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도] 2026 방도 기획 공모 당선작 《Self-Clipper》 ~5월 22일(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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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도
2026 방도 기획 공모 당선작 《Self-Clipper》
2026년 5월 4일(월)~5월 22일(금)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월~일요일 12~19시. 무료
URL https://archivist.kr/exi?m=nav&i=177830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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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Self-Clipper¹
2026 방도 기획 공모 당선작
이곳에 세 명의 작가가 있다. 이들은 이곳에 이곳을 남겨두었다. 물음을 던져본 적이 있을까? 남겨지지 않은 것과 남겨진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들은 남겨진 것들에만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남겨진 것들을 전시라는 매체에 기록된²것으로 여기며, 오로지 그것의 안에서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일종의 부채감을³ 느낀다. 이 부채감을 인식하여 이것과 거리를 두는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어떠한 것이 남겨져 있으며, 어떠한 것이 남겨지지 않았는가?⁴ 이 글에 적힌 첫마디는 읽는 법에 따라 그것이 착각이 될 수도, 겸허함이 될 수도 있다. 이곳에서 여러분들이 세 작가가 남겨두지 않은 것들을 마주하길 기대한다.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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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전시 제목인 《Self-Clipper》는 ‘자기(Self)’와 ‘클리퍼(Clipper)’의 연결이다. 손톱깎이(nail clipper)나 이발기(hair clipper)에 사용되던 단어 Clipper는 무엇인가를 자르거나 깎는 도구 혹은 그 행위를 수행하는 자를 뜻하며, 동시에 19세기에 운영되던 ─ 마치 시간을 다듬으며 나아가는 ─ 고속 범선을 가리키기도 한다. 따라 Self와 관계하는 Clipper는 손톱이나 머리를 다듬듯이 기억과 감정의 일부를 덜어내어 정리하는 자임과 동시에 망각을 통한 지속의 여정을 떠나는 항해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Self-Clipper》는 자기를 덜어내며 자기를 유지하는 존재자의 역설적인 운동을 가리킨다.
² 어쩌면 기록은 망각을 위한 행위이다. 기록은 기억을 완전히 보존하려는 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억을 외부로 전치(轉置)₁ 하여 마음속에서 분리시키려는 욕망으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는 기록을 함으로써 내면의 고통이나 정신의 부하를 외부로 표출시키고, 이탈된 것과 자신을 분리시킨다. 따라서 견고하게 아카이빙된 것은 오히려 인간의 정신 속에서 쉽게 지워진다. 완벽하게 체계화된 기록을 남기고자 하는 욕망은 이미 그 기억이 외부로 이탈했음을, 곧 망각해도 괜찮다는 무의식적 승인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기록의 결과로 인간의 정신 속에 오래 위치하는 것은 기록되지 않아 망각의 위험에 노출된 파편들이다. 불안하게 아카이빙된 연약함과 위태로움, 그리고 형태를 갖추지 못한 잔여들은 망각하기에는 너무 불안하기에, 정신 속에서 끊임없이 환기된다.
³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해야만 할 것 같은, 눈앞에 마주하는 것에 대한 강박적 요청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채감이 강력할수록, 우리는 눈앞의 그것을 박제되어 완결된 무언가로 인식한다. 그런데, 과연 세상에 완벽하게 고립된 계가₂ 우주 이외에 존재할 수 있을까? 세계 속의 모든 존재자는 힘을 매개하는 매체로 여겨질 수 있으며, 그것의 물질성과 비물질성에 상관없이, 언제나 힘의 교환을 통해 그 개체(혹은, 회집체₃)의 방식으로 소통을 한다. 우리가 강렬한 부채감에 사로잡혀있는 한에선, 마주하는 것들에서 이러한 소통을 목격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다.
⁴ 자신의 잘린 머리카락과 자신을 비교해 본 적이 있는가? 표출된 것과 표출되지 않은 것, 남긴 것과 남겨지지 않은 것, 둘 중 어떠한 것이 여러분 자신을 더욱 대변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자르는 행위에 담긴 의지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가치가 매우 상이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₄ 이러한 고찰에서 주목되는 것은, 잘린 것도, 잘리지 않은 것도 아닌, 자르는 행위이다. 세 작가는 모두 자기-깎기(Self-Clipping)의 행위를 수행한다. 이들은 일상 속의 체화된 자기-깎기의 행위를 통해, 기억과 망각, 이탈된 것과 남겨진 것, 그리고 남겨지지 않은 것이 불안정하기에 서로를 비추는 연약함의 미학을 제안한다. 본 전시는 자기-깎기의 행위를 감각적 언어로 재구성함으로써, 완결되지 않았기에 끊임없이 환기되는 기억의 생존 방식을₅ 나타내고자 한다.
⁵ 그리고 어쩌면 이곳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작별하는 법에 대해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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₁ 견디기 어렵거나 위험한 감정을 덜 위협적인 다른 대상·장소·표현으로 옮겨 버리는 무의식적 방어기제. (Displacement, Verschiebung)
₂ 외부 환경과 물질 및 에너지를 전혀 교환하지 않는, 완벽하게 독립된 물리적 계. (Isolated System)
₃ 여러 이질적인 요소들이 얽혀 하나의 사건·집단·체계를 이루는 형태.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관계와 운동으로 구성되는 존재 양식. (Assemblage, Agencement)
₄ 여러분들 또한 매 순간 무엇을 자르거나 깎아내고 있을 것이다. 머리카락과 손톱부터 시작해서 글, 그림, 조각, 목소리, 그 외에 모든 것들을.
₅ 우리는 기억을 어딘가의 저장소에 고정된 채로 보관되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억은 정신의 지속 속에서, 서사의 시간성 없이 하나의 장으로 잠재되어 있다가, 현재의 요구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응축·선별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억은 매번 현재 속에서 행위와 지각의 요구에 맞추어 새롭게 호출되고 재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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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자
· 기획 및 주관: 이승준
· 작가: 김혜빈, 임세빈, 최화영
· 주최: 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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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개요
→ 2026 방도 기획 공모 당선작 《Self-Clipper》 ~5월 22일(금)까지
· 운영: 월~일요일 12~19시
· 휴관: 휴관일 없음
· 요금: 무료
· 공간: 방도
·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중로 14길 33-1 (영등포동2가 320-2)
· 문의: bangdo.ydp@gmail.com
URL https://archivist.kr/exi?m=gov&i=177830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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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와 자료의 출처는 방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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