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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예술의 가치를 위한 동행
: 예술위와 함께한 사람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사업을 시행해왔으며
이를 통해 많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영감을
창작물로 승화했다. 예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온 온 예술인들에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한 소회를 물었다.
인터뷰이_ 김보람·김아영·박서련
  • 김보람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춤의 가치를 고민하고 예술과 삶에서 춤을 통해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춤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 누구나 춤을 사랑하는 세상을 위해, ‘춤의 언어화’를 바라며 오늘도 몸을 움직이고 있다.

  • 김아영

    현대미술가. 경계를 넘나드는 주체와 사건, 중간적이거나 모호한 상태에 관심을 두고 있고 다양한 세계의 조각들을 반영하는 가상의 이야기를 만든다. 영상, VR, 게임 시뮬레이션, 텍스트 등으로 구현한 작품은 전시, 퍼포먼스, 공연, 출판의 형태로 선보인다.

  • 박서련

    소설가. 2015년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프로젝트 브이』,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 『나, 나, 마들렌』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Q.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의 참여 계기와 진행 과정,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보람 예술위 중장기 창작 지원사업에 참여해 지난해 2월, 비전문가가 함께하는 무대 <홀라당!>을 선보였습니다. 안무·음향, 무대기술·디자인, 조명, 의상 홍보 등 6개 분야에서 ‘곶감’(프로젝트 내 일반인 참여자 별칭)을 모집하고 이렇게 선발된 다양한 직업군의 10~40대 곶감들과 공연을 제작하고 선보였습니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연습 과정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어요. <홀라당!>은 ‘누구에게나 창작에 대한 재능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직업으로서 예술이 아닌, 예술 그 자체는 모두에게 존재한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는데요. 전문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공연예술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모두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벽을 허물고 모두가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선보인 공연입니다.

<홀라당!> 연습 현장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김아영 2009년 젊은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이었던 아르코 영 아트 프론티어를 시작으로 베타니엔 스튜디오 파견지원, 국제예술 교류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작업 여정에 있어 모든 지원 프로그램이 결정적이었지만, 2015년 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였던 <모든 세계의 미래> 참여 지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작비 지원뿐 아니라 예술위와 아르코미술관 직원분들께서 베니스 현장에서 밀착 서포트 해 주시며 당시 소속 갤러리가 없었던 저를 비롯한 한국 작가분들의 심적·물질적 무게추가 돼 주셨습니다. 보통 국제 행사에서는 전속 갤러리들이 소속 작가에게 홍보나 네트워킹 도움을 주곤 하는데 이 역할을 갤러리가 아닌 국가기관이 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우면서도 인상적이었고 마음의 힘이 됐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품1 ⓒayoungkim

박서련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05년부터 졸업한 2008년까지 청소년 문학 광장 ‘글틴’에서 활동했습니다. 포스터 속 ‘글 튀는 아이들, 글틴으로 모여라!’라는 문구를 보고 가입했어요. 글틴에서는 시, 소설, 에세이, 비평/감상문으로 분류된 네 개 장르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멘토 선생님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는데 우수 작품(주장원 또는 월장원)으로 선정되면 도서나 소형 전자기기 등의 상품을 받을 수 있었어요. 한 해에 한 번 열리는 캠프에서 글 쓰는 또래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요. 그 시기부터 예술위에 친밀감을 느꼈고 이후로도 예술위에서 주관하는 여러 사업에 도전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는 2017 한국 예술창작 아카데미에 지원해 문학 분야 연구생으로 선정됐는데 그 시기에 받은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청소년 문학 광장 글틴

청소년 문학 광장 글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Q. 예술위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이나 이후에 기억에 남는 점, 달라진 생각 같은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보람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앞섰지만, 생각과 달리 곶감들과 창작하는 과정은 전문 무용수들과의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량 면에서는 물론 전문 무용수와 차이가 있었지만, 춤에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전문 무용수와 같았고 무대에 대한 진정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2년 1월부터 연습을 시작했는데 당시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모든 참여자가 책임감을 갖고 창작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희 생각대로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넘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홀라당!>에서 곶감들 경험한 창작 과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길 바랍니다.
김아영 실험적, 다원적 작품에 대한 서포트의 많은 부분이 국가기관인 예술위의 지원에 달려 있다는 점이 든든한 한편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국 현대미술에서 예술위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예술 현장에서는 지원금 없이 장기 프로젝트 계획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있습니다. 특히 동시대처럼 예술 프로젝트에 테크놀로지를 수용하고 여러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보편화된 창작 환경에서는 그러한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박서련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여러 경력을 지닌 예술가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자기 작업에 대한 자부심과 예민한 기질, 무엇보다 행정 능력의 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소년기부터 예술위 사업에 참여하면서 줄곧 생각해온 것은 이렇게 예술 행정 실무를 맡고 계신 분들에게 예술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없었을 거라는 점이었습니다. 실무자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Q. 예술위 사업에 참여하면서 아쉬웠던 점,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보람 창작자 입장에서 예술위의 여러 지원 제도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만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중장기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타 지원사업에서 배제된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각 사업의 목적이 다른 만큼 사업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 역시 작품마다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저희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중장기 지원을 통해 우리가 가진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예술을 향유해 문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원 범위 외에 필요한 부분은 자부담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각 사업 목표에 부합한 예술단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지원사업이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아영 예술위 사업뿐만 아니라 한국 미술계 전반적인 문제라고 여기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요. 바로 큐레이터와 프로듀서의 업무가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공연예술이나 영화 제작 등의 영역에서 필수 업무에 해당하는 프로듀서의 일이 국제 미술 환경에서는 일반화돼 있음에도 국내 미술계에서는 인정되지 않거나, 큐레이터 업무에 포함돼 있습니다. 동시대 미술 환경, 특히 미디어 제작 환경에서는 다양한 참여자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창작자와 함께 이러한 프로덕션을 관리하고 연결하며, 양질의 결과물을 위해 힘을 모으는 전문 프로듀서의 유무에 따라 작품의 결과는 현저히 차이가 납니다. 국내 미술 환경에서는 그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대개 큐레이터가 이러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늘 국공립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은 업무 과다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프로듀서나 프로덕션 매니저의 역할을 제도 차원에서 인준해야 합니다. 다른 한 가지는 e나라도움의 과다한 정산 업무입니다. 이러한 과정의 필요성을 예술가들 역시 이해하고 있지만 그 복잡함 때문에 많은 예술가가 창작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행정 업무 또한 시각예술 전문 프로듀서가 담당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위 같은 공공기관에서 프로듀서의 개념을 인준하고 확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서련 특별한 지원 과정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글틴,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얻은 한국 예술창작 아카데미 활동, 지원은 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던 여러 사업을 돌이켜 보면 저마다 다른 집단에 대한 여러 혜택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술위 사업 대부분이 더 많은 지원자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반대로 말하면 이는 만성적인 예산 부족을 뜻하기도 합니다. 개인에게 돌아가는 수혜 금액 자체는 큰 변동이 없음에도 분모만 대폭 줄어드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예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하는 것이지, 결코 감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유례없이 K-Arts 붐이 일어나는 지금, 예술가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늘어나길 희망합니다.
Q. 끝으로 예술위에 바라는 점과 50주년을 맞이하는 예술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덧붙여 주세요.
김보람 예술위의 5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공연예술이 더욱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항상 지원에 힘써 주셔서 감사드리며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역시 지금처럼 춤의 가치를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예술위와 함께 예술의 가치를 전할 기회가 있다면 함께 하고자 합니다.
김아영 예술위 사업 지원서를 출력해 제출하던 시기부터 많은 이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해준 e나라도움 정산 시스템이 시행 중인 지금까지 다양한 지원사업을 경험했습니다. 예술위가 없었다면 예술가로서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듯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국가 지원금 사업이 산업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키워드나 트렌드가 등장할 때마다 지원사업이 수립되기도, 폐지되기도 합니다. 예술은 쓸모와 무관한 무용성에서 나온다는 특징 또한 상기하며, 당장의 시의성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도 늘 지원을 놓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박서련 예술위가 어느덧 50주년을 맞이하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중장년에 해당하는 나이입니다. 걸출한 예술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대중과 소통하듯, 예술위 역시 영원히 젊은 기관으로 남아 시대와 함께 호흡하기를 소망합니다.
  1.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 3>. 석유 자본, 중동 근로자, 문명사 속 석유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물질이자 에너지원으로서의 석유 자본과 이를 둘러싼 국제 외교, 초국적 정유회사 등에 대한 자료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구현했다. 실험적 내러티브를 지닌 다채널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벽 다이어그램, 오프닝을 위한 보이스 퍼포먼스로 구성됐다. 김아영 작가 공식홈페이지, http://ayoungkim.com/wp/2col/zepheth-whale-oil-from-the-hanging-gardens-to-you-shell-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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