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식

Arts Council Korea
아르코의 활동을 공유해드립니다.

보도자료

전세계 공연예술의 거장을 만나다(4)_캐롤린 다우닝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 조회수 6946
  • 등록일 2015.02.12
첨부파일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드디어 2014년도 AIPAPS 시리즈 마지막 순서입니다. 마지막까지 기다리신 만큼 많이 궁금하셨을 텐데요. 2014년도 피날레를 장식한 AIPAPS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은 어땠는지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Ⅰ. 워크숍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번 워크숍은 다른 어느 때보다 차분히 시작했다가 극적으로 끝난 워크숍이었습니다. ‘소리’ 는 보이지 않고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독특한 성질을 갖고 있는 터라, 이 공간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상상이 안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도 많이 됐는데요.



워크숍의 시작은 ‘맥걸크효과(Mcgurk Effect) ’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들어가서 동영상을 봐주세요. 처음엔 눈을 뜨고 듣고 두 번째는 눈을 감고 들어보세요. 소리가 어떻게 들리시나요? 동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aFPtc8BVdJk

맥커크효과(Mcgurk Effect)는 말을 들을 때 소리와 영상 간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인지 현상을 뜻합니다. ‘가’ 를 발음하는 모습을 보면서 ‘파’ 발음 소리를 들었는데 ‘타’ 로 들리죠? 우리가 평소에 듣는 많은 소리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많다고 합니다.‘가’를 ‘가’ 로 듣는 줄만 알았던 저도 이 동영상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 공연에서도 이런 음향심리학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하키선수가 실제로 공을 치진 않았지만 관객들은 ‘소리’ 만 듣고도 ‘공이 저 멀리 날아갔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물론 그게 ‘허구’ 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도 맥커크효과를 활용한 디자인의 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사진은 초청강연 때 찍은 모습인데요. 에 ‘크로켓선수’ 장면이 캐롤린이 설명했던 사례입니다.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설명중인 캐롤린 다우닝

날이 굉장히 추웠지만, 캐롤린 다우닝과 참가자 모두가 실외로 나왔습니다. 사운드 워킹Sound Walking을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30분 간 말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주변을 걸었습니다. 저희 개발원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개발원이 위치한 일산동구 사리현동 464-1은 한적한 동네입니다. 개발원에서 조금 나오게 되면 레미콘이나 화물차 같은 대형차량과 출퇴근하는 자가용이 지나다니는 큰 도로가 있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는 차 소리를 함께 들은 것 같습니다. 엔진마다 다른 소리를 내며 참가자들 옆을 지나갔고, 헬리콥터 한 대도 머리 위를 지나갔습니다. 볼이 따끔따끔해졌을 때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다랐습니다. 12월 매서운 바람에도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과 20여명의 어른 군단이 운동장을 가로지르니, 아이들은 하던 축구를 잠시 멈추고 저흴 쳐다보며 서로 이야기하는 눈치였습니다.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3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날 날씨가 정말 추웠는데요. 이렇게 30분 동안 걷는 동안 무거운 촬영 장비를 어깨에 메고 같이 뛰어주신 촬영감독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작은 새가 낙엽을 밟는 소리, 주변 공사장에서 쇠 자르는 소리, 개 짖는 소리처럼 제가 글로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는 현장감있는 ‘소리’ 를 DVD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4

다시 개발원 실험무대로 돌아와서는 영화 <대부 The Godfather>의 한 부분을 보면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여기서 사운드디자인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찻길 옆 카페인데요. 접시에 은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나무문이 찌그덕거리는 소리, 웨이터의 발자국 소리, 기차가 지나가면서 창과 공기를 울리는 소리, 가까워진 기차소리에 묻혀 버리는 남자의 목소리 등이 들리네요.

이 영화는 음향디자인이 도입된 초기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용된 기술도 소리의 볼륨을 키웠다가 낮췄다가, 가까이 했다가 멀리 했다가 하는 초기의 기술이라고 합니다. 음향디자이너가 배우의 감정을 소리를 통해서 표현한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 사람 주변에 있는 소리는 어떤지, 저 사람은 이 소리를 어떻게 들을까를 고려해서 음향을 디자인한다는 거죠. 남자의 감정이 고조되고 살인을 결심할 때, 기차가 카페와 가까워지면서 기차소리가 굉장히 커집니다. 이때 디자이너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라는 것을 극적으로 커진 기차 소리로 표현한 거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영상을 보면서 기차 소리 이외에 들리는 다른 소리에 귀 기울여봤습니다. 접시에 은수저가 부딪히는 소리, 발자국 소리가 들렸는데 여기 도입된 기술이 폴리 레코딩Foly Recording입니다. 아주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완벽한 장면을 만드는 거죠. 레스토랑에 다른 손님들의 소리는 굉장히 작게 들리고, 웨이터가 가까워지면서 크게 들리는 발자국 소리는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나중에는 웨이터가 카메라 가까이 있는데도 소리가 안 들리죠. 그 이유는 더 이상 웨이터의 극적 역할이 없기 때문입니다.

* 폴리 사운드(Foley Sound)란? 음향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소리로써 실감나는 영상으로 묘사하기 위해 후반작업에서 믹싱하여 넣을 음향효과를 다양한 소도구와 장비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1930년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사운드 테크니션이었던 잭 폴리의 이름에서 따온 용어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캐롤린 설명 이외에도 토론 중에 나온 참가자들의 의견도 참신했습니다. 살인 장면에는 고주파high Frequency에 해당하는 높은 소리가 나와서 긴장감이 최대화되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1분 내외의 영상을 가지고 음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이어서 반전영화의 전설 <식스센스Sixth Sense>를 감상했습니다.이 영상음향에 대한 해석과 토론은 DVD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영화의 반전만큼 매력적인 음향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운드 소스를 함께 들으며, 어떤 의도와 의미를 내포한 음향인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물이 들어차는 소리, 폭풍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상황별로 어떤 심리와 스토리와 연결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캐롤린은 각각의 소리로 추상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음향디자이너들이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이 어떤 건지 감이 오시나요? 음향적 관점에서 작품을 본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지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음향작업에 사용할 오브제들

오후에는 직접 소리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금 난장판같이 보이지만 모두 굉장한 ‘사운드스케이프’로 탄생할 오브제입니다. 컴퓨터 프로그램 같은 기술 대신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자신이 생각한 소리를 만들고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만, 연주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의도와 의미를 맞추는 방식이었죠.

개인별 음향작품을 발표중인 모습

각양각색(各樣各色)이라는 말이 있죠? 영어로는 Diversity, 각기 다 다르다는 뜻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입니다. 개인 음향발표 시간에 느낀 점이 바로 ‘각양각색’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준비된 재료는 포대자루, 완충재, 빈 쿠키케이스, 유리병, 가죽장갑, 호일, 포크, 마분지 따위였는데요. 일상적인 재료를 가지고 긴장감, 상쾌함, 경쾌함, 공포감 등 다양한 감정을 품은 음향을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참가자들의 개성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참가자들은 개별 작품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캐롤린은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보완되면 더 나을지 의견을 주었습니다.


워크숍 Day2와 Day3는 그룹별로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을 하고 발표하고 피드백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전날 밤, 캐롤린이 호텔에서 쉬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찾았다며 Youtube 영상 하나를 함께 보았는데요. 스웨덴의 한 의류회사 COS의 광고 입니다. 폴리사운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 동영상이라 링크를 공유하겠습니다. http://youtu.be/HZYUqZ6kjZE

팀별로 관객들에게 길을 제시하면서 소리를 따라오게 하는 과제 발표를 했는데요. ‘관객들이 어느 장소에서 어떤 느낌을 받기를 바라는지 고려해서 연주를 해라. 표현하고자 했던 공간과 감정을 어떻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해서 작업해달라’ 는 것이 캐롤린의 주문이었습니다.

팀별 과제를 위해 토의중인 참가자들

여러 팀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팀의 작품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관객은 완충재가 깔린 길을 걷고 연주자들은 숨 차는 소리와 종이가 펄럭이는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캐롤린이 들고 있는 사진을 음향으로 풀어낸 것인데요.
일명 뽁뽁이가 터지는 소리와 숨차는 소리, 펄럭이는 종이 소리가 만나니 마치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 분석을 통한 음향 디자인

여러 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평론하면서 캐롤린이 했던 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사진에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 표현한 게 매우 좋았다‘라는 칭찬에 덧붙인 말이었죠.

We can do everything out side of what we are seeing. Rather than just being illustrative of what people already see, we can do something else.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 모든 걸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미 보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무언가 다른 걸 할 수 있다.

음향디자이너의 역할과 사명이 이런 게 아닐까요? 무대디자인, 조명, 의상과 같은 시각적 연출과 달리 보이지 않는 요소를 가지고 사람의 심리를 흔드는 작업이잖아요. 저 말을 들었을 때, 음향디자인에 갖고 있는 캐롤린의 열정과 애정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어서 음악분석(Music Analysis)와 본문 분석(Text Analysis) 시간을 가졌습니다. 음악을 같이 들으며 음악이 주는 느낌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음악은 어디로 치닫고 있는지, 이 음악은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죠. 캐롤린은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전달하지 않고 우회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는데요. 특히 좋은 음악일수록 더욱 그렇겠죠?

마지막 사운드스케이프 구성과제는 5가지 본문 중에서 팀별로 선택을 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거의 모든 팀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를 선택했습니다.

[당신에게 시간은 오래되고 모호한 꿈처럼 무게가 나간다. 당신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이것에서 빠져나가려 한다. 하지만 비록 당신이 땅 끝까지 간다고 해도, 당신은 여기서 탈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은 그곳으로 가야 한다. 세상의 가장자리까지. 거기 도착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함께 만들어진 음향을 감상하는 모습입니다.

참가자들이 함께 만들어진 음향을 감상하는 모습

항상 현장스케치 글은 ‘누구든 현장에 왔다간 것처럼 느낄 수 있게, 눈에 보이듯이(Showing) 쓸 것’ 을 염두하고 씁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만큼은 글에 담을 수도, 이미지 파일로 캡쳐 할 수도 없는 소리라서 고민이 많았는데요. 이 글 끝에서 여러분께 선물을 준비했으니 꼭 확인해주세요.

Ⅱ. 초청강연
<소리와의 대화>


이번 <무대음향디자인 초청강연>은 2014년 12월 12일 금요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날씨는 온화했고 많은 분들이 오셨음에도 예술가의집 다목적홀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차분했습니다.

캐롤린 다우닝 설명시작

다양한 참석자들이 모인 공개 강연회인 만큼 재미있는 음향심리학 사례인 맥커크효과로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다들 아시죠? 설마 그럴 리가 없지만, 기억이 안 나신다면 다시 스크롤을 위로 올려주세요. (워크숍 첫 번째 날 맥커크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녀가 2014 로렌스 올리비에 최고음향디자인상을 수상한 만큼 수상작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우선 그녀는 작업을 시작하면 먼저 희곡을 읽고 연출가를 만난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뉴욕과 베이징을 오가며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주제 자체는 암울하고 어두운 것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천안문 사태를 생각했을 때 는 어두울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을 텐데요. 대신 코미디 요소가 굉장히 많고 에너지 또한 넘치는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심각함과 진중함으로만 가는 게 아니라 암울함에 맞서나가는 음악을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강연회에서는 에 사용된 음향 팔레트를 함께 들었습니다. 뉴욕 장면에서 쓰인 음향, 탱크 소리, 모험(action adventure)과 관련된 소리, 바운스가 넘치는 소리, 테이프를 거꾸로 돌려서 만들어낸 소리 등을 차례대로 들었죠. 직접 작품에 쓰이게 된 음향 팔레트뿐만 아니라, 초기 영감을 갖고 만든 팔레트까지 10개가 넘는 소리를 함께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업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가끔 제가 직접 소리를 내고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방식보다 옷감의 샘플을 보여주는 것처럼 음향 팔레트를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팔레트를 미리 만들어 놓고, 리허설에서 즉석으로 틀고 같이 들어보는 게 연출가와 다른 스태프들과 쉽게 소통하는 유용한 방법입니다.’

‘리허설 룸의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고 적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본인이 어떻게 움직일지 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누군지에 따라서 저도 카멜레온처럼 변해야 합니다. 어떤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음향을 켜야 됩니다. 때로는 좀 더 부드럽게 해줄래요? 더 크게 틀어주세요! 라고 정확하게 강하게 말하는 연출가도 있죠. 작업방식은 항상 바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시퀀스에서는 사운드가 필요 없다고도 하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사운드가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연출가의 생각과 지시를 리허설 중에 즉각 반영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이건 제가 지난 세월동안 배운 교훈인데요. 모든 사람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는 리허설 룸에서 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게 제일 좋다는 걸 배웠습니다. 공연에 임박해서는 다들 긴장해 있고 예민하기 때문에, 사운드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최대한 작업 초기에 꺼내놓으세요. (웃음)’

‘음향디자이너는 사운드 컨텐츠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음향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오디오는 어디서 들어오는지 무대공간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작품 초기부터 같이 토론해야 합니다. 스피커 위치 등 요소들에 대해 한번 정해지면 다시 변경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작품 초기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1인극 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공연내내 여배우는 날아오는 공을 치며 크리켓 연습을 하는데, 무대가 중앙에 있고 양 옆에 관객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공을 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음향효과를 쓰자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실제로 배우가 크리켓을 하고 있고 그녀가 공을 맞받아치고 있다고 느끼게끔 해야 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공연 자체가 실패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스피커는 반드시 숨겨야 했죠. 그래서 저는 조명기 바로 옆에 아주 작은 스피커를 숨기고 잔디 구석구석, 공연장 구석구석에 스피커를 숨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배우와도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온전한 캐릭터 하나를 만들기 위해 그녀의 움직임과 대사, 감정을 다 이해해야 했었죠.’

사진을 보면 그녀가 했던 음향작업이 어땠을지, 숨겨진 스피커에서 어떤 소리가 우리들의 귓가에 와닿을지 궁금해지지 않나요?


(사진 Photographs by Johan Persson)

질의응답시간에는 끊임없이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사운드를 재생할 때 스피커 종류는 어떻게 골랐는지, 앞으로 만들고 싶은 음향 팔레트는 어떤 것인지 등이 있었는데요.

한 가지는 ‘음향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굳이 전공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음향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어떤 소양이 필요한지’ 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극학과 출신인데요. 저는 연극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연극 관련 사람들이 제 주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물론 전공할 필요가 없고 현장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연극과 너무 동떨어진 전공을 하고 들어온다면 조금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디자이너라고 하지만 가끔 무대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예술혼만 불태우는 사람이랑은 협업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연극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극에 대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과 협업하기가 훨씬 쉽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사운드 디자이너로서의 덕목이라면 의사소통 능력, 배우에 대한 이해, 사람들을 존중하는 자세가 있겠죠. 연출가를 생각해보면, 연출가는 작품의 성공이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굉장한 압력을 받을 겁니다. 물론 우리가 심한 아첨꾼만 되어서는 안 되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연출가를 응원해주고 함께 발전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음향에 대한 재능도 있어야 하구요.’


질의응답 중인 캐롤린 다우닝

또 다른 질문 중에는 로렌스올리비에 수상 소감이 어땠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공연장 중간 줄, 그 중에서도 중간 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아 나는 상을 못 받는구나.’ 라고 생각습니다. 그래서 제 이름이 호명 됐을 때 믿을 수가 없었죠. 그리고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저 앞까지 나가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수상 소감 말하는 건 더 두려운 경험이었죠. (웃음) 사실 제가 수상을 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진 건 아니지만, 음향디자이너 후보 4명에 들어갔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었고, 괜찮은 음향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시 말해 ‘나는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 일을 할 수 있다는 응원을 받았다’ 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저에겐 큰 도움이 되었고 이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기회 또한 되었기 때문에 정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핑크빛 원피스와 부드러운 미소가 아름다웠던 캐롤린 다우닝. 잠깐의 쉬는 시간뿐만 아니라 강연이 끝나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찾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음향프리랜서로 작품을 만들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고 싶다는 그녀. 전시음향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아졌다고 하는 그녀를 보면, 음향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과 애정이 있음이 분명합니다.

드디어 선물을 공개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개발원이 하이라이트 동영상을 준비했습니다.아래 링크로 들어가시면 4일간의 여정을 5분 내로 편집된 영상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AIPAPS 하이라이트 영상 바로가기 http://youtu.be/mBE9xwn12w0

마지막 시리즈라서 많이 아쉬운가요?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AIPAPS)는 2015년에도 이어집니다. 올해 소식을 전해드릴 때까지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정지인

*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아이팝스 AIPAPS, ARKO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Professional Series)란,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에서 2011년부터 매년 4-5회 공연예술 각 분야의 국제적 거장들을 초빙하여 국내 공연예술분야 종사자들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우리 공연예술계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개최하고 있는 국제 행사입니다.
* AIPAPS 시리즈는 모두 녹화되어 영상 DVD로 제작되며 ‘대학로 예술가의집’에 위치한 ‘국립예술자료원’에서 열람이 가능합니다.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가) 창작한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담당자명
백선기
담당부서
예술정책·후원센터
담당업무
기관 및 사업 언론홍보 총괄
전화번호
02-760-0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