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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 사례 소개1

  • 조회수 4980
  • 등록일 2015.10.29
첨부파일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 사례 소개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 사례 소개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은 문화누리카드 사용이 어려운 장애인, 고령층, 격·오지 주민 등 문화소외계층을 위해 지역 주관처에서 실시하는 문화·여행·스포츠관람 지원 서비스입니다.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를 만나는 참여자의 사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 본 사례는 이진경 작가가 직접 프로그램 참여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 이진경(작가) : <희망의 속도 15km/h- 폐암 4기 김선욱의 180일 국토 종단기>,<EBS 다큐프라임 생사기획 대탐구 “죽음”>,<EBS 다큐프라임 “감각의 제국”> 등을 집필, 현재 글쓰기 강사로 활동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 사례 1>
할아버지의 심장을 멈추게 한 ‘찾아가는 영화관’
목포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여 들어가는 신의상태도. 1700-1800명 정도의 주민이 있는 이곳은 평일 늦은 오후에 들어갈 때 이미 장산도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릴 정도로 평일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곳이다. 33.24평방킬로미터의 신의도는 바다와 염전, 저녁이면 은은하게 붉은 노을이 사람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대지를 적시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지니고 있다.

2015년 10월 6일 저녁 6시 30분, 이곳에서 마을의 작은 축제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6시가 되기도 전부터 신의초등학교 강당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도착한 부모, 노부모를 모시고 온 성인 자녀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6시 30분부터 진행되는 마술쇼를 보기 위해 아이들은 일찌감치 신이 나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저녁 노을이 신의도의 고즈넉한 염전에 깊이 드리우고, 농익은 가을 바람이 상쾌한 기운을 선사하고 있을 즈음, 공연이 시작되었다. 신의초등학교 강당에서 이재철 마술사의 기묘한 마술이 펼쳐지기 시작하자 100여 명 가까이 모인 신의도 주민들의 눈은 일제히 마술사의 손놀림에 집중되었다. 아이들은 쇼에 집중한 나머지 벌떡 일어나 보기도 하고, 어른들은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놀라운 마술에 순간순간 찬사의 박수를 보냈다. 마술쇼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 본 아이들은 공연 시간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비둘기 마술, 카드 마술, 손수건 마술, 부채 마술 등 바로 눈앞에서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는 주민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행복한 표정이었다. 마술 공연이 끝나자 일제히 아이들은 마술사 뒤를 졸졸 쫓아왔다. 연예인이 따로 없었다. 목포까지 나가려면 편도 2시간은 잡아야 하고, 한번 나가면 교통비에 식비, 숙박비, 각종 문화비까지 많은 돈이 드는 여행은 신의도 주민들에게 주말도 쉽지 않을뿐더러, 평일은 아예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요즘처럼 소금 수확에 바쁜 가을철이면 문화 생활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신의도는 카페나 도서관, 서점 등 문화시설이 전무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낙은 저녁이면 동네 주민들과 만나 술 한 잔을 걸치거나 집에서 TV를 보는 것이 다였다. 아이들 역시 집에서 TV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이 유일한 오락거리였다. 특히나 신의도의 저소득층이나 기초수급가족들에겐 목포에 나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거나 문화생활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 있는 이들에게 문화 더누리 프로그램의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그램은 일상 가운데 촉촉한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마술사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은 마술사의 신상을 궁금해하기도 하고, 비둘기는 어디에 두었는지 묻기도 했다. 이재철 마술사는 이런 섬 지역에서 마술을 하는 뿌듯한 보람에 대해 말한다.

“어떤 섬에 갔을 때는 자기 이름과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글자를 군고구마 위에 매직으로 적어 넣어 쿠킹호일에 싸서 준 아이도 있었어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두 달 동안 못 먹고 집에다 잘 놓아두었어요. 이런 게 제일 큰 보람이죠.”

사진설명 : 사례1,2

사실, 마술쇼를 하려면 공연 무대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양옆에서 관람하지 못하도록 가시거리도 확보되어 있어야 하고 특별한 조명도 필요하다. 섬 지역에 그런 무대 장치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나 그 어떤 곳보다 이런 무대에서 마술사가 보람을 느끼는 이유는, 마술이라는 것을 전혀 접해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술에 집중하게 되면 박수를 치기보다 오히려 표정이 멍해지고 입을 헤 벌리게 되는데 이곳 아이들의 그런 표정을 볼 때마다 마술사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진다. 그것은 도시에서 이미 이런 마술을 직접 많이 접해 본 아이들의 표정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윽고 7시경, 영화 <국제시장>이 상영되었다. 강당을 압도하는 크기의 스크린과 가슴을 파고드는 음향의 스피커를 통해 찾아온 영화는 보는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컴컴한 강당에서 모두의 눈은 일제히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영화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울고 웃었다.

전남의 수많은 섬을 다닌 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할머니께서는 18살 때 데이트할 때 이후엔 영화를 보신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그램에서 ‘벤허’를 상영했는데,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신 남편이랑 봤던 그때 그 기분에 젖어든다고 하시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어떤 섬 이장님은 ‘찾아가는 영화’ 프로그램에서 상영한 ‘아바타’를 보다가 잠시 기절하셔서 119에 실려 가기도 하셨어요. 압도하는 스크린과 음향에 심장이 두근거려서 그랬다면서, 영화를 그렇게 보기는 처음이라며 나중에 껄껄껄 웃으셨죠. 어떤 할머님께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분은 고맙다고 커다란 부대자루에 소금을 넣어 선물로 안겨다 주시기도 하고 그래요.”
영화 상영이 끝나자 주민들은 삼삼오오 눈물을 훔치며 집으로 돌아갔다. 어떤 주민은, 목포에 나가 극장 갈 일이 없으니 좀더 자주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각별히 부탁을 해 오시기도 했다. 집에서 TV로 보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문화체험. 모두 함께 웃고 울며 감정적으로 교류하고 공감하는 경험은, 스크린에 압도되어 집중하여 영화를 보는 기회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이다. 또한 마술과 같이 아름답고 신비로운 환상을 심어 주는 새로운 경험은 직접 접하지 않으면 체험하기 어려운 정서다.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그리고 한번 도시로 나오기 어려운 섬 지역의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풍부한 상상력과 풍요로운 정서를 제공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경험들이 누군가에게는 매우 드물고 귀하여 각별한 고마움으로 다가오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섬 지역의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그램은 보여 주고 있었다.

자료담당자[기준일(2015.10.29)]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누리부 심소연 061-900-2277
게시기간 : 15.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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