 기술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진흥 정책의 모법인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에 따라 향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지원 방식의 변화는 물론 민간 영역에서 통용되는 문화예술의 범주에도 중요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편집위원회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양혜원의 ‘문화예술 정의 개정 그 의미와 전망’은 문화예술 정의 조항의 개정 과정을 보여주며 새로운 정의 조항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포괄적 정의 규정과 함께 열거 조항에서 예시 조항으로 개정된 현행 개정안의 의의와 한계를 검토하고 나아가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 및 예술인 복지사업의 변화 등 향후 과제를 살피는 글입니다. 해당 특집의 총론의 성격을 가지는 글로 SQUARE에 함께 수록된 다른 논의를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초가 되는 글입니다.
심재민의 ‘맥락과 배경 사이_문화, 예술, 문화예술의 개념적 고찰’은 집단적인 생활 양식으로서 문화의 성격을 강조하고 이를 구체적인 실천의 영역이자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예술의 개념과 연계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분야와 구분되는 고유의 영역으로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문화예술이라는 통합적 개념을 소개하고 각 개념이 정책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사용돼야 하는지 조언하고 있습니다.
손이상의 ‘그냥 예술이 아닌 문화예술? 외연 확장에 대한 그럴듯한 변명’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하는 문화예술 범주의 역사성과 합의 불가능성을 바탕으로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이 동시대 문화예술의 모든 양태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지금까지 국가 문화예술 진흥 정책의 당위가 공통 감각을 공유하는 근대 국민 국가 형성에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현 개정안이 참여자들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공통의 경험을 끌어내는 게임을 예술의 범주에 포섭함으로써 공동체를 창조하는 근대 너머의 예술을 상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합니다.
고명철의 ‘융복합의 소용돌이 속 지켜내야만 하는 토대와 뿌리’는 최근 문화예술 현장을 주도하는 융복합이라는 우세종을 통해 시대의 요청에 따라 문화예술의 범주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범주들이 가져올 창조적 혁신을 기대하는 반면, 융복합이라는 문제적 개념이 시장의 요구에 종속되는 문화산업과 무분별하게 결합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동시에 사회적 공공성을 기저에 두고 있는 이른바 기초예술의 토양을 굳건히 할 때 시민 개개인이 아름다움의 창의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근대 국민 국가로 통용되는 현 정치체의 바깥을 사유할 수 있다고 언술합니다.
김가진의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의 나비효과_현명한 해결책을 찾아서’는 예술인의 사전적 의미와 달리 법적 정의가 필요한 가장 주된 이유로 사회 보장 체계에 예술인을 규정하기 위한 의미가 가장 크다는 것을 예증합니다. 더불어 이번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예컨대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장르에 대한 가시화’ 문제를 비롯해 예술인의 정의와 예술인 지원 범위의 구분, 장르 중심에서 직업 중심으로의 정책 변화 등에 대해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김희선의 ‘무경계와 혼종의 시대_문화예술 지원 제도의 과제’는 범주의 명료성과 운용의 효율성을 통해 그동안 기초예술을 보호하고 진흥해 온 장르 중심 예술 지원 제도가 가진 장점과 그에 따른 한계를 적시합니다. 더불어 현행 개정안이 장르 중심 예술지원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이 예술 현장에서 요청되는 새로운 예술의 흐름에 부응하는 것이나 기존 근대적 장르 위주의 단순 나열에 대한 성찰이 아닌 국가주의적 욕망이 투사된 산업적 도구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을 통해 A SQUARE는 동시대 예술 현장에서 문화예술이 가진 의미를 탐색하고 현행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예술 및 정책 현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주의 깊게 점검하며, 나아가 미래의 문화예술 개념이 내포해야 하는 의미를 여러분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번 호부터 특별 호의 성격을 가진 창간호의 편제와 달리 ‘웹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각 코너의 성격과 해당 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창간호부터 함께한 PRISM은 문화예술 현장의 주요 현안이나 이슈에 대한 현장 예술인 및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집중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청취해 통계 분석 형태로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앞으로도 PRISM은 가급적 해당 호의 SQUARE와 연계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특집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하거나 간과될 수 있는 현장의 소중한 의견들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권용민의 ‘제도와 현장의 거리 좁히기_변화에 대한 전문가의 목소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정책 실행 기관, 예술 현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관한 설문조사를 분석했습니다. 문화예술 규정의 정의 변화가 가져올 효과와 개정에 주로 영향을 받을 법률과 분야, 현행 장르 중심의 정책 분류 체계 등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들을 살필 수 있는 글로 정의 규정의 개정이 내포하고 있는 바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장의 흐름을 담는
새로운 코너
이번 호부터 새로운 코너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먼저 SCENE은 예술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여주는 문화예술정책의 설계, 수립, 시행 등의 과정에 대해 정책 집단 및 정책 전문가들의 소개로 직접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공청회나 설명회 등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했던 정책의 세부적인 내용과 정책 설계 과정에서 마주하는 고민을 담아보려 합니다. 이번 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총괄부 정준화 부장과 함께 ‘2023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내용을 중점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예술인의 편의성 제고, 지원정책 안정성 유지, 심의 공정성 강화에 둔 공모사업의 개선 방향과 성과, 한계를 설명하는 한편, 공모시기 일원화, 공모 지원 시 경력 및 활동의 제한 기간 폐지 등 주요한 변화 사항에 대해 답변하고 있습니다. 향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이 나아갈 방향에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 좋은 참조점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흐름’을 의미하는 FLOW는 최근 예술 현장에서 표출되고 있는 새로운 경향을 소개합니다. 단순히 예술 현장의 최근 트렌드를 표피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추동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다양한 형식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그 첫 순서는 ‘아트 페어의 이유있는 부상_새로운 수요와 시장 전환의 시너지’로 아트 페어의 부상으로 알아보는 미술품 거래 시장의 변화입니다. 이른바 MZ세대로 지칭되는 신흥 컬렉터들의 탄생 및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창작, 큐레이팅에 수반하는 시장의 변화와 함께 아트 페어가 단순히 작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예술가들의 정보 공유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공간으로 전화하는 기능적 변화의 흐름을 이지현, 이대형, 권민주 세 필자가 살펴봅니다. 기존 미술품 거래 시장을 대체하는 아트 페어의 부상에 대한 서로의 문제의식이 깊은 지점에서 연동돼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창간호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직 미흡한 점이 많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씩 기틀을 잡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살펴 주시고 너그러이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도 A SQUARE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단단한 기획과 내용으로 독자와 함께하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대현
김대현(A SQUARE 편집위원장)

2011년 ‘플랫폼’ 문화비평상, 2012 ‘실천문학’ 문학평론 신인상을 수상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플랫폼’, ‘내일을 여는 작가’의 편집위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장소통소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당신의 징표-이름의 존재론과 성의 정치학』, 『불온한 제국』, 『이소선의 기억과 기록(편저)』, 『전태일의 친구들(편저)』, 『법정에서 만난 역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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