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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전세계 공연예술의 거장을 만나다(3)_랍 홀리데이 무대조명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 조회수 8050
  • 등록일 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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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2014년 11월에 진행되었던 파멜라 하워드의 <무대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소식, 잘 읽어보셨나요? 이번은 시리즈 3번째인 랍 홀리데이 <무대조명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입니다. 분야가 조명디자인이었던 만큼 시각 자료를 충분히 담았으니 눈을 크게 뜨고 따라와 주세요!


Ⅰ. 워크숍
< Day 1 무대조명 들어가기 : 과거부터 지금까지 >
< Day 2 조명 작업의 도구 >
< Day 3 라이트 쇼 제작 및 피드백 >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1

첫 날은 랍 홀리데이(Rob Halliday) 자신의 작업경험, 주변 동료 이야기, 빛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 등을 주고받았는데요. 실습 위주였던 Day2, Day3보다 첫 날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 실 것 같아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던 만큼 관련된 사진들과 함께 몇몇 에피소드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가 조명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매체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관련된 책을 읽으며 공부해야했다고 하네요. 그때 ‘모든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방법(A Method)을 제시하고 있다. 즉, 조명에는 정해진 룰(The Method)은 없다’ 는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조명디자인에는 불변의 진리 같은 하나 뿐인 방법(The method)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과 방향 중에서 한 가지의 방법(A Method)만이 있다는 거죠. 지금은 책과 현장 작업을 오가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게 되었고, 그 방식대로 일하거나 상황마다 새롭게 배우기도 하면서 작업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조명작업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나의 잘못된 선택이 공연 전체를 망치게 된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고 일하길 바랍니다. 조명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관객이 다 이해하는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조명기를 선택하고 위치, 컬러, 각도 등을 결정하는 것에는 디자이너만의 이유와 확신이 담겨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유명 조명디자이너인 테라 무사는 컬러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두려움을 극복한 방법은 ‘컬러는 바꾸기 쉽고 실수는 받아들일 것’ 이었다고 합니다.’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2

‘빛은 곧게 뻗는 성질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하얀 빛에도 수 십 가지의 컬러가 섞여있죠. 조명디자인은 과학과 밀접한 빛의 성질을 이용합니다. 저는 단순히 빛을 다루는 일 보다는 빛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과학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조명을 택했죠. 조명이 비춰지지 않은 무대와 잘 디자인된 조명이 비춰진 무대는 확연히 다릅니다. 조명이 있는 무대가 더 환상적이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또한 공연은 여러 분야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잘 만들어진 공연은 이 환상적인 아이디어가 어떤 파트에서 나온 것인지를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조화로워야 합니다. 이런 점들이 공연과 무대 조명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명디자이너 데이빗 허쉬(David Hersey)의 프로그래머로써 일하며 20개정도의 작품을 함께 했습니다. 데이빗은 조명의 모든 룰을 깨면서 일하는 디자이너죠. 그가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한 빛을 요구할 때 마다 저는 최선을 다해 빛을 만들었고 그 때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그는 조명을 통해 공간을 발견하고 공간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며 공간을 매순간마다 변형시킵니다. 그리고 항상 조명의 기술보다는 공연에 조명이 어떻게 쓰일지를 고민했죠. 그 분이 가지고 있던 단 하나의 원칙은 공연의 모든 분야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 됨을 고려하는 것이었습니다.’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3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언제나 커뮤니케이션의 연속입니다. 나의 아이디어를 밀고 나갈지, 일정 수준에서 타협할지 판단하는 일은 항상 어렵죠. 저는 디자인을 할 때 대본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무대 위에 구현하는 방법으로 작업을 합니다. 타이타닉의 경우 음악을 계속 들으면서, 이 공연이 타이타닉 배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사회적인 신분과 빈부에 관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생존자 대부분이 1등 객실에 묵은 상류층이었고 희생자들은 3등 객실에 탔던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이걸 조명디자인에 반영해 1등 객실은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에서 오는 반짝이는 불빛으로, 2등 객실은 사이드 조명으로, 3등 객실은 전등과 같은 낮은 레벨에서 들어오는 조명으로 상징성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배의 가장 바닥인 보일러실의 경우 용광로 같은 기계가 내뿜는 강렬한 빛으로 표현했죠.’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4

‘이런 제 아이디어를 처음 연출가에게 말했을 때 그는 쉽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공연이 올라간 후에 저에게 와서 ‘이제 네가 무슨 말 했는지 알겠어!’ 라고 말했죠. 공연을 만드는 모든 파트가 그렇지만 조명 역시도 연출가의 생각에 따라 방향이 결정되고 작업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모든 연출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믿지는 말아야 합니다. 강한 일렉트릭 록큰롤 사운드가 2시간동안 이어지는 <Tommy>라는 락 오페라를 디자인할 때였습니다. 저는 처음 음악을 들을 때부터 비트를 살려 매 순간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연출가는 매우 진지한 극으로 보이길 원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죠. 하지만 리허설 때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연출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본 공연을 앞두고 모든 메모리를 다시 해야 했습니다.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 연출은 제게 와서 ‘이게 바로 내가 상상했던 그림이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우리 연출가를 너무 믿지 맙시다! (웃음)’

‘영감을 조명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말하니 <Buried Child> 라는 사실주의 연극이 떠오릅니다. 제 아내의 고향인 중남미 근처에는 광활한 옥수수 밭이 있는데요. 저는 그곳에서 보았던 풍경과 하늘, 특히 노을을 떠올리며 이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어떤 가요? 사실 옥수수 밭을 건들지 않고 포커싱을 해야 돼서 조명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는데요. 옥수수대 사이로 포커싱을 했지만 가끔 완벽한 상황에서 옥수수 잎 하나가 걸리면 무대디자이너 없을 때 몰래 하나 따서 버리기도 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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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준비함에 있어서 가장 쉬운 것도 어려운 것도 협업입니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파트와 공유할 줄 알아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무대 위에서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를 같이 고민해야 되죠. 뉴욕에서 했던 [레드]라는 작품의 경우, 화가인 주인공이 자신의 그림을 보며 감탄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그림이 스스로 빛나는 느낌이 나야한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바로 앞에 서있는 배우의 그림자가 그림에 묻지 않아야 했고 그러려면 사이드 조명을 사용해야했는데 세트는 모두 벽으로 둘러 쌓여있어 도저히 사이드조명을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프리프로덕션 기간이었던 2달 동안 무대디자이너를 설득한 끝에, 객석에서 보이지 않도록 잘 숨기는 조건으로 양쪽 벽에 구멍을 하나씩 뚫을 수 있는 동의를 얻어 냈습니다. 처음부터 동의했더라면 얼마나 쉬웠겠어요? 물론 공연이 끝난 후에 그 ‘빛나는 그림’ 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4 AIPAPAS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6

‘누가 ‘이 작품 해볼래요?’ 하면 보통 ‘그래요!’라고 답합니다. 디자인을 할 때 프로그래머를 따로 고용하냐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작품에 따라 다릅니다.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아니지만, 콘솔 앞에 앉아 콘솔을 만지는 순간 연출자들이 저를 디자이너가 아닌 기술자(technician)로 보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또한, 메모리를 할 때엔 리듬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보통 새로운 쇼를 할 때는 프로그래머를 따로 두고, 연출가과 디자이너들과 의견 조율을 합니다. 사람들은 제 프로그래머 되기 싫어합니다. 제가 프로그래밍을 다 알기 때문에 잘못한 걸 바로바로 캐치하기 때문이죠.(웃음) 그래서 직접 하는 게 더 편하고 빠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를 무대 위에 올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예산과 시간입니다.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공연장이라면 그밖에 초과되는 물량만 예산에 반영하게 되지만, 영국과 뉴욕의 극장 중 상당수가 디머시스템조차 가지고 있지 않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데이비드 허쉬는 조명도면과 예산을 함께 고려했는데, 마지막까지 언제 떠오를지 모르는 아이디어를 위해 항상 여윳돈을 남겨두고 작업했습니다.’

‘뉴욕의 공연시스템은 셋업부터 리허설, 본 공연까지, 배우를 포함한 모든 파트의 모든 스태프들이 공연장에 나오고 페이를 받습니다.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제작자들은 항상 이 부분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죠. 1996년으로 기억되는데 당시 무빙라이트가 매우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조명디자이너 조쉬 피셔(Josh Fisher)는 셋업의 기간을 줄이기 위해 무빙라이트를 사용할 것을 제작감독에게 권했습니다. 아마 이런 이유에서 무빙라이트의 보급이 빨라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명도면은 셋업시간과 예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최대한 신중하게 도면을 그려야 합니다. 물론 리허설 중에도 수정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신중하게 계획되지 않은 결과’여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었죠. 뮤지컬 <코러스라인>은 세트 배경이 거울로 되어있는데요. 연출가는 배우를 비추는 팔로우스팟의 빛이 거울에 묻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조명디자이너는 캣워크를 앞쪽에 설치해 팔로우스팟과 팔로우스팟오퍼레이터를 위치시켰습니다. 1970년대 시대를 생각하면 예산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거울에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공연 내내 관객이 불편을 겪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죠.’
* 캣워크(cat walk) : 상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장소에 있는 기기를 점검하기 위해 두어진 사다리꼴의 수평 통로. 극장의 무대 상부라든가 체육관의 천장면 등에 두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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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은 일반라이트만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어떤 공연보다도 아름다운 이유는 연출가가 세트디자인 모델을 가지고 모든 장면의 연출을 상세하게 보여주면서 커뮤니케이션했기 때문에 조명디자이너는 모든 장면을 디테일하게 디자인할 수 있었고 모든 조명기의 포지션과 포커스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그렇게 작업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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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은 계속해서 여러 무빙라이트와 기타 효과기를 켜 그 효과와 느낌을 비교하면서 어떤 용도로 사용해야 적합한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LED의 쓰임이 다양해지면서 그보다 낮은 색온도를 표현하지 못하는 점, 광량 조절의 문제가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LED서스포(Source Four)를 가져와 컬러 느낌의 변화나 광량을 비교하면서 몇 가지 효과를 보여주기도 했고요. 빛의 높이나 각도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미리 설치해놓은 조명기를 켜서 직접 움직이면서 설명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촛불과 스파클러를 켜놓고 조명에 대해 이야기했던 시간입니다.

조금은 전문적인 이야기였지만, 사진과 함께해서 지루하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 워크숍에서는 음악을 듣고 팀별로 구간을 나눠서 조명디자인을 하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청각적인 자극(음악)을 시각적인 표현(조명)으로 만들어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Ⅱ. 초청강연
< 조명도구의 역사부터 조명디자이너의 영감까지 >


영하 10도의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던,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예술가의집 3층 다목적홀에서 조명디자인에 대한 초청강연이 이루어졌습니다. 랍 홀리데이에게 이번 한국 방문은 세 번째 내한인 셈인데요. 1992년도 KBS홀에서 <Twelfth Night>와 <Macbeth> 조명디자인 작업을 했던 게, ‘생애 첫 해외출장’ 이었다고 하니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Buired Chlid>, <Sweeny Todd>, <Hello Dolly> 등 그가 직접 디자인 하는 경우도 있고, <My Fair Lady>, <Mary Poppins> 같은 투어 작품을 재 디자인 하거나 다른 디자이너를 돕는 협력디자이너로 일하기로 한다고 합니다. ‘조명디자인’ 이라는 일을 두고 역할 분담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콘서트나 연극을 보러 가면 프로그램 북에서 ‘조명디자이너’ 라는 걸 보셨을 텐데, 다들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신가요?’

랍 홀리데이의 질문이었습니다. 조명디자이너라는 말이 생긴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스 시대에는 야외무대에서 공연이 이루어졌고 조명은 자연의 빛, 햇빛이 전부였죠. 그 이후에 촛불, 가스등, 전구, LED로 발전하면서 빛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각각의 느낌이 어땠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현재는 촛불로만 공연하던 때보다 70-80배 더 밝은 빛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객이 삶속에서 이미 강한 빛과 사운드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공연장에서는 점점 더 밝은 빛과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인간은 불과 함께 진화했기 때문에 촛불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또 사람의 피가 붉고 피부도 붉은 색을 띄고 있기 때문에 불빛은 더욱 부드러운 느낌을 주죠. 랍은 촛불이 살아 있는 빛이기 때문에 더욱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흔들리는 촛불 느낌을 인공적으로 만들려고 하면 쉽지 않다는 거죠.

그 다음은 가스등입니다. 당시 가스등에 들어간 가스와 지금의 가스 성분이 달라서 더 이상 그때와 같은 색을 만들 수 없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빛은 밝다’ 라고만 생각했던 저에게는, 재현할 수 없는 당시의 가스등 색깔이 아련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새로운 조명기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너무 강하다고 느끼지만, 곧 그것에 익숙해지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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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디자이너는 시선을 통제한다’ 는 말 또한 인상적이었는데요. 영화나 무대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어떤 인물을 강조하는 역할을 조명이 맡고 있다는 뜻인데요. 조명디자이너를 ‘관객의 시선을 통제하는 자’ 라고 불러도 그럴 듯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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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재미있는 질문이 많았는데요. 4가지만 뽑아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Q1. 같은 공연이라도 투어를 하다보면 극장마다 조명시스템이 다를 텐데 어떻게 작업을 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공연을 보면서 관객이 그 장면에서 느껴야 하는 아이디어가 뭔지 말이죠. 우선순위를 정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상쇄해 나가야 합니다. 조명기에 연연해 하다보면 항상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어요. 있는 것 내에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알아야 합니다.”

Q2.일을 하다보면 의견 충돌이 있을 것 같은데, 보통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밖에 나가서 서로 치고 박고 싸웁니다. (웃음) 조명만의 영역이 있긴 하지만 공연작업의 매력은 협업입니다. 사실 무대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도 조명이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빌리 엘리어트> 에서 배우들은 키가 작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소품조차도 아이들보다 작게 만듭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돋보이기 때문이죠. 한번은 같은 공연을 다른 곳에서 했는데 거기는 영상이 닿는 벽이 굉장히 컸습니다. 자연스레 관객들의 눈길은 배우가 아닌 대형화면 영상으로 갔죠. 의도치 않게 프로젝션 디자이너와 조명디자이너가 경쟁하는 사태가 빚어진 겁니다. 하지만 보통 누군가와 계속 작업을 하다보면 관계가 좋아지는데 그건 서로가 익숙해지고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데이빗 허쉬 David Hersey도 항상 작업하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화가 필요 없을 만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라면 완벽하겠지만 말이죠.’

Q3.프리뷰나 프레스나이트가 지난 이후에 있었던 조명사고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뉴욕에서 올라간 <에비타Evita> 였습니다. 리허설을 끝내고 초연을 앞두고 있었죠. 아무 문제도 없었고 강당에 앉아서 평화롭게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공연 관계자가 와서 주연 배우가 치통이 심해서 공연을 못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달해주었습니다. 그 배우가 없으면 공연이 안 되는 상황이라 배우의 치통을 해결하기 위해 치과 의사를 찾기 시작 했습니다. 보통 초연을 못하게 되면 공연에 문제가 있다고 소문이 퍼지기 때문에 초연은 중요한 무대입니다. 그러던 중 극장 내에서 경보음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뭐지? 라고 생각하는데 만 갤런에 달하는 물이 무대 위로 떨어지면서 극장이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악기를 다 건져라! 소리치는 게 들렸죠. 오케스트라 피트에 있는 악기들이 물에 잠기기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쏟아지던 물이 갑자기 멈췄습니다. 그때 물이 어디로 흘러가나 봤더니 조명기기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공연을 할 때, 스모그 효과를 쓰기 때문에 화재 탐지 시스템을 꺼야 했는데 켜진 채로 리허설이 진행된 게 화근이 됐던 거죠. 결국 그날 밤 공연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 다음날, ‘기타 3개, 더블베이스, 하프...이런 저런 악기를 사야 함’ 이라고 적힌 종이를 가져가서 악기를 구매했고 공연을 올리긴 했지만 말이에요. 가끔은 연기에 심취한 연기자가 공연 중에 무대 밖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러시아에서 오후 2시 마티네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2~3시에 러시아 노동자들이 교대를 하면서 조명기가 다 꺼진 적도 있었죠. 한국 KBS홀에서 했던 <맥베스Macbeth> 에서도 사고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어두운 상태에서 마녀가 나오는 상황이 첫 장면이었는데 제가 콘솔에 손을 대자 공연장 전체 조명이 다 켜졌습니다. 당시에는 모두 내 잘못이 아니냐고 추궁했는데, 훗날 조명기기를 만드는 담당자를 만나고보니 조명 팔레트에 결함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쪼록 이런 재앙이 생기기 않도록 노력한다.’

Q4.본인이 디자인하는 것에 얼마나 만족하시는, 만약 다른 직업을 갖는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사실 극장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현실세계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죄책감이 있습니다. 언젠가 한 의사와 이야기 나눈 적이 있는데 사람들을 치료하는 그 조차도 본인이 하는 일이 사회에 기여하는지 모르겠다며 죄의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모두들 이런 죄책감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공터에 극장이 생기면서 그걸 중심으로 먹거리, 문화, 의식주가 생기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극장은 사회와 연결이 돼야 진정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조명디자인과 관련된 일, 조명시스템을 만드는 회사나 극장조명 컨설턴트로 제안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극장에 비해 일찍 일이 끝나고 일과가 정규적이지만 항상 No!라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저도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집에 일찍 가고 싶습니다. 반면 아이들은 극장에 오는 걸 좋아합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사는 세상이야 말로 상상의 세계잖아요. 그런 점에서 제가 원하는 모든 상상의 것들을 돈을 받으면서 구현하기 때문에 이것만큼 좋은 직업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랍 홀리데이가 참석자들에게 추천한 책입니다. Walter Murch의 <In The Blink of an Eye>입니다. 영화 편집에 대한 책인데요. 조명디자인이라는 것도 아까 말씀드렸듯이, ‘시선을 통제하는 작업’ 인 만큼 보여줄 부분을 선택하고 편집하는 영화와 매우 비슷하다고 합니다.

‘조명은 빛이다. 빛은 밝다’ 라고 생각하신 분들, 랍 홀리데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명디자인을 조금 이해하게 되셨나요? 현실세계와 자신이 동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는 랍 홀리데이의 소박한 고백이 제 마음을 흔듭니다.

인생에서 조우하는 많은 선택들이 조명디자이너가 매 장면마다 마주하는 결정의 순간과 닮아 있는 것도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올해, 오늘, 어떤 빛을 비추고 싶으신가요? 매일 밤 올라가는 공연도 완벽할 수 없듯이, 한번 사는 인생이 완벽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신이 가진 장점으로 삶을 빛나게 꾸며나갈 수 있기를. 스스로를 먼저 응원해봅니다.

2014 AIPAPS 마지막 시리즈는 캐롤린 다우닝의 <무대음향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입니다. 4가지 현장소식을 놓치지 말고 읽어주세요. 그럼 캐롤린 다우닝 소식으로 옮겨 가보록 하겠습니다!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정지인

*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아이팝스 AIPAPS, ARKO 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Professional Series)란,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에서 2011년부터 매년 4-5회 공연예술 각 분야의 국제적 거장들을 초빙하여 국내 공연예술분야 종사자들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우리 공연예술계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개최하고 있는 국제 행사입니다.
* AIPAPS 시리즈는 모두 녹화되어 영상 DVD로 제작되며 ‘대학로 예술가의집’ 에 위치한 ‘예술자료원’ 에 비치될 예정입니다.
* 랍 홀리데이 <무대조명디자인 워크숍 및 초청강연> 하이라이트 동영상 ▶ http://youtu.be/-VbTIWs0SBQ
* 랍홀리데이 공식 홈페이지 http://www.robhalli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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