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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가치에서 출발하는
기부와 후원의 명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정부 예산에서 벗어난
기초예술 지원기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물적 자원, 즉 기금의 자생력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이 목표는 예술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확산하고
공유하는 기관의 존재 이유와도 직결된다.
지난 50년의 후원사업 흐름과 현황을 짚어본다.
글_김성규(한미회계법인 부회장)
들어가며
2003년 말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진흥기금) 모금이 폐지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출범하던 변화의 시기에 ‘문예진흥기금 기부제도 활성화 방안 연구’ 연구책임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2005년 결과 보고를 했지만, 아쉽게도 실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2010년 나눔과 상생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 속에서 예술위 기부 활성화가 재점화되기 시작해 모금 TF가 만들어지고, 2011년 정식 팀제가 이뤄졌다. 곧이어 2011년 2월에 민간기부 활성화 소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위원으로 참여했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한 뒤 예술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부 업무 추진 계획안이 수립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2012년 예술위는 ‘예술나무운동’이라는 기부 브랜드를 내놓으며 범 예술계가 참여하는 형식의 예술기부 확산 캠페인을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잠재기부자(기업이나 개인)의 문의가 오면 담당 직원(1명)의 검토 후 기부금을 접수하는 형태로 진행되긴 했다. 예술나무운동은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수동적인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시작된 공공기관 캠페인으로 일정 부분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예술기부의 필요성과 확산 가능성을 알리는 노력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는 점에서 예술 지원기관으로서는 상당한 도전이자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예술나무운동 캠페인 Ⓒ예술나무ARTISTREE

예술나무운동 시작 이후 10년 동안 예술에 대한 기부는 분명히 확산했고, 2011년 149억 원이었던 예술위 모금액은 2019년 306억 원까지 증가했다. 물론 예술나무운동으로 증가한 모금액만 떼어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기관 차원에서 조직 개편을 통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 것은 척박한 예술기부 현황을 고려할 때 뒤에 서술할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예술후원법)의 시행과 함께 국가 차원으로 추진하는 예술기부 확산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다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처럼 지금까지 이어져 온 예술기부 확산 노력의 성과가 어떠했는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길을 진단해보는 것은 예술위뿐 아니라 예술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일임이 분명하다.
예술위 후원사업의
변화와 진단
예술위 기부금 수납액의 변화  Ⓒ통계청

예술위 기부금 수납액의 변화1 Ⓒ통계청

예술위는 세법상 인정되는 기부금단체인 동시에 공공예산(문화예술진흥기금)의 관리 주체이다. 그러다 보니 예술단체에 결국 지원해야 하는 기부금 또한 공공예산에 포함돼 보조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다가 예술단체의 부담을 덜고자 예산의 성격을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예술위가 지난 10년간 지속한 예술나무운동의 성과는 결국 모금액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주요 연도별 모금액을 살펴보면 예술나무운동을 시작한 다음 해인 2013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2019년에는 306억 원을 기록했다.
2017~2021년 예술위 기부금 수납 현황 변화(단위 : 백만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7~2021년 예술위 기부금 수납 현황 변화(단위 : 백만 원, %)2 Ⓒ통계청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격히 감소한 이후 아직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 최근 5년간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의 기부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기부는 증가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예술나무운동에 참여한 개인들의 늘어났음을 추정할 수 있다. 타 분야의 전체 기부 중에서 개인 기부 비중이 작지 않음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예술기부에도 개인들의 참여 확대라는 모금 지향점은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문화예술후원법 제정 이후
성과와 한계
문화예술후원법은 문화예술 분야 후원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 수립을 법제화하고 민간 후원자와 문화예술인∙단체를 연계하는 후원 매개 단체 제도 마련, 우수 후원자를 예우하는 후원우수기관 인증 등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13년 말 제정됐다. 다만 문화예술후원법의 입법 취지가 기업의 메세나 활동 확산에 집중했음을 고려한다면 법 시행 이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기 위한 자료로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성과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래 그래프는 기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지원 현황을 설문한 결과의 연도별 수치를 보여주는데 2014년 이후 상당한 상승세를 나타낸다. 2016년에는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돌파했다가 잠시 주춤한 이후 2019년 2,081억 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년에는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2021년 조사 결과에서는 다시 완만한 상승을 보여 향후 메세나 활동의 강도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2017~2021년 예술위 기부금 수납 현황 변화(단위 : 백만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0~2021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단위 : 백만 원)3 Ⓒ한국메세나협회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문화예술후원법 제정 이후 관련 법 조항4에 따라 조례를 제정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200개 넘는 자치단체 중 14개 자치단체(광역단체 10개, 기초단체 4개)만이 문화예술후원 활성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는 점은 이 법이 제정된 시기를 고려할 때 자치단체에서 예술기부 확대를 위한 정책 시행의 분위기가 아직 조성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현행 법률이 문화예술과 관련한 다른 법률에 비해 상세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데다 중앙정부의 여러 정책 중 문화예술 기부 확대가 비교적 후순위에 머물러 있는 현재 상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 증대
2010년대 초 예술위가 기부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문예진흥기금이 언젠가 고갈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열악한 예술 분야 기부를 확대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예술계 지원 총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시에는 법 제도의 개선을 통해 예술위(정확히 말하면 문예진흥기금)에 전입되는 법정 출연금을 늘리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경륜∙경정법 개정을 통해 경륜∙경정 수익금이 문예진흥기금으로 매년 일정한 금액이 유입되도록 해 지속적인 재정 확보에 힘썼으며, 기관의 자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예술기부를 확산시켜 민간의 예술 지원이 확대돼 기금 고갈 위기에 대응했다. 그러나 이후 문화예술후원법이 제정되고 예술기부 확산 노력이 시작되면서 예술기부는 예술계 전반에 주요한 이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지방자치단체 출연 기관인 지역문화재단에서도 자체적으로 기부 확산을 위한 브랜드를 내놓는 등 예술계 지원을 위한 기부 확산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예술위의 지원과 노력이 포함된 것 또한 사실이다.
2017~2021년 예술위 기부금 수납 현황 변화(단위 : 백만 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6~2021년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 기부금 수입 현황5Ⓒ국세청

2016~2021년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의 기부금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문화재단과 예술위로 유입된 기부금 현황을 보여주는데 지역문화재단 중 기초문화재단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2021년에는 광역문화재단과 예술위에 대한 기부금이 감소했음에도 기초문화재단에 대한 기부금은 오히려 증가했다. 또한 자료에서는 자세히 나타나 있지 않으나 2010년대 중후반에 설립된 지역문화재단에 대한 기부금의 성장세가 도드라지고 있고 2020~2021년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3개 유형(기초문화재단, 광역문화재단, 예술위)의 기관들 모두 기부금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감소한 기부 금액으로 대상 기간의 증가율이 미미하거나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향후 예술기부 확산을 위한 접근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적어도 지금보다 체계화된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예술위의 미래 역할과
실행 방안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예술위는 미래의 새로운 50년을 그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예술 분야 기부 비율은 사회복지나 교육, 의료 분야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예술기부가 어려운 길임이 분명하지만, 그만큼 기부 확산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예술위는 2012년 예술나무운동 시작 이후 모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10년대 말부터 모금 관련 인력(문화예술후원 매개인력)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랫동안 예술기부에 관심을 가져온 입장에서는 반갑고 제대로 된 방향의 한 축을 설정했다고 본다.
예술위가 모금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2010년대 초중반에 그러했던 것처럼 전문 인력을 영입하고 지금보다 더 활발한 모금활동을 펼쳐야 하는데 현재의 기관 내외부 상황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물론 기부금단체로서 기존 기부자나 신규 기부자가 기부를 원하면 기부금을 접수하고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예술단체에 지원하는 사업 운영 형태를 유지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다만 예술기부와 관련해 이미 다른 공공기관도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예술위가 장르나 지역 등을 뛰어넘어 예술계 전체에 유입되는 민간 재원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예술기부가 더 활발해지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예술위가 예술기부 확산을 위해 앞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들을 감히 제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문화재단의 매개활동 지원이다. 공모를 통해 지역문화재단이 재단 혹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추진할 수 있는 기부를 돕거나 이를 활성화하는 프로젝트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문화재단과 민간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할 수 있다. ‘시작-정체-확산’ 단계로 나눠 인적, 물적 요소의 투입에 대해 조언하고 이를 지역문화재단의 연합체인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더불어 매개인력 교육 확대 및 단체 모금활동 지원과 연계가 필요하다.
둘째, 모금활동 지원이다. 단체가 직접 모금에 나설 경우 예술위는 필요한 자원을 탐색하고 지원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협력한다면 추진할 수 있는 사업과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지 않은 예술단체가 여건상 모금 인력의 직접 채용보다 단계별로 투입할 수 있는 매개인력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매개인력과 연계해 모금활동의 특정 단계에서 단체가 필요로 하는 모금활동에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셋째, 기존 사업 내에서 간접 지원을 하는 방안이다. 예술위 인력양성사업 중 일정 부분의 예산을 의무적으로 모금 인력(fundraiser) 채용을 위한 예산으로 배정하고 이렇게 채용된 인력을 예술경영지원센터 협력사업 또는 자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포함한다면 모금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예술나무운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위의 사업 예산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500억 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3,800억 원을 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예산 규모에 걸맞은 다양한 지원사업이 올바르게 시행돼야 한다. 그러나 기관의 고유 목적 사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행하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예술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확산하고 공유하는 일이다. 그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민간에서 다양한 경로로(꼭 예술위 기부가 아니더라도) 예술기부에 참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도자기를 빚는 도공’의 마음으로 다소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정성스럽게 이 가치를 만들어가는 일이 새로운 50년을 맞는 예술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누구나 알고 있고 반드시 진행돼야 하는 일,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아득해 보이는 목표, 예술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는 일은 예술위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예술위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 예술이 가지는 힘을 믿는 이들이 더 생겨나고 그런 힘을 가진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에 기꺼이 돈을 내놓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다.
  1. 통계청(2021). 2021년 사회조사보고서. 참고
  2. 한국모금가협회(2022). 문화예술분야 법정기부금단체 지위 상실에 따른 법과 제도적 형평성 문제 개선 연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참고. 단체의 경우 법인이 대부분이나 개인사업자 명의로 기부하는 경우도 포함함. 제공받은 자료에서는 개인, 개인사업자, 법인 등이 구분돼 있지 않아 개인 이름으로 기부된 경우 개인으로 간주하고, 그 외에는 모두 단체로 표기해 계산함
  3. 출처: 한국메세나협회 인터넷 홈페이지(mecenat.or.kr)/검색일: 2023.7.17.
  4. 제3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후원의 활성화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문화예술후원을 적극적으로 권장∙보호 및 육성하여야 하며, 이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시책을 마련할 때에는 미리 문화예술과 관련된 기관 및 단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5. 국세청 홈페이지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공개 조회’, https://teht.hometax.go.kr/websquare/websquare.wq?w2xPath=/ui/sf/a/c/UTESFACJ21.xml&tmIdx=0&tm2lIdx=&tm3lIdx= 참고. 기관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을 합산했으며, 조회되지 않는 연도는 개별 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 모금 실적을 계산했음
김성규
김성규(한미회계법인 부회장)

공인회계사(CPA)를 취득한 뒤 문화예술분야 회계∙조직∙경영∙재원조성 전반에 걸친 컨설턴트로서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한미회계법인 대표로 재직하면서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 겸임교수와 문화예술 분야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1999년부터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과의 자발적 학습조직 ‘예술단체경영연구회’를 운영했고,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위한 메세나 활동에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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