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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지원, 정책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바라보며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법인 설립과
위원회 출범은 ‘예술 현장 중심의 정책 결정
기구 탄생’이라는 맥락에서 중요한 전기가 됐다.
창작 지원사업은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효시로서
의미하는 바가 크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대표 지원기관으로서 그 임무와 역할이 막중하다.
예술 지원의 이유와 성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글_박신의(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고황명예교수)
창작 지원의 목표와 방식
창작 지원은 예술 지원정책 사업 가운데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문화정책이 갖는 정책 목표를 예술적 수월성과 접근성으로 본다면, 창작 지원은 예술적 수월성에 해당하고 이는 곧 예술 작품의 탁월함을 말한다. 작품의 탁월함은 문화 접근성을 이루는 데도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정부는 훌륭한 예술 작품을 국민이 향유하도록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이는 사실상 예술 투자 당위성의 근간이 된다. 그런 점에서 창작 지원에 따른 정책 목표는 통합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 독임제 시절과 달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합의제로 오게 되면서 달라진 점으로는 창작 지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각적 시도를 했다는 점이다. 위원들을 중심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이를 지원 방식에 적용하면서 가능한 것이었다. 실제로 문예진흥원 시절 이래 늘 지적돼 온 장르 확산 문제는 다원예술과 문화일반 항목의 추가로 변화를 봤다. 또한, 기금의 단순 관리와 배분에 국한됐다는 지적에 대해 소액 다건의 단년간 지원 방식의 한계를 넘어 다년간 지원이나 목표별 집중 지원(공연장 상주단체 육성 지원 등), 단계별 지원(공연예술창작산실 등)과 같은 방식이 주어진 것도 그렇다.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재는 창작 지원이 ‘예술창작 역량강화’로 범주화돼 있는데, 세부적으로 다시 ‘예술창작 지원’, ‘예술인력 육성’,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영역 배정도 예술위 출범 이후 변화된 정책 환경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전과 달리 단순 장르별 직접 지원 형식이 아니라 창∙제작에서부터 유통까지를 고려한 지원 방식이거나, 전시공간 및 공연장과 같은 인프라 지원을 통한 지원 방식, 그리고 인력 양성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노린다는 지점 등 훨씬 구조적인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문화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창작 지원사업도 주목할 일이다.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2017년 신설)과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지원’(2020년 신설) 역시 기획에서 제작, 유통 단계별 혹은 진입에서 성장 단계에 따라 지원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술과 기술융합은 미디어 아트로 대변되는 장르적 함의를 갖는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장르 확산의 일환이기도 하다.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은 창작 활동을 콘텐츠로 간주하면서 온라인 예술 콘텐츠 향유라는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혁신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는 예술위가 목표하는 창조와 매개, 향유가 선순환 구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늘지 않는 관객과 기금구조
여기서 그간에 주어진 창작 지원사업의 흐름을 모두 살펴볼 수는 없지만, 크게 볼 때 창작 지원 방식의 문제(단년 및 다년간, 단계별), 장르 확산의 문제, 환경 변화의 문제 등의 기준에서 행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가운데 창작 지원 목표별 사업에서 발표 목적의 사업만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 제작이 포함되면서 제작 과정을 고려한 단계별 지원은 특기할 만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구조적 접근이 갖는 의의와는 별개로 이러한 접근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성과는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도 검토할 사안이다.
창작 지원사업은 정부 보조금 사업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일련의 모니터링 혹은 평가를 받게 된다. 예술위는 매년 지원사업별로 모니터링∙평가를 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전체 사업을 대상으로 진행했지만, 사업 범위가 점차 다양하고 방대해지면서 전체를 조망하는 경우가 아닌 사업별로 진행하고 있다. 대개는 평가위원을 구성하고 제안된 평가지표에 따라 실사와 서류검토를 통해 진행된다. 하지만 평가지표는 적합성에 비춰 늘 논쟁거리였고, 궁극적으로는 정량평가를 넘어 정성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였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평가 결과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흡한 관객 참여라는 점이다. 이 점은 비단 예술위만이 아니라 지역문화재단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이고, 그나마 참여한 관객도 자발적 티켓 구매자로 보기 어렵다는 점은 보편화돼 있다. 물론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고 또 모든 경우가 다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 대개는 전시와 공연에 대한 홍보 필요성을 요구하지만, 그것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예술위가 관객개발을 위한 향유 지원사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예산상으로도 창작 지원의 두세 배 이상 많은 예산을 집행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관객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사업 체계 변화 추이(2007~2021)

사업 체계 변화 추이(2007~2021)2Ⓒ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위는 2004년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진흥기금) 모금제도 폐지로 복권기금을 전입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국민체육진흥기금과 관광진흥개발기금(코로나19 이후 정지)을, 2018년부터 일반회계도 전입되고 있다. 특별히 예술창작 지원과 문화예술 향유 지원을 비교하기 위해 『2021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차보고서』를 보면 2019년부터 3년간 예산 추이가 나온다. 올해 2023년의 경우, 예술창작 지원은 516.4억 원이고 문화예술 향유 지원 가운데 복권기금으로 운용되는 통합문화이용권 예산만 2,102.3억 원이다. 결과적으로 복권기금이 매해 늘어나면서 향유 예산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구조인데, 문제는 향유 분야가 대부분 영화와 스포츠, 여행에 집중돼 있고 예술 향유율은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관객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과연 이러한 기금 구조가 창작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예술위의 기관 정체성에 적합한가에 대한 여부이다.
예술의 타율성과 좀비 예술가
다른 한편 창작 지원은 예술의 자율성 이념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창작에 대해 어떠한 이유로든 검열과 배제를 강요받을 수 없다. 그러나 2015년부터 불거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그간 예술위 창작 지원의 흑역사로 남을 일이다.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을 근간으로 하는 예술 지원정책에 대해 절차적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최악의 사례라 할 것이다. 부적절한 국가 개입으로 인해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국가 역할에 회의를 불러온 슬픈 결과였다. 그럼에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정권 변동 등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재발할 소지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공정책의 원칙으로서 정부 및 관련 기관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는 팔길이 원칙은 사실 허약한 것이다. 팔길이 원칙을 예술 지원정책 이념으로 처음 제시한 영국에서조차도 정부와 예술위원회 사이에 팔길이만큼의 거리가 존재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예산 편성이나 집행, 위원 선임, 새로운 정책사업 수립 등에서 정부의 개입이 있고, 심지어는 정권에 따라 예산 삭감이 결정되는 등 지속적인 정부 주도와 개입을 시인한다. 이제 팔길이 원칙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예술위 간의 밀착 정도를 의미하는 말이 됐다. 그리고 우리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예술의 자율성만큼 예술의 타율성을 언급하고 연구한다. 예술 지원정책에 어떻게 국가가 개입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이에 예술위원회와 예술가는 어떤 포지션을 취하게 되는지, 타율성 회피가 또 다른 타율성 유발과 순응으로 어떻게 귀착되는지 등을 살펴보는 일이다. 예술 지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는 많은 경우 시장 논리에 따라 주어진다. 제19대 정부(문재인 정권) 때 사후 지원, 선택과 집중, 간접 지원정책을 시행하면서 그것의 근거로 이전의 지원이 서류 심사를 통한 사전 지원, 소액다건과 나눠먹기식 지원, 선례 답습성 지원, 예술단체(개인)에 대한 직접 지원에 치중해 왔으며, 그 결과 예술계가 창작의 질 저하, 지원 없으면 창작하지 않는 풍토(치열한 창작 정신 훼손), 자생력 약화를 가져왔다고 단죄한 바 있다.
예술 창작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라는 타율적 조건은 예술가의 위상도 초라하게 만든다. 어느 행정학자는 예술에 대한 보조금 지급의 당위성과는 별개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문제 삼아 창작 지원금을 더 이상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비효율적 배분으로 예술가의 보조금 의존도가 더욱 높아져 결국에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좀비 예술가’를 양산할 뿐이라고 했다. 한 예술가는 이 논문을 읽고 ‘잔혹 동화’ 같은 느낌이라 했다. 잔혹 동화란 일면 잔혹한 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 예술가는 창작을 지속하기 위한 구조에 저항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감과 예술의 사회적 인식이 낮은 현실에 대한 죄책감이 모두 섞인 표현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국가는 왜 예술에 투자하는가?
앞서 말한 한 행정학자의 주장에 일말의 진정성이 있음은 부인하지 않겠다. 다만 문제를 예술 생태계 전체 구도에서 보지 않고, 예술의 속성에 대해 보수적 관점을 적용하면서 일정한 지점에서 왜곡된 시각을 보여준 점이 아쉽다. 특히 자원의 적정 배분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적정 기준은 누가 정하는지가 그렇다. 추후 이 부분은 더 논의해 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예술의 타율성으로 점철된 현실에 놓여 있으면서 예술의 자율성을 허망하게 외치고 있지 않은지를 되물어야 할 것 같다. 보조금 대상 심사와 지급 절차 과정에서,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모니터링∙평가 과정에서, 성과측정 기준에서, 그리고 예술계 일자리와 자생력 확보라는 정책 목표 속에서 우리는 예술의 자율성과 타율성 사이를 쉼 없이 오가는 시계추와도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공연예술창작산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래서 다시 예술적 수월성과 접근성에서 논의를 시작해보자. 예술의 속성은 자기충족적이고, 그래서 효용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굳이 효용성을 말하자면 예술의 본원적 가치의 효과로서 드러나는 도구적 가치에 있겠다. 예술을 통한 관점의 전환, 자존감 회복, 자아 성찰력과 창의성 증진, 사회 자본 형성(소통력, 공감 능력, 공동체 정신 함양 등), 건강과 사회적 안녕을 위한 효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예술에 투자하는 명목적 이유인 인류 유산으로서의 가치 보존이라는 것 외에 실질적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예술 투자의 실질적 성과는 어떻게 측정되는가. 예술의 사회적 영향 연구에 따르면, 사회 전 분야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효과로 나타나면서 실제 사회 간접비용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본다. 인간과 세상을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 사업을 개발하는 효과로, 학교 폭력의 근원적 치유 방식으로, 범죄 예방 차원으로, 고립감과 우울증 해소에 따른 자살 방지 효과로, 노인층 삶의 질 향상 등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는 엄연한 경제적 효과라 할 것이다. 단지 직접 수익이 아니라 사회비용 절감이라는 간접 효과를 수익으로 볼 수 있는 경제 구도가 허용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이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많은 국가에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증거 기반 정책사업으로 찾고 있다. 그리고 이 역시 탑다운 방식으로 사업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예술가들은 그에 걸맞게 보조금 사업에 임할 것인가, 아니면 예술 내적 동기에 따라 스스로 사업을 조직화할 것인가. 예술가와 예술위가 예술적 수월성과 접근성을 올리는 한, 그래서 그 효과로 사회 간접비용을 절감하는 한 문화예술 창작 지원의 보조금 지급은 당연한 일이 된다. 그리고 이 문제를 전면화하고 공론화하는 것으로 예술위 50주년을 기념한다면 어떨까? 보조금 지급은 당연한 일이고, 그에 대한 대가는 인간과 사회를 변화하는 힘에 있음을 제기하자는 것이다. 어쨌든 좀비 예술가의 그림자는 벗어나고 볼 일이지 않은가.
  1. 예술과 기술융합 지원 항해하는 사람들(이정인 크리에이터), Whale Rock Project(심윤선), 『2021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차보고서』 p.57 참고
  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차보고서』 p.44 참고
박신의
박신의(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고황명예교수)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로 재임했으며, 2023년부터 고황명예교수로 임명돼 강의와 연구, 학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기 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초대 회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종학당재단 이사, 국제문화교류진흥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관심 연구 분야는 예술의 사회적 영향, 소셜 아트, 예술기업가 정신, 박물관 경영, 미디어 아트 비즈니스 모델, 4차 산업혁명과 예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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